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대 골프작가
석종대 골프작가

[뉴스포스트=석종대 골프작가 칼럼니스트] 라운드를 즐기는 데 동반자들의 매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캐디의 성향이다. 요즘 남성 캐디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 캐디가 많고 선호도도 높다. 일부 남성 손님들은 프런트에서 등록할 때 여성 캐디를 요청하기도 한다. 캐디의 자질이나 능력을 떠나 여성 캐디는 부드럽고 싹싹하지만, 남성 캐디는 무뚝뚝하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골프를 한 지 오래된 사람치고 캐디와 관련된 추억 한두 가지 없는 사람 없을 거다. 자신과 잘 맞는 캐디 만나면 라운드가 즐겁고, 잘 안 맞는 캐디 만나면 경기 내내 불편하다. 물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겠지만, 골프가 안 되는 101가지 이유 중 캐디의 비중도 자못 크다.

예전에는 여성 캐디하고 농담 따먹기 하는 게 일상적 풍경이었다. 이때 가벼운 19금 유머는 약방의 감초였다. 비록 손님과 보조요원으로 만났지만 몇 시간 동안 함께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 호감을 품게 되기도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인권과 성인지 감수성을 중시하는 요즘에는 골프장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캐디에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관행적인 반말투부터 바꿔야 한다. 클럽하우스 앞 출발지점에 카트카가 나오면 캐디에게 다가가 먼저 존댓말로 인사를 건네는 게 좋다. 또 나이가 적어 보이든 많아 보이든 존칭을 해라. 이름을 넣어서 'OO씨'라고 불러야지, '아가씨'라든가 '언니' '고모' '이모' 따위로 부르면 안 된다. 또한 외모나 체형, 나이 따위는 언급도 하지 말아라.

그렇다고 캐디와 말을 전혀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캐디 성격이나 성향은 제각각이다. 말 많고 활발한 캐디도 있고, 손님 말에 소극적으로 맞춰주는 캐디도 있고, 진행상 필요한 말만 하고 그 외 얘기는 일절 안 하는 캐디도 있다. 사실 무뚝뚝한 캐디를 만나면 기분이 좋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게다가 진행도 서툴고, 점수도 틀리게 적고, 거리도 잘 못 부르고, 퍼팅라인도 못 보고, 분실구 찾는 데도 성의가 없으면 슬그머니 짜증이 밀려온다. 캐디 때문에 라운드 망쳤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진=뉴스포스트)
(사진=뉴스포스트)

그러나 어쩌랴? 적절히 대처할 수밖에. 캐디와 척져서 좋을 게 없다. 캐디와 다투기라도 하면 경기 내내 찜찜하다. 종종 점수 때문에 분쟁이 생기는데 설사 억울하더라도 캐디 의견을 존중해주는 게 좋다. 자신에게도 불리하지만, 다른 동반자들 보기에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캐디 환심을 사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다. 내기골프에서 공짜 돈 싫어하는 사람 없다. 캐디도 마찬가지다. 첫 홀 들어갈 때 "오늘 잘 부탁한다"며 만원이라도 건네면 대부분 고맙게 받는다. 접대 대상자의 성격이 예민하다거나 초짜라면 캐디에게 슬쩍 "저분 신경 좀 써달라"고 부탁하는 게 좋다. 그러면 웬만한 캐디는 지목받은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배려하게 마련이다.

비즈니스골프를 하면서 캐디 때문에 라운드를 망치는 건 천하에 어리석은 짓이다. 비즈니스 호스트로서 어떻게든 캐디와 호흡을 맞춰 경기를 원활하고 즐겁게 이끌어야 한다. 그러려면 캐디를 경기 보조요원이 아닌, 동반자로 대우해야 한다.

캐디가 넘치던 '라떼'는 갑질하는 손님이 많았는데, 캐디가 귀해진 요즘은 거꾸로 캐디가 갑질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물론 흔치 않은 일이겠지만, 캐디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음을 뜻한다. 어쨌거나 비즈니스골프에서 경기를 진행하는 캐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아군으로 만드는 게 좋다. 먼저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캐디도 호응하고 화답할 것이다. 즐거운 라운드를 위한 첫 번째 요소임을 잊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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