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1년만에 총 12건의 개정안 발의, 새정부 출범 맞물려 개정 여부 주목

농어민과 중소상인의 피해를 우려해 농축수산물과 가공품 등을 수수 금지 품목에서 제외하자는 등 다양한 김영란법 개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중소상인 중심으로 형성된 경동시장 (사진=선초롱 기자)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 공무원을 비롯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 원(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를 금지한다. 다만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 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 원, 축의금·조의금 등 부조금과 화환·조화를 포함한 경조사비는 10만 원의 상한액을 설정했다. 또한 누구나 직접 또는 3자를 통해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외부강의의 경우 사례금도 최대 50만원에서 최소 30만원까지 상한액을 뒀다. 사립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임직원의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액은 시간당 100만 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의 개정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김영란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보고에서 법개정 검토 필요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의가 보다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김영란법은 지난해 9월 시행 될 때부터 농축수산물의 소비 위축 우려 등을 이유로 꾸준히 개정 요구가 이어져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경북지역 기자 간담회에서 청탁금지법에 대해 “영세상인에게 어려움을 주고 있다. 농축수산물의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새 정부는 완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 한 모습이지만 일각에서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법을 더 강화해야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다양한 측면에서 개정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서도 이 같은 여론을 수렴한 다양한 개정안이 발의돼 왔다. 시행도 되기 전인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제안돼 오면서 지금까지 발의된 개정안만 12건에 달한다. 개정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들 개정안의 통과 또는 반영 가능성도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가장 최근(지난 22일) 개정안을 접수한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실의 서학성 보좌관은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시행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추진되는 개정이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새 정부도 우호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고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발의된 개정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크게 ‘완화’와 ‘강화’ 주장으로 나눠진다.

 

국회의원 박준영(사진=박준영 의원실 제공)

‘농어민·상인 피해’ 과하다, 적용 범위 축소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김영란법’ 정의에서 ‘금품등’의 범위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농수산물과 그 가공품,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전통주를 제외하도록 했다.

박 의원은 발의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선물을 할 경우 일체의 물품에 대해 선물 가액 범위 내에서만 허용되어 수요 위축으로 인한 농수축산물뿐만 아니라 축산물, 화훼 등을 생산하거나 가공하고 있는 농수축산 농민과 이를 유통하는 영세자영업자들의 생계유지가 어려울 만큼 큰 타격을 받고 있어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남도지사 출신인 박 의원이 영암과 무안, 신안 등 농수축산농가 지역구 민심을 반영한 개정안인 셈이다.

박 의원 측은 국회 법제국회 법제관실과 2개월간의 검토와 협의를 거친 개정안인 만큼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서 보좌관은 “법제실 검토 마치고 지역여론과, 해당 단체 등 다양하게 의견을 수렴 해 진행했다”며 “반대하는 의원도 적지 않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농축수산물을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개정안에 반영돼 왔다.

지난해 7월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 등 25인이 발의한 개정안에서도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수수금지 품목에서 제외토록 했다. 같은해 6월 김종태 전 의원이 발의해 계류중인 개정안에서도 같은 내용이 담겼다.

단계적 조정안도 제기됐다. 지난해 8월 강석호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의 수수금지 품목 제외를 명절과 같은 특정기간 내에 한정 했다.

같은달 접수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의 개정안은 농어민들이 농·축·수산물과 그 가공품을 허용가액(5만원)의 범위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준비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3년간의 유예기간을 주도록 했다.

수수금지 품목 외에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완화해야한다는 주장도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현재 김영란법은 공직자는 물론이고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원 그리고 배우자까지 적용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김태흠 의원(자유한국당)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에서는 장·차관, 정무직 공무원과 4급 이상에 준하는 공무원은 현행대로 시행을 하고 그 외 중·하위직 공무원과 언론인 등에 대해서는 2년이 경과해 시행토록 했다.

김 의원은 “법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소비위축과 내수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며 “따라서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그 외 대상자는 단계적으로 적용함으로서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자 한다”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접수된 강효상 의원(자유한국당)의 개정안에서는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공직자 등’에서 제외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 등이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경우 현행법의 적용을 배제하는 조항을 삭제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의 면책 통로를 차단하는 안도 제시했다.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연수원에 설치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규제 허술’ 부족하다, 대상·기준 확대

 

이처럼 완화 주장 외에도 규제 강화에 방점을 찍은 개정안도 다수 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접수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개정안은 공직자가 민간인이나 민간 기업을 상대로 기부금 출연, 인사청탁 등 부정한 청탁행위를 하는 행위를 현행법상 공직자를 상대로 한 부정청탁 금지와 동일한 차원에서 규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즉 공직자가 기업을 상대로 기부금 등 준조세를 강요, 갹출하거나 기업 임직원 등에게 인사 청탁을 하는 경우도 제제하겠다는 것이다.

같은달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공공기관 출자로 조성된 모태펀드 운용사 뿐 아니라 이로부터 출자받은 자펀드 운용사도 김영란법 적용을 받도록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해 9월 박대출 의원(자유한국당)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도 언론행위로 규정, 그 대표자와 임직원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대선출마로 의원직에서 물러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의원도 김영란법 개정에 동참했다. 지난해 8월 안 전 의원은 김영란법 제정 당시 핵심 내용이었지만 빠져버린 이해충돌 조항 복원을 개정안에 담았다. 안 전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 ▲고위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의 수행 금지 ▲공직자의 직무 관련 외부활동 금지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제한 ▲소속 공공기관 등에 가족 채용 제한 등을 요구했다.

한편, 새 정부가 개정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이처럼 다양한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김영란법 개정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대목이다. 특히 최근 법무부 간부와 서울 중앙지검 간부 사이에 발생한 돈봉투 만찬 사건 이후 부정부패를 척결 여론이 강화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섣불리 김영란법 개정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권익위도 당장 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쟁점 중 하나인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 상한선 변경도 법적 안정성 훼손을 이유로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영란법과 관련해 행정입법 가능성도 남아있다. 결국 앞으로 정부와 국회의 움직임에 따라 국회에 계류된 개정안이 빛을 볼 수 있을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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