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석종대 골프작가 칼럼니스트] 라운드를 하다 보면 공 찾느라 시간 다 보내는 동반자가 있게 마련이다. 산으로도 가고 물로도 가고 풀숲에 들어가 안 보이고 나무 뒤에 숨어있기도 하고... 사실 로스트볼을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운 좋게 발견할 때도 있지만 시간만 허비하고 못 찾을 때가 더 많다. 공을 잃어버리면 벌타를 받기 때문에 누구든지 일단 찾으려 드는데, 특히 풀숲으로 들어가면 꽤나 공을 들인다. 꼼꼼히 뒤지면 찾을 수 있을 듯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의 오묘한 조화인지 보일 듯 보일 듯하면서도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심지어 페어웨이와 가까운 러프에서도 못 찾을 때가 있다.
비즈니스골프를 나갔다면, 동반자가 공 찾을 때 동참해야 한다. 꼭 찾아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필요는 없으나 적극적으로 거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시늉만이라도 좋다. 그리고 동작이 요란할수록 좋다. 희망을 주는 멘트도 날리면서.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두 눈 부릅뜨고 공을 찾다 보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리듬감을 잃어 정작 자신의 다음 샷을 망치기도 한다. 그러니 상대의 로스트볼 찾는 데 진을 빼서는 안 된다. 어차피 진행상 몇 분 지나면 벌타 먹고 새로 쳐야 하니 상대가 성의를 느낄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
분실구 때문에 더러 불미스러운 일도 생긴다. 공을 잃어버린 동반자나 캐디가 공을 찾았다고 하면 "다행이네요" 하고 덕담을 건네고 자기 공 위치로 돌아가 다음 샷을 준비하는 게 좋다. 눈치코치 없이, 찾은 공이 진짜 상대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기를.
설사 그 사람의 공이 내 앞에 보여도 모른 체하고 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러 다른 홀에서 날아온 공이나 로스트볼을 줍고는 자기 공이라고 주장하는 양심 없는 동반자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진실이 밝혀지면 서로 민망하니 못 본 걸로 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좋다. 상대에게 실망하지도 말고 내 샷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골프를 하다 보면 동반자의 비양심적인 플레이에 종종 눈살 찌푸릴 때가 있다. 공을 발로 툭툭 차서 좋은 위치에 놓거나, 벙커에 빠졌는데 '에그플라이'라면서 채로 쳐서 공을 이동시키거나, 심지어 그린에 올라간 동반자들이 못 볼 거로 생각해 깊은 벙커에 빠진 공을 손으로 던지는 몰상식한 동반자도 있다.
비즈니스골프에서는 봐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잃어도 안 잃은 척, 버디 해도 안 기쁜 척 '척척척'을 잘해야 한다. 프로는 법대로 룰대로 해야 한다. 그러나 아마는, 특히 비즈니스골프에서는 법과 룰이 따로 없다. 그냥 상대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면 된다. 비즈니스 하러 나온 거지 프로 자격시험 보러 나온 게 아니니 인터내셔널 룰이든 로컬 룰이든 형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동반자와 재미있게 즐겁게 라운드하면 족하다.
나의 골프 좌우명은 이렇다. '골프는 짧고 비즈니스는 길다.' '골프는 짧고 회사는 길다.' '골프는 짧고 인간관계는 길다.' 대한민국의 아마분들, 나의 이 단순하고도 심오한 골프 좌우명을 한 번쯤 새겨들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