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석종대 골프작가 칼럼니스트] 라운딩 후 식사 자리에서는 아무래도 그날 라운드가 주된 화제가 될 수밖에 없다. 신들린 퍼트였다, 멋진 트러블샷이었다, 오잘공(오늘 가장 잘 맞은 공)이었다, 엄청난 롱기(longest)였다, 기막힌 버디였다 등 무용담을 주고받는다.
그날 점수가 좋은 동반자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경기를 망친 동반자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자칫 어색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골프 호스트의 재능을 발휘할 좋은 기회다. 잘 친 사람에게는 아낌없는 찬사와 다소 과격한 립 서비스를 하라. 못 친 사람에게는 그날 가장 인상적인 샷 하나를 언급함으로써 기를 살려주라.
거듭 얘기하거니와, 아마의 실력 차는 연습하지 않는 한 오십 보 백 보다. 그날그날의 운이 좌우할 때가 많다. 어느 날 그분이 와서 점수가 잘 나오면 프로라도 된 것처럼 업이 되어 동반자들을 가르치려 든다. 심지어 밥 먹는 자리에서도 팁이랍시고 훈계질한다. 술 한 잔 들어가면 상대 기분은 아랑곳없이 마구 자기 자랑을 해대고 표현도 거칠어진다. 그러다 보면 즐거워야 할 자리가 불편해질 수 있다.
이럴 때 호스트는 분위기를 전환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다른 얘기로 화제를 바꿔줘야 한다. 예를 들면 오늘 캐디는 어땠는지, 그린이나 코스 관리 상태가 어땠는지, 그늘집 음식은 맛있었는지 따위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다. 동반자가 새로 장만한 장비를 화제로 올리는 것도 좋다.
골프는 예민한 운동이다. 대체로 라운드 끝나고 식사 자리에 모이면 즐거운 분위기가 조성되게 마련이지만, 동반자의 부주의한 말로 감정이 상하거나 애써 눌러놓았던 짜증이 분출할 수 있다. 호스트라면 라운드 못지않게 식사와 여흥 등 라운드 이후 상황에 신경써야 한다. 동반자 중 누구라도 기분 나빠하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꼼꼼히 살피고 챙겨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