- 전 세계 1억9000여 명 이용…10대 80%
- 아바타로 타인과 소통하는 Z세대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 중학생 민서현 양(가명·14)은 최근 ‘제페토’ 아바타 꾸미기에 빠졌다.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생성해 얼굴, 옷 등을 취향대로 꾸밀 수 있어 재미를 느낀다. 교실, 공항 등 다양한 테마를 3D로 구현한 월드에서 친구들과 소통하고 상황극, 탈출 놀이 등을 즐긴다.

네이버제트  '제페토' 앱 화면(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네이버제트 '제페토' 앱 화면(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최근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후반 출생)을 중심으로 ‘제페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페토는 2018년 3월 네이버가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개발한 증강현실(AR) 기반의 3D 아바타로 소셜활동을 즐기는 앱이다.

지난해 3월 별도법인 네이버Z코퍼레이션으로 분사했으며 현재까지 약 1억9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페토에 따르면 가입자 중 해외 이용자 비중은 90% 수준이며 10대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의 AR 기술을 활용해 본인 사진 혹은 직접 촬영을 통해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할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3D 가상 세계 속에서 친구를 사귀고 소통한다. 마이크를 통한 음성 대화도 가능하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개인 SNS처럼 사진, 동영상 등을 올릴 수 있고 서로 팔로우도 할 수 있다.

3D로 구현된 가상 세계는 ‘월드’라고 불린다. 각 나라별 명소 뿐만 아니라 인기 연예인들의 뮤직비디오 촬영장 및 콘서트장, 공항, 학교, 패션쇼장, 놀이공원 등 제페토 내 방문할 수 있는 ‘월드’는 무궁무진하다. 24시간 열려있는 이 곳에서는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사람들과 역할극, 감옥탈출 게임 등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또한 ‘제페토 스튜디오’를 이용해 직접 제작한 의상이나 아이템을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민 양은 “주변 친구들 중 제페토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시간 약속을 하고 만난다”며 “직접 친구들을 못만나는 대신 예쁜 옷을 입고 여기서라도 만날 수 있으니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제페토 월드 '한강공원'에서 라면을 먹으며 셀카를 찍어봤다(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제페토 월드 '한강공원'에서 라면을 먹으며 셀카를 찍어봤다(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현실 세계가 가상 공간 속으로

‘아바타’라고 하면 싸이월드의 ‘미니미’를 떠올리는 기자도 이 ‘제페토’ 세상에 참여해봤다.

핸드폰 갤러리에 있던 사진 중 그나마 괜찮은 사진을 골라 아바타를 생성했다. 피부색부터 머리스타일, 눈썹, 눈동자, 입술, 볼터치, 얼굴형, 체형 등 세세하게 고를 수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제페토 내에서 사용하는 젬 또는 코인이 필요하다. 물론 유료 결제를 해야하며 첫 가입시 8500 코인을 받을 수 있다.

제공된 코인 안에서 옷차림을 바꿔봤다. 원피스, 스타킹, 신발, 모자 등을 구입했다. 현실에서는 한번도 입어보지 않은 스타일이라 낯설었지만 내 아바타가 입었다는 생각에 대리만족이 느껴졌다.

지하철도 탈 수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지하철도 탈 수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홍여정 기자)

또한 아바타의 움직임도 퀄리티가 뛰어났다. 다양한 표정,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현실감이 있었다. 살펴보니 이런 움직임을 잘 편집해 웹툰이나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서 자신의 피드에 올리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웹툰은 스토리와 장면을 기획하는 사람이 있으면 출연자들은 다른 사람들로 채워지는 형식이었다. 실제로 타임라인에는 웹툰 배우를 모집한다는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실제 유저들은 초등학생, 중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이 곳에 모여 일상부터 각종 고민을 얘기했다. ‘예비 중1인데 새학기 학용품 추천해주세요’부터 ‘사춘기라서 뭐 만하면 짜증이 나는데 엄마는 왜 말대꾸냐고 한다’, ‘엄마가 언니만 좋아한다’, ‘올해 5학년인데 두려운 게 많다. 왕따, 공부, 친구...멘붕이다 ’ 등 그 시기에 할 수 있는 생각에 친절히 답변해주며 소통하고 있었다.

한편 10대들의 놀이문화로 자리잡은 제페토의 인기에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사들은 앞다투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YG 엔터테인먼트, JYP 엔터테인먼트 등은 네이버제트에 잇달아 수십억원씩을 투자하기도 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ITZY 등 아이돌 그룹도 제페토 내에서 아바타를 만들고, 전용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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