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형, "외롭고 쓸쓸하게 살다가 간 예술가에 대한 연민이 날 움직이게 했다"

국립발레단의 강효형 안무가 (사진= 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허난설헌의 삶을 재조명하여 ‘수월경화’를 무대에 올린 국립발레단 강효형 안무가를 만났다.

예원중과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그녀는 모던과 네오클래식이 특징으로 <허난설헌의 수월경화> 이전에 <요동치다>에서 이미 두각을 인정받은 안무가다. 또한 그녀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Next Generation>초청공연과 2016년 <빛을 가르다>에서 한국무용계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안무가 이전에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 무용수로 무대를 화려하게 수놓는 그녀의 바쁜 시간을 <본지>가 잠시 함께 했다.

허난설헌을 작품으로 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5년 전쯤 책에서 허난설헌의 시를 접했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주옥같은 시라고 느꼈다. 시를 읽으면서 어떤 이미지가 머릿속에 확실하게 그려지기 쉽지 않은데 시가 주는 색채의 느낌이나 어휘의 사용이 너무나 세련되면서도 아름답고 또 고고하면서도 슬프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느낌들은 오랫동안 머리에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았다.

특히 몽유광상산이 시인이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시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더욱더 절절하고 마음 아프게 다가왔다. 시대를 잘 못 타고난 탓에 자신의 천재성을 발하지 못하고 괴롭고 쓸쓸하게 살다간 예술가에 대한 연민이 생겼다. 그녀의 작품이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주 오래전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기회가 내게 주어졌고 난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발레로 몽유광상산을 녹여낼 수 있게 된 것에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국립발레단의 '수월경화' 공연 후 커튼콜 장면(사진 신현지 기자)

허난설헌의 '수월경화'에서 우리 한국의 멋이 느껴졌다. 또 '수월경화'를 발레로 만들기까지 쉽지 않은 무게가 느껴졌다. '수월경화'를 무대에 올리는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힘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10분,15분짜리 소품 2개가 경험의 전부였던 내게 1시간이 주어졌다는 부담감이었다. 즉, 처음으로 전막 발레를 구성하는 부분이 무엇보다 내겐 어려움이었다. 이어 감우와 몽유광상산 2개의 시를 엮어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달 할 것인지 고민이었다.

알다시피 시는 시상을 표현하고 시어를 통해 삶을 은유적,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구체적이진 않지만 시에도 스토리라인이 있다.  때문에 난 이것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해야 명료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었고 그것을 깊은 인상으로 남게 하는 것이 커다란 숙제였다.

또 하나, 역동적인 동작에도 지루함을 느끼는 관객 분들에게 지루하지 않게끔 연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려움이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했다.

그리고 다음 어려움은 늘어난 런닝타임 만큼이나 늘어난 무용수들의 수였다. 36명의 무용수들 각각에게 안무를 주어야 하는 과정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마찬가지로 무용수들이 연습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부족한 시간에 대한 압박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즉, 출연자수가 많다 보니 그만큼 정교함이나 완벽을 요하기 위해서 큰 인내가 필요 했다. 이와 같은 과정들을 겪고 무용수들은 무대에서 나의 기대이상으로 멋지고 아름답게 작품을 완성시켜 주었다. 모두가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힘든 시간이 보상되는 느낌을 받았다.

첫 전막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난 소감은 어떤가

거듭 말하지만 정말 모두가 감사하다.

꿈이 이루어졌다는 벅찬 기쁨은 다음이다. 이 작품이 탄생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렇게 큰 기회를 믿고 맡겨주신 강수진 단장님께 대한 감사와 작품이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의상, 무대, 조명, 음악 등 모든 디자이너와 스탭분들, 그리고 작품을 아름답게 완성시켜준 무용수분들 그리고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 한 분 한 분.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첫 전막 작품인 만큼 내 스스로의 부족함도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기에 많은 공부가 되었다는 것이 기쁘다. 앞으로 나의 부족한 점을 어떻게 채워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고 이런 귀중한 경험들이 모여 나를 한층 발전하게 할 것이라 믿는다.

끝으로 언젠가 꼭 무대로 녹여 내야지라고 마음먹었던 허난설헌의 아름다운 시와 삶을 이렇게 실제로 무대 위에 작품으로 탄생 시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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