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석종대 골프작가 칼럼니스트] 라운드가 끝나고 집에 오면 동반자들의 베스트 샷을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에 다시 만날 때 상기시켜주는 것이 비즈니스에 도움을 준다. 예를 들면 누가 어느 골프장 몇 번 홀에서 버디를 했다든가, 몇 번 홀에서 몇 m짜리 롱기를 했다든가, 벙커샷으로 깃대에 붙였다든가 따위의 자잘한 내용을 기억해뒀다가 당사자 앞에서 그걸 끄집어내면 고마워하면서 호감을 품게 마련이다. 그날 좋았던 장면을 복기하면서 공감대를 이루게 되면 비즈니스 얘기를 꺼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아마들의 베스트 샷이라고 해봤자 18홀 동안 한두 개다. 특히 상대의 버디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아마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베스트 샷이 없다. 이글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구경하기가 힘들고 홀인원은 그림의 떡이다.
만약 비즈니스골프에서 동반자 중에 홀인원이 나오면 비즈니스는 그걸로 끝이다. 더 할 게 없다. 자신에게 행운을 안겨줬다며 평생 도와주면서 같이 갈 것이다. 그런데 쉽지 않다. 30년 비즈니스골프를 했지만, 우리 팀과 앞뒤 팀 통틀어서 홀인원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엄청난 운이 따라야 가능한 것이다.
스크린골프에서는 3,000번 치는 동안 딱 한 번 해봤다. 스크린 홀인원이었기에 그날 동반자들에게 저녁식사와 간단히 술 한 잔 사는 걸로 끝낼 수 있었지, 만약 필드에서 했으면 마이너스 통장 만들 뻔했다.
말 나온 김에 홀인원은 누가 잘할까? 프로보다는 아마가 잘하고, 아마 중에서도 로우 핸디보다 하이 핸디가 할 확률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는 파3에서 절대 깃대 핀을 겨냥하지 않고 핀과 그린 사이 중간을 보고 샷을 한다. 반면 아마는 무조건 깃대를 보고 친다. 깃대를 보고 친다고 공이 그 방향으로 날아가는 건 아니지만 깃대 주변 나무나 돌이나 암벽을 맞고 홀컵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속칭 후로크(엉터리) 홀인원이다.
프로에게 파3는 가장 부담스러운 홀이다. 타수가 적기에 한 번만 실수해도 파를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는 파3를 매우 좋아한다. 도 아니면 모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른 홀에서도 잃어버릴 타수라고 생각하기에 버디나 파를 노리고 무모할 정도로 과감하게 핀을 보고 때린다. 그러다 보면 운 좋게 버디를 하거나 나아가 그 귀한 홀인원도 하는 것이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면서 신중하게 샷을 날리는 프로보다 홀인원 확률이 높은 이유다.
호기로운 아마들은 파3홀을 만나면 별도로 내기를 하기도 한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파3홀에 경품을 내건다. 가장 흔한 방식이 원하는 사람에게서 1만 원씩 받고 버디나 파를 하면 고가의 선물을 주는 것이다. 심지어 공을 그린에 올리기만 해도 손해는 보지 않게 1만 원에 버금가는 선물을 준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평소 잘하던 사람도 버디나 파는커녕 그린에 올리지도 못할 때가 많다는 점이다. 경품 욕심에 힘이 들어가 무리한 샷이 나오는 탓이다.
프로대회에서도 특정 파3홀을 이벤트홀로 만들어 홀인원을 하면 부상으로 외제 자동차나 고가의 아파트까지 경품으로 준다. 흥미롭게도 상위권 프로보다는 하위권 프로가 경품을 차지할 때가 많다. 우승이나 순위를 노리는 상위권 선수는 빈틈없이 타수를 관리하므로 대부분 안전하게 샷을 한다. 하지만 하위권 선수는 어차피 상금순위와는 거리가 머니 경품이나 받자고 아마처럼 핀을 보고 샷을 한다. 한마디로 행운을 바라고 모험을 하는 것이다.
얘기가 잠시 빗나갔다. 요약하자면, 비즈니스골프가 끝난 뒤에는 상대의 베스트 샷을 꼭 기억해뒀다가 비즈니스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뜻밖에도 큰 행운으로 연결될 수 있다. 명심하라.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들이면 큰 결실로 보답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