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종대 골프작가
석종대 골프작가

[뉴스포스트=석종대 골프작가 칼럼니스트] 아마는 크든 작든 무조건 내기를 한다. 스트로크, 스킨스, 라스베이거스 등 그 방식도 수십 가지에 이른다. 스트로크를 하면 그나마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동반자들의 타수가 천차만별이라 핸디를 주고 쳐도 백돌이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서서 죽으나 앉아서 죽으나 매한가지. 질 때 지더라도 자존심이 짓밟히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 친구들끼리 칠 때 실력 차가 있어도 핸디 없이 대등하게 경기하는 스크라치가 대세인 이유다. 

비즈니스골프계에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오래전 지방에서 건설업을 하던 모 기업체 회장은 지역 기관장들을 초대해 접대골프를 즐겼다. 타당 100만 원짜리에 배판도 있고 따당도 있고 종도 마음대로 울리는 무제한 스트로크였다. '노 핸디 노 뽀찌' 룰인데, 회장의 타수가 120~130개이고, 동반자들은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을 쳤다. 타수 차이가 크다 보니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회장이 잃은 돈이 억대였다고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칠 때마다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회장의 얼굴에는 늘 즐거움과 기쁨이 충만했다. 물론 접대 목적을 충실히 달성했기 때문이다. 동반자들도 흡족해했다. 비즈니스골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회장이 진짜 열심히 치는 것 같은데 점수가 신통치 않으니 돈을 따도 부담이 덜했던 까닭이다. 또 회장이 돈을 잃어도 편안하게 대해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회장이 부를 때마다 '콜'할 수밖에. 그러던 어느 날 회장이 친구들과 외국 나가서 라운드를 벌였다. 오장 스트로크로 내기를 했는데, 3박 4일 내내 싱글을 쳤다. 이 믿기지 않는 일화는 회장이 뒷날 검찰 조사를 받을 때 알려졌다고 한다. 배임 및 사기죄로 기소된 회장은 지금도 수감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설적인 일화는 비즈니스골프의 요체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돈 내기를 한다면 따든 잃든 절대 티를 내지 말고 동반자들이 상식선에서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접대한답시고 적당히 치거나 봐주면서 친다는 느낌을 주면 동반자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사진=뉴스포스트)

솔직히 돈 앞에 장사 없다. 적은 돈이든 큰돈이든 나가면 자존심 상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깝다. 비즈니스 호스트가 로우 핸디라면 자유자재로 타수를 조절해가면서 밀당을 벌이거나 모 회장처럼 동반자들 눈치채지 못하게 돈을 잃어줄 수도 있겠지만, 실력도 없고 연습도 안 하는 아마 호스트라면 무조건 열심히 쳐라. 동반자들도 오십 보 백 보다. 

무조건 잃어준다고 좋은 게 아니다. 스트로크가 아니라면, 타수가 많아도 운 좋게 돈을 딸 수 있다. 그 경우 딴 돈을 돌려주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막 홀이 끝나고 모두 카트카에 올라타서 클럽하우스로 갈 때 바로 돌려줘야 한다. 

샤워하고 밥 먹으러 가서 돌려주면 늦는다. 돈 돌려받는 동반자들 밥 안 넘어간다. 술도 안 들어간다. 직장생활이든 사회생활이든 연애전선이든 목적을 이루려면 타이밍을 잘 선택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하지 않음만 못하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특히 돈 문제는 예민하다. 비즈니스골프에서 딴 돈은 무조건 라운드 끝나는 그 자리에서 돌려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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