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상장 주관 실적 삼성증권, 기가버스로 1위
지난해 공모총액 13조 거둔 신흥강자 KB증권 올해 실적 전무
9일 두산로보틱스·NICE평가정보 등 6월 상장예심 4건 대기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열기가 다시 달아오를 전망이다. 지난해 1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자취를 감췄던 조(兆) 단위의 IPO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IPO 시장이 풀릴 조짐을 보이자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8곳을 상장시키며 주관사 성적 1위를 기록했던 KB증권이 올해 아직 단 한 건의 IPO도 성사시키지 못해, 하반기엔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이달 코스피 입성을 위해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기업은 두산로보틱스, SGI서울보증을 비롯해 4곳에 이른다.
먼저 두산그룹의자회사 두산로보틱스는 이날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신사업으로 낙점한 협동 로봇 제조업체다. 두산로보틱스는 작년 말 121억 원의 영업손익을 거두며 적자를 기록했지만, 유니콘 기업 특례 요건으로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거래소는 유니콘 기업의 국내 증시 입성을 유도하기 위해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 자기자본 1500억 원 이상 요건이 다른 재무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 했다.
최근 로봇산업이 각광을 받자 두산로보틱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5.2% 증가한 106억 원이다.
같은날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NICE평가정보도 코스피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9일에는 SGI서울보증보험의 상장예비심사신청 청구가 예정돼 있는데, 이는 2010년 상장한 지역난방공사 이후 약 13년 만의 공기업 상장이다. 19일에는 중고차 플랫폼 업체 엔카닷컴도 코스피 상장을 위한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7일 코스피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도 하반기 대어급 매물 중 하나다. 오는 8월까지 승인을 받아 하반기 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가치를 2조 원대 중반에서 3조 원대 초반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최대 주주는 지분율 52.78%를 차지하고 있는 에코프로이며, 에코프로는 지분 18.84%를 보유한 이동채 전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다. 이 전 회장이 에코프로를 통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지배하는 구조다. 다만, 이 전 회장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구속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등의 심사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난해 IPO 시장은 코스피 지수가 약세를 보이면서 크게 침체했다. 1조 원 이상의 대어급은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했다.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 계획을 철회했고 SSG닷컴, CJ올리브영, 컬리, 케이뱅크, 골프존카운티 등이 증시 상장을 중단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IPO 완료 기업은 총 70곳으로 1년 전보다 21.3% 급감했다. 같은 기간 공모 금액 역시 20.7% 떨어진 15조 6000억 원에 그쳤다.
다만 최근에는 대어급이 자취를 감춘 대신 중소형 공모주 위주로 얼어붙었던 투자 심리가 되살아났다. 이에 증권사들의 상반기 상장 주관 실적도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업 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순위에 있는 대형 증권사들의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 주관 실적은 미래에셋증권 6건, 한국투자증권 4건, 삼성증권 3건, 신한투자증권 2건 순으로 집계됐다.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1건을 기록했다.
공모 총액으로 보면 삼성증권이 1514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미래에셋증권(1263억 원), 한국투자증권(1081억 원), 한화투자증권(504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증권의 주관 건수는 3건이지만,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기가비스 덕분에 공모 총액이 1500억 원을 넘어서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도체 기판기업 기가비스는 올해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 기업 중 공모액과 시가총액 모두 최대 규모다. 기가비스의 총 공모액은 954억 원으로, 공모주 청약에서는 9조 8000억 원의 증거금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반면 작년 신흥강자로 떠올랐던 KB증권은 올 들어 주관 실적이 아직 한 건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8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했던 KB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주관의 영향으로 총 공모액 13조 4480억 원을 거뒀다. 이는 15건의 상장 주관을 수행한 미래에셋증권(5530억 원), 한국투자증권(5220억 원)보다 높은 실적이며 10건과 9건을 각각 기록한 NH투자증권(4400억 원), 대신증권(3400억 원)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다.
상반기 일반기업 청약에서 0건의 성적이지만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LG CNS, LS머트리얼즈의 공동대표 주관사를 맡은 데다 두산로보틱스의 공동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만큼 일정 수준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두산로보틱스, LS머트리얼즈, 휴맥스모빌리티 등 3개사의 IPO 주관을 수임했으며, 금년 중 4개 대형 IPO 및 다수 중소형 IPO 상장예비심사 신청이 계획돼 있다. IPO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양적인 면보다는 면밀한 기업실사(DD)를 통해 발행회사와 투자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IPO딜을 선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올해 악화된 대내외 시장 환경 감안 시 납입 부담이 큰 대형주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성장주의 흥행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규모가 크진 않더라도 실적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거나 개선 중에 있어 투자자 설득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미드캡 규모의 소부장 강소기업, 2차전지/반도체 업체 및 IT서비스 등 관련 기업들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IPO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