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청소년 무료 진료센터 '나는봄' 폐쇄
갈 곳 없는 아이들...시민사회계도 반발
'마지막 보루' 인권위 긴급구제도 각하
서울시 "내년에 통합센터 설립하겠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성폭력 등에 노출된 위기 여성 청소년들을 무료로 진료하던 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이 오늘부로 문을 닫는다. 서울시가 내년에 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하겠다며 '나는봄' 사업을 종료한 것이다. 하지만 최소 6개월 이상 공백이 '나는봄'에 의지하던 아이들을 위기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 마포구 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나는봄'이 이날부로 폐쇄됐다. 지난 2013년 서울시와 사단법인 막달레나공동체가 설립한 후 12년 동안 운영되다가 오늘 최종적으로 종료된 것이다.

'나는봄'은 성매매, 성폭력 등 성범죄에 노출된 위기 여성 청소년들을 무료로 돕는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관이었다. 여성의학과와 치과·정신건강의학과·한방의학과 등의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예방접종이나 상급의료기관 연계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 5월 서울시가 민간위탁 운영 종료 계획을 발표하면서 폐지됐다.

'나는봄' 측과 시민사회계는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려 운영 종료를 반대해 왔지만, 서울시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운영 중단 통보를 철회해 달라며 긴급구제 신청도 했으나 각하됐다.

서울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에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통합지원이 가능한 신규 센터를 새롭게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봄' 센터가 기존 위기청소년 지원 시설과 유사 기능 수행으로 주요 재정사업 평가에서 '미흡(60%)'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봄'의 직원들과 청소년 이용자, 사회복지 활동가 등은 내년도 신규 통합지원센터가 출범할 때까지 최소 6개월 이상 발생할 공백을 우려했다. '나는봄'에서 진료를 받던 위기 청소년들이 당장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날인 3일 국회에서 '나는봄'에서 근무해 온 직원들과, 청소년 이용자, 노동계·시민사회계 인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특별시는 위기십대여성을 낭떠러지로 내모는 운영종료 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나는봄 폐지가 아닌 더 많은 십대위기여성 지원센터 마련"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현주 사회복지사는 "'나는봄'은 경제적 여건이 어렵고 보호자가 없는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진료받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청소년 복지는 아이의 전 생애를 바꾸는 백 년의 기반이다. 단기적 성과로 평가하지 말고, 지속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는봄'을 이용했던 여성 청소년 당사자도 "공황장애, 실신 등으로 막막할 때마다 '나는봄' 선생님들의 따뜻한 지원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며 "기관이 사라지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매일 불안하다. '나는봄'을 이용하는 위기 청소년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뉴스포스트>는 '나는봄' 폐쇄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에 몇 차례 연락을 시도 했지만, 별다른 응답을 받지 못했다.

한편 서울시립십대여성건강센터 폐쇄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5시부터 '나는봄' 앞에서 위기 여성 청소년들을 서울시가 등졌다며 폐지 규탄 집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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