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무더위가 성큼 물러가고 계절이 익어가는 9월 11일 행사 취재차 찾은 충남 홍성에서 한 초로의 신사를 만났다. 마치 60~70년대 유행가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연상케 한 그의 모습에 잠시 과거로 돌아온 건 아닌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도회지에서 만나는 중후한 기풍의 노신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시골 어느 한구석에서 만나는 촌로는 더더욱 아니었다. 언제 적인지 우리들 마음 한 켠에 남아있던 세월의 흐름만큼이나 격동의 시절을 살아온 바로 이웃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늦깎이 시인 이석규 (사진=신현지 기자)

이석규. 아니 이제는 시인이라 칭해야 할 듯하다. 75년이 걸렸다한다. 시인이라는 칭호가 이름 석 자 앞에 붙게 되기까지……. 어릴 때부터 차곡차곡 써왔던 글이 700편이 넘어갔지만 등단이란 단어는 그에게 낯설기만 하다.

시인이 되고 싶었지만 시인이 될 수 없었던 그의 지나온 삶이 어쩌면 그동안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냥저냥 글 쓰는 것에만 만족하고 자신의 삶을 그렇게 살아온 세월이다.

우연한 기회에 계간지 국제문학에 시 몇 편을 보냈더니 덜컥 당선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지만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한다. 그만큼 의외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동안 과연 될 수 있을까 라고 생각만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인생이란 그러하다.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당혹도 잠시 그에게는 이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부지런히 글도 써야하고 조만간 책도 만들어야 한다. 이미 써놓았던 글들을 가다듬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그리는 글도 추가하면 금년 말쯤이면 책이 가능하지 않을까하다는 그의 말이다. 스스로 시인 자격이 없다고 손사래 친다.

이미 왕성한 활동기를 한참 넘어서 작품 활동을 얼마나 오래할 수 있을지 모를뿐더러 정식으로 시 창작 공부를 해보지도 않았는데 기성 작가들과 같은 시인이라는 이름은 스스로를 더욱 부끄럽게 만든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이제 문학을 새로 시작하는 만학도 라고 스스로를 낮춘다.

그는 현재 지역신문인 홍주신문 주민기자로 지역민들의 소식을 전하고 자동차운전 시험관으로 활동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살아갈수록 무게를 더 하는 많은 이유들 중에 세월의 흔적을 정리하고 싶다. 노년의 세월 한 모퉁이에서 한 송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이석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늦깎이 시인의 하루는 그렇게 바삐 지나간다.

계절을 읽어도
낙엽을 보아도
시인이 되지 못했다.

 

이것 했다 저것 했다
시간 뺏길 때마다
욕도 하고 짜증도 내고

 

중략-

 

지구가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영원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하루는 영원을 의미 한다(중에서). 이석규


이 석 규
충남 청양 출생
국제문학을 통해 시인 등단
홍주신문 주민기자
천안 삼원 자동차운전 전문학원 시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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