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쌀 개발자 김명석씨가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쌀의 기원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쌀의 재배는 BC 9000년경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설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고고학 개론서인 ‘현대 고고학의 이해(Archaeology)’에 흥미로운 내용이 실려 눈길을 끌고 있다.
그것은 쌀의 기원이 중국이 아닌 한반도라는 것이다. 이 책이 ‘쌀의 기원’으로 언급한 것은 청주 청원군 소로리볍씨로,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1998년과 2001년 10월 2차례에 걸친 발굴 조사를 통해 발견됐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 1만3000~1만5000년 전의 볍씨로 인정돼 학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로 공인받았다. 벼의 기원과 진화 연구, 빙하기 후기의 기후와 식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된다.
소로리볍씨는 지난 2003년 10월 영국 BBC가 "중국 후난성 출토 볍씨보다 약 4000년이 앞선다"고 소개됐고, 2004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문화유산회의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서의 등재가치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충분히 자긍심을 가질만한 대목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쌀이 차지하는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 양곡연도(2016년 11월~2017년 10월)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6㎏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루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약 163g 정도이다. 밥 한 공기에 쌀 120g 정도가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하루에 한 공기 반도 채 먹지 않는 셈이다. 반면 식료품 및 음료 등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쌀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된 쌀 소비량은 65만8869톤으로 전년에 비해 8만3409톤(14.5%) 늘었다.

김명석 고미선 부부(사진=신현지 기자)

쌀 소비가 줄어든 지금 소비를 늘리려는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능성 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부쩍 늘었는데 아직까지 가시적인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기능성 쌀은 우리가 주식으로 사용하는 쌀보다 영양보충과 영양균형에 도움을 준다.
또 쌀 수요를 촉진함으로써 우리 농산물 지키기와 식량 안보적 의미를 가지며 3000가지 이상의 생활용품을 만들어 내는 쌀의 사용 용도를 더욱 다양화시켜 틈새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신소재사업으로 개발 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쌀에 각종 영양소를 코팅(쌀 표면에 두르는 방법)하는 방법만 개발되어 있어 미완의 개발에 그쳐 있었는데 최근 코팅기술을 넘어 쌀 알갱이 하나하나에 영양소를 흡착하는 방식이 개발되어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흡착식 쌀 개발자 김명석씨는 원래 전복양식과 전복 전문식당을 운영했다. 그러다 전남 무안군 청계공단에 소재한 ‘튀기지 않는 라면공장’을 인수하면서 전복라면, 전복죽, 전복밥, 전복분말 등 전복을 이용한 월빙음식을 만들었다. 전복 세절편기, 전복분말 제조법, 기능성 라면 제조법 등 특허도 받았다.

그러다가 국내 쌀 재고가 늘고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쌀 소비를 늘릴 방법을 찾던 와중에 기능성 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한다. 기존 쌀에 영양과 건강을 첨가한 쌀을 개발하여 농민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가게끔 해보자 했던 것.

그 같은 노력 끝에 울금쌀, 파래쌀, 복분자쌀, 양파쌀 등 기능성 쌀을 개발하였다. 특히 그가 개발한 쌀들은 기존의 코팅방식이 아닌 울금, 파래, 복분자, 양파 등을 쌀에 흡착시켜서 고유의 색깔을 내게 했으며 울금 등에 포함된 영양소가 그대로 쌀에 함유되어 있어 건강에도 일조한다.
기능성 쌀에 함유된 울금의 커큐민은 염증질환과 치매를 예방하며 당뇨, 고혈압, 혈액순환에 좋고 복분자의 안토시아닌은 뇌기능 향상, 몸에 지방, 탄수화물이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 더욱이 이들 기능성 쌀은 이미 한번 씻어서 다시 씻을 필요가 없으며 밥맛이 좋고 소화가 잘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기술은 결국 특허로 이어져 간편조리용 쌀 제조방법 등을 특허 출원하기에 이르렀고 현재는 국내 유수의 유통회사와 유통계약을 맺었으며 일본에 수출까지 하는 등 국내산 쌀 소비에 진력하고 있다.
그가 꿈꾸는 것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논농사밖에 모르고 살아가는 농민들을 위해 보람된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그 같은 열정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땀 흘린 연구는 없었을 것이라는 그의 설명이다.

그동안 김명석씨가 개발한 제품들의 특허 출원증 (사진=신현지 기자)

그동안 전복식당과 전복양식을 하면서 벌었던 것은 기능성 쌀 개발에 모두 투자됐다. 이를 옆에서 지켜본 그의 부인 고미선 ㈜미지푸드 대표도 처음에는 쌀 개발에 반대했었다 한다. 하지만 한번 결심하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끝을 보는 그의 고집에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의 개발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명석씨가 개발한 기능성 쌀을 판매하는 역할을 고 대표가 맡아서 하고 있는 것. 고 대표는 “가끔 남편이 미울 때도 있지만 그의 집념에 결국 여기까지 오게됐다”며 미소 짓는다.

국내 최초 기능성 쌀 개발자라는 자부심 속에 “현대 감각에 맞춰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간편성, 편리성, 영양적인 면을 두루 고려한 기능성 제품을 언제든지 구매가 가능하도록 판매체계를 구축하고 우리 쌀 소비를 늘려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김명석 고미선 부부.

보다 영양 많고 월빙스러운 쌀 개발에 대한 이들 부부의 집념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기자와 만난 이 시간에도 다음 스케줄을 향해 가야 한다면서 발걸음을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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