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상품 겹침 지적 이어져...차별성 흐려진 ETF 경쟁 구도
"경쟁 심화 속 테마 쏠림 커지며 구조·콘셉트 유사성 가속"

(왼쪽부터)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옥. (사진=각 사)
(왼쪽부터)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옥. (사진=각 사)

[뉴스포스트=주연 기자] ETF 시장에서 1·2위 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신상품과 광고를 둘러싼 유사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구조가 비슷한 상품과 구성 방식이 유사하다는 의견이 잇따르면서 두 회사의 경쟁 구도뿐 아니라 시장 전반의 기획 관행과 차별화 전략에 대한 논의도 함께 확대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운용은 지하철과 유튜브 등에서 노출된 'KODEX ETF로 미국투자하는 이유' 광고를 게시 후 얼마 되지 않아 새 광고로 교체했다. 앞서 미래에셋운용이 'TIGER ETF로 투자하는 이유'라는 문구와 미국지수 ETF를 나란히 배치한 광고를 선보인 뒤 삼성 광고의 문구와 박스형 디자인 배치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 후였다. 삼성 측은 정기 교체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시기적으로 논란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런 사례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미래에셋운용이 'TIGER ETF' 문구가 적힌 주황색 열기구와 자유의 여신상을 결합한 광고를 선보였고, 이후 삼성운용도 자유의 여신상을 중심으로 한 테마 광고를 집행해 유사성 논란이 제기됐다. 

상품 구조도 비슷한 구도가 이어진다. 미래에셋이 'TIGER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을 내놓으면서 삼성의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과 기초지수와 전략이 겹친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 상품 모두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위클리 커버드콜 전략을 내세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인기 상품을 따라간 '미투 ETF'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광고비 역전…ETF 경쟁 심화


마케팅 지출 규모만 봐도 양사의 'ETF 전쟁'은 숫자로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운용의 광고선전비 지출은 130억3814만원으로 미래에셋운용 129억6336만원을 근소하게 앞섰다. 2022년만 해도 미래에셋운용 광고비가 185억원 삼성운용이 7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많았지만 지난해 이후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었고 올해 들어서는 삼성운용이 광고비 규모에서 우위를 보인 셈이다. 점유율 방어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 경쟁이 양사 모두에게 '카피 논란'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반복될수록 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ETF는 구조와 리스크를 얼마나 투명하게 알리는지가 핵심인데 유사한 광고 문구와 디자인이 난립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을 구분하기 어려워지고 브랜드 간 차별성도 흐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ETF는 구조가 비슷할 수밖에 없는 상품인데 최근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광고나 테마도 점점 닮아가고 있다"며 "요즘처럼 AI나 반도체 같은 특정 주제가 쏠림 현상을 일으키면 유사한 ETF가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광고도 요즘은 이미지나 카피까지 AI가 생성하는 경우가 많아 유사성이 실제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도 사실"이라며 "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의도적 모방이라고 단정짓긴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금융투자협회와 금융감독원은 ETF 광고 유사성이나 표절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해 별도의 명확한 제재 기준을 두고 있지 않다. 광고 심의는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과 금투협 매뉴얼을 바탕으로 이뤄지지만 구체적인 표절 판단 기준은 부재한 상황이다. 상품과 광고 모두에서 유사성이 제기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시장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상품 구조 설계 과정에 대한 검토 필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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