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은 사랑을 얻는 기술이다

김청 마술사(사진=김청 제공)

[뉴스포스트= 신현지 기자] 마술의 세계, 생각만 해도 짜릿한 즐거움이다. 마술사의 손짓 하나로 꽃이 피어나고 비둘기가 날아오르고 아름다운 여인이 허공을 날고, 빈 접시 안에 음식이 가득 차오르고....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것처럼, 마술사들이 천연덕스럽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세계가 신기하다.

우수도 경칩도 지나 황사가 도시를 장악하는 날에 김청 마술사와 만남을 약속했다. 불을 이용한 마술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기네스북(2015)에 오른 마술사라고 했다. 이미 TV의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소개된 마술사라고 했다. 대학에서 마술강의를 하는 교수이기도 하고. 그를 통해 신비한 마술의 세계를 한 꺼풀 벗겨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영등포 노숙인들을 위한 자선공연을 마치고 오는 길이라며 약속장소에 허겁지겁 들어온 그는 대뜸 카드부터 꺼내 들었다. 내 나이를 맞추어 보겠다며. 그런데 어쩌랴. 난 이미 그 마술카드의 속셈(?)을 알고 있었으니. 그래도 일단은 속아주는 척… 이국적인 외모의 그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니 나 역시도 즐거워졌다. 아니, 마술 역시도 관객의 눈높이를 고민해야 하는 문학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그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술의 입문은 '불후의 명작'에서 불춤이 계기

김청(예명), 마술사 경력은 올해로 17년째. 처음엔 배우 지망생이었단다. 집안으로 반대로 춤을 추는 비보이가 되었다고. 그런 그가 마술에 입문하게 된 것은 불후의 명작이라는 영화 출연이 계기였다. “아마 2000년이었을 겁니다. 박중훈 주연의 ‘불후의 명작’이란 영화가, 그때 저는 프로 무용수로 불춤을 추는 역할이었어요. 동춘서커스 홍승호 부단장님에게 마술을 배웠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오늘의 마술세계로 들어오게 된 거지요. 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전공에는 관심 없고 춤추기를 좋아했어요. 80학번인데 학교 행사 때마다 나가 춤을 추었지요. 부상으로 매번 술을 받았는데 친구들에게 다 나눠 주었어요. 전 술을 전혀 못 하거든요.”

(사진=김청 제공)

불마술을 배우다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기도

그가 불마술로 기네스북에 오른 건 2015년, 처음엔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서 연습하느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불마술 역시 방송극 측의 제안 때문이었다. “방송극 생일인데 케잌에 불을 붙이는 장면이 필요하다고. 입에서 최대한 불이 길게 나와야 한대요. 그 미션을 받고 그날부터 엄청 연습했어요. 하루에도 몇 시간씩 가스를 입에 머금고 내뿜는 연습을 했지요. 처음엔 부탄가스로 했어요. 그랬더니 불이 허옇게 나와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시너로 했지요. 그랬더니 순식간 불이 얼굴을 덮쳐 얼굴 전체가 홀랑 벗겨져 버렸어요. 다행히 겉 피부만 화상을 입어 흉터가 남지 않았는데 당시 몇 개월 동안을 화상치료를 받았어요. 가족들은 하지 말라며 난리였어요. 그렇지만 마술사 2만이 넘는 시대에 그들이 하지 않는 뭔가를 해야 살아남는 거라서 끝까지 강행했지요. 그때 마침 인천에 사는 칠용이 부자가 불을 잘 다룬다는 소리가 있어 찾아갔지요. 장애를 가진 분들인데 그 분들에게 1주일을 배웠어요. 그러니 제법 불을 다룰 수 있게 되더라고요. 불을 좀 다룰 수 있게 되자 춤을 가미한 3분짜리 안무를 했어요. 프로무용수로만 15년이라 제가 춤은 자신 있었거든요. 정말 폭발적인 반응이 왔어요. 그때부터 공연이 많아지면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어요. 세계적인 불의 귀인 세 사람(한국, 프랑스, 일본) 중의 한 사람으로 정상(기네스북)의 자리에 오르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고요.”

12번 바뀌는 변검의 수준 회금까지도 가능

타고난 춤 실력과 노력파인 그의 마술의 열정은 불마술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중국의 사천극(四川劇)의 하나인 변검에도 특출했다. “처음 중국 영화를 보고 변검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멋있더라고요. 아, 나도 저걸 배우자. 그런데 변검은 진짜 어려운 기술이었어요. 의상도 무척 비싸고요. 복장에 일일이 줄을 걸어 수작업을 해야 하는 거라, 또 12개의 가면을 얼굴 사이즈에 맞게 제작을 하는 거라 준비기간이 정말 오래 걸려요. 그래도 변검을 배워 올 생각에 중국 현지에 의상까지 맞춰놨어요. 그런데 하필 가는 날에 일이 생겨 못 갔어요. 나중에 현지에서 배워 온 동료에게 배웠지요. 그가 잘 배웠더라고요. 중국 현지에서 그것을 배우는데 회금(12번 바뀌고 맨 얼굴 다음 다시 가면을 쓰는 과정) 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또 애제자에게만 전수한다는 그것을 전 보름 만에 배웠어요. 그리고 지금은 12번 가면 변화와 회금까지 하는 수준이 되었고요. 그런데 변검은 무엇보다 춤이 관건이에요. 저는 일단 춤이 되니 다른 마술사들과는 차별이 생겼어요. 프로 무용수로 활동이 지금의 마술에 커다란 재산이 된 거지요.”

