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석종대 골프작가 칼럼니스트]라운드가 끝나면 캐디가 "스코어 카드 뽑아 드릴까요?" 하고 물어본다. 동반자들이 버디를 많이 했거나 로우 스코어가 나왔다면 캐디가 물어보기 전에 뽑아달라고 해야겠지만, 반대일 때는 굳이 앞장서 스코어 카드를 언급할 필요 없다. 동반자 각자에게 맡기는 게 좋다. 요즘은 스마트카드가 나와서 자기 휴대전화로 점수를 다운받을 수 있다. 각자 알아서 하되, 4명 점수가 다 나오는 스코어 카드는 되도록 안 뽑는 게 좋다.
스코어 카드를 잘못 활용하면 분란이 생긴다. 내 후배가 고교 동창들하고 라운드를 했는데, 그중 한 친구가 싱글을 쳐서 자랑삼아 동창 단톡방에 올렸다고 한다. 문제는 자기 점수만 알린 게 아니라 나머지 동반자들의 이름과 타수가 다 적힌 스코어 카드를 올려버렸던 것이다.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점수가 노출된 친구들이 단톡방을 탈퇴하고 싸우고 난리가 났다. 나머지 동반자들의 타수는 싱글과는 대조적이었는데, 두 사람이 90~100 사이였고 한 사람은 100타를 넘었다, 싱글 자랑하려다 친구들 사이에서 신망을 잃게 된 것이다.
나는 30년 골프 하면서 한 번도 스코어 카드를 집에 가져온 적이 없다. 예전에는 스코어 카드를 캐디가 수기로 작성했다. 아날로그 시절이라 볼펜으로 적었다. 내 주변에 그 수기 스코어 카드를 지금까지 보관하는 친구가 있다. 몇 상자 가득 찬 것을 두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데, 매번 반성하는 뜻에서 모았다고 한다. 라운드 끝나면 늘 스코어 카드를 챙겨 연습장 가서 그걸 보면서 죽어라 연습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 친구가 스코어 카드를 모으는 지극정성으로 연습해서 프로처럼 되었느냐? 유감스럽게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실력이 같다. 평범한 아마다. 자기만 프로로 생각하고 있다. 우연히 시니어 프로들하고 몇 번 라운드한 것을 평생 우려먹는다. 프로들하고 같이 운동했다고 해서 자신을 프로로 여긴다는 건 난센스다.
프로가 립 서비스로 건넨 덕담을, 자신을 프로로 인정해준 증표로 여기며 환상 속에 사는 친구가 있다. 늘 프로의 마음으로 라운드에 임한다면서. 자신이 프로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자아도취해서 살아가는 것은 자유지만, 주변 아마들에게 '선의의 피해'를 준다면 문제가 있다. 어차피 프로들 축에는 끼어들 수 없으니 아마들에게 프로 흉내를 내면서 레슨을 해주는데, 자신도 못 하는 걸 연습도 안 하는 아마에게 요구하는 걸 보면 쓴웃음이 나온다.
이런 부류의 친구들을 주변에서 종종 본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 레슨의 허와 실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원점으로 돌아오면, 비즈니스골프에서 스코어 카드는 함부로 뽑는 게 아니다. 더욱이 당사자들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공개하는 건 금물이다. 동반자들 눈치를 봐가면서 다들 좋은 컨디션일 때 공유하는 게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