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석종대 골프작가 칼럼니스트] 아마의 특권 중 하나가 바로 멀리건이다. 만약에 멀리건과 오케이가 없다면 싱글이니 70대니 80대니 하는 헛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멀리건과 오케이는 필요악이다.
프로도 가끔 경기에서 오비를 낸다. 특히 남자 경기에서 많이 나오는데 헤드(head) 속도가 너무 빨라서 조금만 열리거나 닫혀서 맞으면 큰 실수로 이어진다. 더욱이 우리나라에는 지형 특성상 평지보다 산에 둘러싸인 골프장이 많다. 자연히 도그레그 홀이 많아 시야가 좁은 백 티에서 경기하다 보면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마는 백 티보다 20~30m 앞에 놓인 화이트 티(white tee)에서 치고 드라이브 비거리도 짧은데 숱하게 오비를 쏟아낸다. 샷의 방향이나 궤도가 일정하지 않고 와이파이 샷을 하기에 여간해 교정이 안 된다. 이유는 단 하나. 여러 번 말하지만, 연습을 안 해서 벌어지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이런 원천적 실수를 필드에서 만회할 기회는 멀리건밖에 없다. 누가 만든 규칙인지 모르지만, 묘수긴 묘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연습을 안 하는 아마는 멀리건을 받더라도 다시 오비나 해저드로 빠질 때가 많다. 당사자도 민망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동반자들도 마찬가지다.
멀리건을 받았으면 첫 티샷보다 더 차분하게 공을 끝까지 보고 피니시를 해줘야 하는데, 샷 동작은 더 빨라지고 어깨에 힘 들어가고 공은 안 보고 피니시는 생략한다. 멀리건을 받았다는 자존심의 상처와 빨리 쳐서 진행을 늦췄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는 강박관념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멀리건을 받더라도 자신의 루틴과 리듬감을 잃어서는 안 된다. 한 번 더 친다고 해도 추가되는 시간이 30초 남짓이므로 여유를 가지고 샷을 해야 한다. 비즈니스골프에서 오비가 났을 때 동반자가 멀리건을 쓰라고 하면 처음에는 "나가서 치겠습니다" 하고 일단 사양하라. 그러면 한 번 더 권하는 게 골프 미덕이다. "그러지 말고 시간도 많은데 한 번 더 치세요"라고 다시 권유하면 그때는 바로 수락하고 마지막 동반자가 샷을 끝낸 직후 연습스윙하지 말고 곧바로 샷을 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샷 속도가 빨라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다 쳐도 공을 끝까지 보고 피니시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호스트가 멀리건까지 받았는데 또 오비를 내면 개망신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라운드 끝날 때까지 오비를 내지 않는 것이다. 멀리건을 안 받는 것이 차선인데 동반자가 멀리건을 쓰라고 하는데 거절하면 성의를 무시한다든가 쓸데없이 고집 세다는 둥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멀리건을 받으면 되도록 굿샷으로 이어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