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4세들 승계 속도 빨라져 "미래 먹거리 발굴" 주목
평균 나이 30대 젊은 피 수혈…해외 사업·진출 전략 강화

(왼쪽부터)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실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무, 신상열 농심 부사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이선호 CJ그룹 미래기획실장,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무, 신상열 농심 부사장 (사진=각 사)

[뉴스포스트=허서우 기자] 유통업계에서는 오너 3·4세들이 잇따라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젊은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래 전략을 고도화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이들은 30대의 감각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 구도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유통·식품기업들이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오너 일가 3·4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의 승진을 통해 각 기업이 젊은 경영진 중심의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J 4세 이선호,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 나서


우선 CJ그룹은 지난 9월 인사를 통해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지주사로 이동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기획그룹장을 맡게 됐다. 이 실장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CJ그룹은 이번 인사와 함께 대규모 조직 개편도 진행했다. 지주사의 핵심 기능을 △포트폴리오 전략 △미래전략 기획 △전략·준법 지원 △인재·문화혁신 등으로 재정비하며 그룹 차원의 전략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그룹장은 미국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13년 CJ제일제당에 입사해 그룹 경영전략실과 CJ제일제당을 거치며 경영 경험을 쌓았다. 2022년 10월부터는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미래 성장사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식품사업 확장을 주도해 왔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CJ제일제당이 원주 오크밸리에 설치한 비비고 부스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스 앞에서 비비고 제품을 활용해 특별히 선보인 메뉴를 먹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CJ제일제당이 원주 오크밸리에 설치한 비비고 부스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스 앞에서 비비고 제품을 활용해 특별히 선보인 메뉴를 먹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특히 햇반·비비고 등 K푸드 브랜드의 해외 시장 확대를 이끌며 글로벌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점이 이번 보직 이동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앞으로 이 그룹장은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주사에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해외 성장 전략을 구체화하는 등 CJ그룹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삼양 3세 전병우, '불닭 브랜드' 마케팅 성과 인정받아


삼양라운드스퀘어도 최근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전병우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며 오너 일가의 경영 전면 배치가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전 전무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의 장남이자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전 전무는 2019년 25세의 나이로 삼양식품 해외사업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뒤 1년 만에 이사로 오르며 임원에 합류했다.

이후 2023년 10월 상무로 승진했고, 불과 2년 만에 전무까지 올라 빠른 승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송출 중인 불닭소스 영상.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송출 중인 불닭소스 영상.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제공)

이번 승진에는 불닭브랜드 글로벌 프로젝트를 총괄하며 해외사업 확장을 견인한 실적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 자싱공장 설립을 주도해 글로벌 생산 기반을 마련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코첼라 등 글로벌 마케팅 활동,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기여하며 불닭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다.

불닭브랜드 외에도 전 전무가 기획에 참여한 '맵탱'과 지난해 출시된 '잭앤펄스(현 펄스랩)'의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꼽힌다. 승진을 계기로 이들 신규 브랜드의 성장 전략이 한층 구체화 될 전망이다.


농심 3세 신상열, 부사장으로 승진…미래 사업 발굴 맡아


농심도 최근 정기 인사를 단행하며 오너 3세의 경영 보폭을 넓혔다. 오너 3세인 신상열 전무는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전무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이다.

신 부사장은 2019년 농심 경영기획팀에 사원으로 입사해 이듬해 대리로 오르는 등 빠른 속도로 경영 전면에 합류했다. 이후 경영기획팀 부장과 구매담당 상무 등을 거치며 보폭을 넓혔고, 지난해 전무로 승진하며 핵심 사업을 담당해 왔다.

농심 캠프 험프리스 신라면 푸드트럭 행사 현장. (사진=농심)
농심 캠프 험프리스 신라면 푸드트럭 행사 현장. (사진=농심)

특히 그는 지난해 초 조직개편에서 신설된 미래사업실장을 맡아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전략, 투자·인수합병(M&A)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 업무를 직접 총괄해 왔다.

이번 승진을 통해 건강기능식품과 스마트팜 등 농심의 미래 사업군을 구체화하며 '뉴 농심' 구축 작업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한 '세대교체' 차원을 넘어 식품업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라면·가공식품 중심에서 벗어나 K-푸드 경쟁력, 글로벌 브랜드 전략, 현지화 생산능력(CAPA) 구축 등 성장동력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젊은 리더십을 전면에 배치해 변화 속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그만큼 결단과 실행력이 필요한 사업 환경이 되고 있어 오너 3·4세들의 빠른 승진과 조기 전면 배치가 전략적 선택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를 통해 주요 식품기업들의 전략 방향과 의사결정 구조도 젊어지는 세대 전환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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