문화의 파수꾼, 중국의 변검을 우리의 아리랑 변검으로

그렇지만 지금도 그에게 변검은 여전히 긴장되는 무대다. “변검 복장을 하면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데도 혹 복장에 제작한 그것들이 잘 못 될까봐 대기실에서 편안히 앉지 못해요.” 그런데 그보다 그의 마음을 편치 않게 했던 것은 왜 내가 중국의 문화를 알려야 하느냐는 생각이었단다. 그런 불편함에 그는 변검 2년 만에 우리나라 형태로 변검을 다시 제작 했다. “복장부터 가면까지 우리 것으로 싹 다 바꿨어요. 아시겠지만 제가 하는 변검은 우리의 사또 복장이에요. 한국적 이미지로 제 탄생시킨 것이지요. 이름이 아리랑 변검입니다. 2007년 12월 대선 KBS CF에 역대 대통령의 얼굴이 바뀌는 아리랑 변검을 선보였어요. 2008년 5월에 베트남 하노이 NCC 한‧베트남 영화제에서도 아리랑 변검을 했어요. 반응이 정말 대단했어요. 베트남 관객들이 얼마나 갈채를 보내 주었던지 지금도 잊지 못할 공연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사진=김청 제공)

마술은 사랑을 얻는 기술

이렇게 중국의 변검에 우리 문화를 접목할 줄 아는 그는 동아인재대학에서 마술학과 학생들을 지도하는 초빙교수로 또 마술건강 강의로 전국의 보건소를 순회하며 건강과 웃음을 선물한다. 뿐만 아니라 방송 출연과 CF, 뮤직비디오, 신사복 모델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력하고 있는 엔터테이너로 자기 관리 철저한 프로다. 그의 프로 의식은 마술사 이전에 프로무용수로 활동해온 허리 26 몸매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헬스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다진다고. 하지만 이렇게 자신에게 철저한 그도 무대에서의 긴장으로 가끔은 실수도 한단다. 그럴 때면 그는 실수를 시인하며 관객들을 향해 쑥스럽게 웃는다고 그럼 관객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고. 그러니까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런 그에게 마술의 정의를 물었다. 그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사랑이라고 답했다. 마술은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기술이라고. 그래서 그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그 열정은 4살 연하의 아내를 얻는 것에도 성공했단다. “동네 교회의 장로님 셋째 딸인데 프러포즈 4 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아내의 얼굴을 보여주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이었다. “마음씨 고운 천상 여자예요.” 그러나 그의 아내는 상당히 예쁜 얼굴이었다.

감사하며 살자 베풀며 살자, 내 것이 내 것 아니다.

아내 자랑에 얼굴이 환해진 그가 가장 감명 깊었던 공연은 베트남 하노이 NCC, 예술의 전당에서였단다. “공항에서부터 공연장까지 저희 출연진들의 사진을 내걸어 환영해주었던 그것이 정말 감동이었어요. 또 3층 높이까지 들어찼던 관객들의 갈채와 베트남 3개 방송사가 다투듯 우리의 공연 장면을 방영한 그것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물론 국내 공연에서도 그는 화려하다. 예술의 전당, 국립극장, 세종문화화관, 오페라 리골레토, 뮤지컬 퀸 에스더 등 많은 공연을 통해서 그는 사랑을 받았다. 때문에 그는 이렇게 받은 사랑을 홀트학교와 노숙인들의 자선공연을 통해 함께 나눈다고 했다. 이런 그가 평생 지니고 있는 신념은 “감사하며 살자, 베풀고 살자. 내 것이 내 것 아니다” 이다. 사랑하는 동생을 잃고 나서 그런 생각이 더욱 확고하다. 또 그에게 자랑이 있다면 두 아들이다. 얼마 전 큰아들이 헬기 조종사에 합격을 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연기전공 하는 작은 아들 역시도 끼가 다분해 자신의 길은 잘 헤쳐 나갈 것이라며 아들바보의 환한 웃음을 웃었다.

마술은 비밀이 묘미, 그 시간을 즐겨라

마지막으로 그에게 마술에 대한 비밀 하나를 밝혀 달라 부탁했다. 순간, 그가 머쓱하게 웃으며 도리질을 했다. 마술은 비밀이 묘미인데 그것을 밝혀버린 순간, 마술의 묘미는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말을 덧붙였다. 사람들이 마술 공연을 보시면서 뭔가 자꾸 밝혀낼 생각들을 하시는데 그러지 말고 그냥 그 시간을 즐기시라고. 마술을 속임수로만 보시지 말고 종합예술로 그 자체를 즐기시라고.

그러니 나 역시 더는 그 세계의 비밀을 캐 물을 수 없었다. 아니, 그의 말처럼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그에게 배운 카드마술을 시연해 볼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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