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0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이옥선 할머니 추모식
이용수 할머니 참석...대선후보·야당 관계자도 자리해
반대편서 극우 시위도...고인 모욕 발언도 서슴없이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가 진행됐다. 매주 수요일 정오에 1700차례나 진행됐지만,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고(故) 이옥선 할머니를 위한 추모로 비교적 엄숙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14일 오후 12시 정의기억연대는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700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열었다. 영상 25도를 육박하는 초여름 날씨에도 수백여 명의 참석자들과 언론사 취재진들이 모였다.
이날 수요시위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이옥선 할머니를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고인은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의 한 요양병원에서 별세했다. 1700번째 '수요시위'가 열리는 이날은 고인의 발인 날이기도 하다.
1928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옥선 할머니는 15세에 중국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고초를 겪었다. 해방 후에도 중국에 머물었던 고인은 2000년 6월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생전에는 일본과 미국, 호주, 독일 등 전 세계를 방문해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해 왔다.
시위에서는 전쟁 성범죄 피해자에서 여성 인권 운동가로 거듭났던 고인의 삶을 동영상 자료를 통해 재조명했다. 고인을 위한 묵념과 추모 발언이 진행됐다. 고인의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헌화식도 진행했다.
고인이 사망하면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40명 중 생존자는 단 6명밖에 남지 않았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사망했지만, 남은 생존자들은 여전히 역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96세의 노구를 이끌고 대구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를 이동해 수요시위에 참석했다. 이 할머니는 "우리는 법으로 승리했지만, 지금까지 일본은 묵묵부답"이라며 "정부도 우리를 방치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점점 가도록 기다리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할머니는 "다음 대통령이 되신 분은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시길 간절히 부탁한다"며 "대구 위안부 역사관에 비가 새고, 다 찌그러진 차 밖에 없다. 꼭 들러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새로운 정부는 2015년 한일 합의를 당장 파기하고 일본 정부에 (배상 책임 등을 인정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따를 것을 촉구해야 한다"며 "국회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시급히 개정해 피해 생존자들이 2차 가해에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수요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극우단체 회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집회 장소 옆에서 피켓을 들고 확성기로 고성을 질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역사를 부정하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인과 이 할머니를 향한 비난도 서슴없이 쏟아냈다.
이들의 방해가 지속되자 수요시위에 참석한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선거 후보는 관할서인 종로경찰서에 집해 방해 행위를 막아달라고 항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