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AI 등 미래 먹거리 집중
대규모 투자·사업 협약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美日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美日 순방 동행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총수들이 대거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조선업 협력부터 반도체, 원자력 등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미국 현지 투자 확대와 협력 방안을 직접 제시하며 양국 경제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사절단에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이재현 CJ 회장, 허태수 GS 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롯데그룹도 동행하기는 하지만, 신동빈 회장의 참석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경제사절단은 사절단은 반도체·조선·원전 등 미국 현지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자 대표적인 대미 투자 기업들이다. 전방위 산업 협력이 의제로 거론되는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동맹 강화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 재계 총수 총출동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와 추가 공장 투자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최근 테슬라, 애플과 대규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계약 소식을 알렸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의 증설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은 미국에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등 다양한 미래 성장 동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반도체 후공정 생산 기지를 건설 예정이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지난 3월 향후 4년간 미국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산업 분야에 2028년까지 총 21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준공했고, 루이지애나주에 270만톤의 규모 전기로 제철소 건설도 앞두고 있다.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이 미시간 홀랜드와 오하이오, 테네시에 북미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미시간주 랜싱과 애리조나에 단독 공장을 건설 중이며, 조지아에서 현대차와 합작공장을, 오하이오에서 혼다와 합작공장을 각각 짓고 있는 중이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마스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패키지 중 약 1500억달러가 조선업 협력에 배정돼 있는 만큼, 구체적인 사업 모델이 논의될 전망이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이 방미 기간 필리조선소를 방문할 때 김동관 부회장이 현지에서 동행할 전망이다.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협력하며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 중인 만큼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GS칼텍스와 GS EPS가 미국산 에너지(원유, LNG)를 구매해왔으며, 향후 미국산 LNG 추가 구입이 가능한 만큼 이와 관련된 행보를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이 미국 보잉과 항공기·엔진 도입 계약을 맺은 바 있어, 항공기 구매 등 협력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미국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신·증설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구자은 회장이 이끄는 LS그룹은 LS전선 해저케이블&소재 사업, LS일렉트릭 전력기기&시스템 사업, SPSX(슈페리어에식스) 권선&통신 사업 등에 약 30억 달러(4조원)를 투자한다. 현재 LS전선은 1조원을 투자해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에 HVDC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이재현 CJ 회장은 미국을 글로벌 사업 전초기지 겸 핵심 거점으로 삼고 식품, 바이오, 문화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우 미국 내 시설 투자, 광물 수출 확대 등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최수연 대표는 인공지능(AI)과 ICT 분야에서 미국 빅테크와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경제공동체로 진화


이번 경제사절단은 단순한 동행을 넘어선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 재계가 직접 미국과 투자·협력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다.

과거와 달리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현장 중심 의제를 앞세운 만큼, 양국 협력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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