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산업은행 부산 옮겨도 기능 절반 서울에...비효율”
김대종 세종대 교수 “국책은행 이전은 포퓰리즘...부산은 선박금융 특화”
싱가포르 등 경쟁국 금융기관 한곳에...“한국만 금융기관 찢어 내려보내”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16일 서울 용산구에서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지난해 9월 16일 서울 용산구에서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한국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자, 현재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역점 정책이다. 정부와 여당은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동남권 성장축의 구심점으로 서울 여의도 소재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슈를 놓고 논란이 거세다. ‘한국산업은행법’에 의거해 기업금융 지원을 위해 세워진 국책은행의 이전의 당위성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대한민국의 금융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은행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고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본사를 옮겨도 기능 절반이 서울에 남아있고, 협업할 기업도 서울에 있다”며 “그런 비효율을 감당하면서까지 부산으로 옮기는 게 합리적인가”라고 밝혀 이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정부·여당, 산업은행은 이전을 조속히 완료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5일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12일 부산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상공회의소 주최 부산경제포럼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축복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소재 세종대학교에서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란을 짚어봤다. 김 교수는 지난달 발표한 ‘국책은행과 중소기업 역할 연구’라는 주제의 논문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금융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대종 교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한국의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김대종 교수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한국의 글로벌 금융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란, 어떻게 보나?
“정부와 여당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지역 개발 포퓰리즘 논리에 갇힌 정책 드라이브다. 우리나라 기업 본사의 70%가 서울에 몰려 있다. 핀테크 기업만 보면 90%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을 부산으로 옮겨 발생하는 비효율을 감당할 이유가 없다.”

― 정부·여당은 동남권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산업은행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당위성이 있다고 보이는데.
“당위와 팩트를 구분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드라이브를 추진하며 글로벌 아시아본부 유치를 추진했지만, 이후 20년간 실제로 유치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되레 호주 맥쿼리와 UBS, 골드만삭스 등이 떠났지.”

― 최근 논문을 통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가져올 부작용을 경고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 등에서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캠코와 예탁원, 증권거래소는 부산으로, 신용보증기금은 대구로, 국민연금은 전주 등로 보냈다. 해외 기관이나 기업 관계자가 한국 금융기관을 찾으려면 전국을 떠돌아야 한다.

이런 비효율을 감수하면서 누가 대한민국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려 하겠나. 바로 옆에 싱가포르와 중국이 있는데. 경쟁국은 금융기관을 한곳에 모으고 법인세를 없애거나 인하하고 있는 와중에 한국만 금융기관을 여기저기로 찢어 보내면 글로벌 금융경쟁력이 추락한다는 말이다.”

― 서울 여의도 중심의 금융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인지?
“그렇다. 정부는 서울에 금융공기업을 집중해야 한다. 서울을 아시아 금융 핵심 도시로 육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제조업 세계 5인 한국이 국제금융 원화 결제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이건 참담한 일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우리나라의 국제금융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 재고해야 한다.”

― 증권거래소와 캠코, 예탁원 등 굵직한 금융기관들이 이미 부산으로 이전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공기업 집중 전략 가능성은. 
“그렇게 옮겨서 부산이 서울보다 글로벌 금융경쟁력이 높나? 아니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의 국제금융센터 평가에서 부산은 37위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은 10위다. 서울이 대한민국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글로벌 평가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옌 평가에서 1위는 뉴욕이고 3위는 싱가포르다. 이들처럼 한 도시에 금융업을 집중해야 효율성과 경쟁력이 높다.”

―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동남권 국가균형발전을 포기하라는 의미인지?
“새로운 판을 짜라는 거다. 지역 개발 포퓰리즘에 근거해 서울에서 제 역할을 잘 소화하고 있는 기관들 옮길 생각하지 말고. 그간 지방으로 금융기관을 옮긴 정부들은 국가의 이익보다 지방 이전으로 얻을 표심만 생각했다. 왜 부산이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인 바다를 활용할 생각을 안 하나. 현재 선박금융은 룩셈부르크가 주도하며 글로벌을 호령하고 있다. 부산을 선박금융 도시로 특화해 동남권 국가균형발전의 틀을 새로 짜야 한다.”

― 끝으로 한국의 글로벌 금융경쟁력 제고와 관련해 제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최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농협 등을 지방으로 옮기는 법안이 발의됐다. 상당히 위험한 움직임이다. 금융기관 지방 이전은 대한민국의 금융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서울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육성해야 한다. 뉴욕과 싱가포르 등 국제 금융선진국들처럼 한 도시 집중화를 통해 아시아 본부를 유치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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