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영미 대전대학교 교수 제공)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대전대학교 김영미 외래교수의 '정지용 시와 주체의식'이 지난 ‘201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 학술도서'로 선정이 되었다. 이번 우수도서 선정은 정지용 시인을 시대가 갖는 주체와 타자성과의 관련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는 점과 철학자 레비나스의 인간이해를 바탕으로 그의 시를 풀어냈다는 점이 높이 평가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는 교수와 시인이며 충북 옥천의 한국문인협회 옥천지부 회원인 김 교수와의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5월 광시문학축제 이후 두 번째 보는 김 교수는 조금은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열렸던 ‘30회 지용제’ 주관의 인원으로 정신없이 바빴다는 답이었다. 시인이며 충북 옥천의 한국문인협회 옥천지부 회원인 그녀는 ‘지용제’가 옥천의 지역 축제를 넘어서 전국의 문인들의 문학의 교류의 장이 될 수 있게 각별한 힘을 기울였다는 답을 더했다. 또 그 같은 노력에 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려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30회 지용제’에 관해 그녀의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30회 지용제’의 정지용청소년문학상과 정지용백일장 등 문학 교류 중추적 역할 담당

지용제는 한국 현대시의 선구자인 정지용(1902~1950)시인을 추모하고 시문학정신을 잇기 위한 문학축제로 지용의 음력 생일인 15일을 기준으로 매년 정지용 시인의 고향 옥천에서 열린다. 올해 30회 지용제를 맞아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옥천 정지용 생가, 지용문학관, 지용문학공원 일원에서 ‘詩끌벅적 감동 30년’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나는 옥천문인협회의 회원으로 정지용청소년문학상과 정지용백일장 등을 주관하며 타 지역과 문학교류에 힘을 썼다.

그리고 ‘30회 지용제’에 앞서 지난 5월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지용제 30년만의 서울 나들이’ 행사가 개최됐는데 이 자리에 옥천 군수, 옥천문화원장 지용회장과, 전국문학인, 옥천군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화려한 축제의 서막을 알렸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29회 정지용문학상’ 시상식과 올해 수상자 김남조 시인의 시 ‘시계’ 낭송이 있어 자리를 함께한 모든 사람이 진한 감동에 감개무량했다.

축제의 열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 상기된 표정의 그녀에게서 한국을 대표하는 모더니스트 정지용의 이미지가 얼핏 오버랩 되었다. 그녀가 그만큼 정지용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이유일 것이었다. 여기에 그녀는 2016년 우수도서로 선정된 소감과 ‘정지용 시와 주체의식’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16년 우수도서 선정은 만학의 열정을 쏟은 첫 연구서로써 문학의 행복감

먼저, 박사 논문을 엮은 『정지용 시와 주체의식』이 2016년 대한민국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더욱이 만학의 열정을 쏟은 첫 연구서이기에 믿어지지 않아 여러 번 확인했다. 주변에서 “뒤늦은 공부를 왜 하느냐? 박사까지 고생을 사서 한다.”등등의 말을 들었지만, 문학이 주는 행복감을 이번 연구서에서 맛보았다.

‘정지용 시와 주체의식’은 기존의 틀을 벗어 레비나스의 철학으로 풀어낸 새로운 시도

이 책의 특징은 철학으로 정지용의 시를 새롭게 읽고자 하는 것이었다. 특히 서양철학에서도 종래의 것과는 아주 다른 레비나스의 철학으로 정지용 시를 푼다는 것은 좀처럼 엄두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뭔가 운명처럼 내 자신에게 육박해 들어오는 그런 느낌이 날 사로잡아 결국 해냈다. 특히 정지용, 그의 시대 안에서 배회하다 ‘시인’이라는 위대한 두 글자를 만났던 점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간 어려운 공부에 대한 보상치곤 너무나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다.

종래의 정지용을 보던 것과는 달리 서양의 철학으로 정지용을 풀어낸 김 교수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은 그만큼 담대한 배짱과 또 그에 걸맞은 어려움이 뒤따랐음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냈다.

정지용 연구논문 작업에서의 어려운 점은 철학이 먼저 전제되어야 하고 특히 레비나스 사유가 바탕이 되어야 

정지용 시인은 기존의 많은 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했다. 따라서 결과물이 꽤 많은 편이었다. 더욱이 ‘현대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기에 예민한 부분도 그랬다. 하지만 시인의 인간적인 측면에 관심을 가지면서 철학으로 접근해 보고 싶었다. 그동안 시를 철학으로 푸는 경우는 드물었다. 시를 철학으로 읽는다는 것은 시도 잘 알아야 하지만 철학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레비나스 사유는 어려워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레비나스의 철학은 전체성의 철학을 비판하면서 어떤 무엇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개인의 인격적 가치와 타자에 대한 책임을 보여주는 타자성을 지향한다. 또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전반적 이해의 바탕을 소통의 철학으로 타자 지향적 삶의 윤리를 제시한다. 나는 이런 맥락이 정지용의 시적 고민과 닿아 있다고 판단했고, 그 사유의 과정이 시 전반에 흐르고 있음을 파악했다. 그런데 정지용 시에 나타난 근대의 현상과 한국 근대적 현실에서 그의 고유한 범주와 질적 특수성으로 인식되는 주체의 형성과정을 타자성에 대한 사유에서 고민하면서 난관에 부딪쳤다.

