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내달 시행 예정
법무부, 시행령으로 개정안 원위치 시도 중
검찰 수사 범위 대폭 늘린 시행령...야당 반발
29일까지 입법예고...한동훈 vs 민주당 초읽기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대한민국을 반으로 갈라놓았다.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고, 검찰이 기소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물론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다. 보수 진영에서는 ‘검수완박’, 다른 진영에서는 ‘검찰개혁’ 극과 극의 이름으로 불린다. 거대 정당이 힘으로 밀어붙인 개정안은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까. <뉴스포스트>는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쟁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입법을 강행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시작부터 찬반 양측이 거세게 맞붙었다. 치열한 정쟁과 갖은 논란 끝에 5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공포되는데 까지 성공했다. 공포된 지 세 달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그 사이 행정부의 수반과 내각 구성원은 달라졌지만, 개정안에 대한 찬반 양측의 입장은 조금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개정안은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다. 개정안 부칙에 따르면 공포 후 4개월에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당장 내달부터 개정안의 효력이 발동한다. 검찰의 수사권은 기존보다 축소될 것이고, 검경 수사권 분리 원칙은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반발로 개정안은 본격적인 시행 전부터 암초에 부딪힐 위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뉴시스)

수사 범위 대폭 늘어...시행령 내용은?

법무부는 이달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고 발표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범위는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다. 법무부는 여기서 ‘등’이라는 단어를 활용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부패 및 경제 범죄 범위를 넓혔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시행령을 두고 ‘검수원복’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검찰 수사권의 원상복구를 뜻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부패 범죄는 ▲ 사무의 공정을 해하는 불법·부당한 방법으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손해 도모 ▲ 직무와 관련해 지위·권한 남용 ▲ 범죄 은폐·수익 은닉에 관련된 범죄로 규정했다. ‘공직자 범죄’로 규정돼 있던 직권남용이나 허위 공문서 작성, ‘선거범죄’ 중 매수 및 이해 유도나 기부 행위 등도 부패 범죄에 포함했다.

경제 범죄의 경우 단순 소지나 투약 등과 달리 마약류 유통 관련 범죄와 서민 범죄의 전형적인 유형인 폭력 조직·기업형 조폭·보이스피싱 등을 경제 범죄로 포함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밖에도 무고나 위증죄 등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중요 범죄로 지정해 검찰의 수사 범위로 뒀다.

경찰이 혐의를 인정한 사건에 대해서만 검찰이 송치하는 ‘직접 관련성’ 규정도 손 봤다. 범인이나 범죄 사실, 증거가 공통되는 관련 사건은 기존 사건의 연장 선상에서 검사가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금지하는 ‘별건 수사’에 저촉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신분과 금액으로 경제 범죄를 규정하는 내용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행 시행규칙은 뇌물죄의 경우 대상이 4급 이상 공무원인 경우에 한해 수사가 가능하다. 금액의 경우 3천만 원 이상의 뇌물, 5억 원 이상 사기·횡령·배임일 경우 수사를 할 수 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 중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 중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사진=뉴시스)

“검수원복 시행령은 위헌·위법” 주장

민주당은 검수원복 시행령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 위에 시행령 통치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심각하게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행령으로 본래의 개정 법안 취지가 훼손되고, 상위 개념인 법안을 초월해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의원 전원 명의로 시행령의 위법과 위헌성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법무부와 법제처에 낼 계획이다. 

검수원복에 대한 반발은 민주당뿐만이 아니다.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시행령에 문제점을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이달 24일 열기도 했다. 두 단체는 “두 차례의 걸친 검찰청법 개정은 비대한 검찰권으로 인한 폐해를 줄이려는 것”이라며 “시행령은 원칙과 예외의 관계를 뒤집어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일반화함으로써 입법자의 의사, 법의 취지를 무력화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역시 법무부 시행령에 반발했다. 24일 법무부에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 및 시행규칙 폐지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출하면서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경찰은 법무부가 개정 검찰청법의 조문에 포함된 ‘등’을 포괄적으로 해석한 점을 지적했다. 경찰청은 “‘등’의 문언적 의미를 자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모법 규정을 함부로 유추·확장하는 해석규정이어서 위임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짚었다.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정상화하기 위해 입법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수완박’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가 이제는 ‘검수원복’ 시행령에 의해 무력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국민의힘과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역시 변수로 남아있다. 시행령은 이날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를 밝게 된다. 개정안의 운명이 어떻게 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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