하나는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정지용의 시세계를 서양철학으로 읽어내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다른 하나는 주체와 타자라는 거대한 주제에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할 지의 여부였다. 하지만 레비나스의 철학과 정지용의 시적 사유가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한 연대와 소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판단됐기에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한 레비나스의 철학적 사유는 자기실현의 과정에서 만나는 타인의 존재가 인간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밝히는데 집중돼 있다. 정지용의 시적 사유도 인간 삶의 가치 지향적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탐색에 있었기에 그의 시 의식은 주체를 회복하고자 하는 정신에서 비롯된다. 그 실천적 의지의 발현으로 타자를 주체 구성의 중요한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정지용 시인의 시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서도 어딘가 억제되어 있었던 향수와 동경이 일깨워지는 계기가 있는 것 같은데, 바로 이 점에서 철학으로 시 읽기가 가능한 것이 아니가 싶다. 이런 전제 하에 개인의 인격성과 고유성, 인간 존재의 윤리적 의미가 함축된 타자의 사유만이 진정한 주체를 회복할 수 있다는 함의를 도출해 낸 레비나스의 견해에서 현실의 관계성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정지용의 시세계를 레비나스 철학으로 풀어낸 그녀는 학생들에게 정지용을 설명하는데 있어 이 말은 잊지 않는다고 했다..

정지용을 이해하기 위해선 ‘옥천’이라는 지역성, 인격성, 세계적 공감성을 동시에 성찰하고 체득해야만

정지용 시인은 잃어버린 조국과 고향 옥천을 향한 향수‘를 노래한 시인이다. 특히 고독한 모습이 시 속에 잘 드러나 고향인 옥천 사투리를 많이 사용해서 진솔함과 정감을 느낄 수 있다. 23살의 나이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지만, 결국 비애와 고통을 겪고 돌아온 후에는 6.25전쟁에 휘말려 다시 처참한 환경이 되었고. 더욱이 정지용 시인은 어린 자식의 죽음을 여러 번 목도하면서 다른 세계를 향한 탈출과 변신에의 욕망=초월적 욕망이 생겼던 것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정지용의 작품에는 철학이, 특히 후기에 갈수록 동양철학이 용해돼 있기에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도 아우러져 그의 삶이나 그가 겪었던 시대의 고통과 비애를 이해해야만 진정한 그의 시세계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옥천’이라는 지역성과 인격성과 세계적 공감성을 동시에 성찰하고 체득하는 지역 인문학의 안목과 관점에서 정지용은 보다 넓은 차원에서 다음 세대와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강단에서 또 시인으로서 바쁜 생활에도 그녀는 틈틈이 시간을 내어 혼자서 조조할인 영화보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특히 음악을 들으면서 드라이브를 하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클래식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심도 슬며시 내비쳤다. 이성보다는 그녀를 지배하는 건 감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문학세계가 궁금했다.

창작은 아픔에서 비롯되어야...문학지에서 서정시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해 안타까워

시인은 아파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한 예로 ‘그리움’을 생각하면 그리움은 그리워할수록 커지는 감성의 영역이다. 감정과 지성이 결합한 감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그 어떤 정형화 된 틀에 넣을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삶은 이성을 강조하거나 이성에 강요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삶의 질이나 내용을 채우고, 비우고 하는 삶의 욕망들은 대부분 감성의 영역에 있다는 게 문제다. 자신의 아픔을 딛고 타자의 아픔을 향해 나아가는 이타성이 필요한데, 바로 감성에서 출발해야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데 요즘 문학지에서 서정시가 제대로 취급 받지 못하는 것 같아 그것이 안타깝다.

시의 본령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는 젊은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김남조 시인의 수상소감을 아래 인용해 본다.

“우리나라는 시인을 사랑하고 예술을 존경하는 나라입니다. 이는 커다란 축복이며 더 나은 문학 발전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는 삶을 향한 긍정과 내면의 갈등을 작품에 담아냅니다. 

진심으로 우리가 함께 시인을 사랑하게 되는, 시인을 사랑하고 있는 민족인 것이 자랑스럽고 소중한 이 전통을 후세에게 오래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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