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베드로병원의 배팔면 이사(사진=신현지 기자)

 [뉴스포스트=신현지 기자] 여름을 재촉하는 훈풍에 가로수 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풍성해졌다. 지난겨울의 혹독함을 잊은 짙푸른 녹음에 도심 역시 기운차졌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이런 자연의 위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니.

 강남 베드로병원을 방문했다. 1992년 신경외과 전문병원을 시작으로 꾸준한 사랑을 실천해 온 강남베드로병원의 윤강준 원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간 강남베드로 병원은 다문화가정, 새터민, 독거노인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들을 위한 무료 검진과 의술 활동으로 사회에 훈훈한 소식을 전해 왔다. 지난 1월에는 베드로병원 윤강준 원장의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회장 취임으로 그동안 장애인아이스하키 장애우들에게 꿈과 희망을 북돋는 일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속초가 고향인 윤 원장은 크고 작은 나눔으로 고향의 지역사회에도 꾸준한 사랑을 펼쳐왔다. 특히 겨울이면 속초의 연탄은행에 매년 연탄 2,000장씩 기부하며 어촌의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했다.

그의 나눔활동은 베트남 태권도 선수단 무료 의료지원 사업이며,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독립유공자 무료검진 실시, 여성 자궁무료검진 등 세심하게 이어졌다. 이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베드로 병원은 <뉴스포스트>가 방문하기 며칠 전에도 김청 마술사를 초청해 환자들과 이웃주민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했다.

베드로병원의 환자와 지역주민을 위한 김청마술공연(사진=신현지 기자)

 그런데 안타깝게 본지가 방문한 이 날에 윤강준 원장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는 수술 중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급한 걸음으로 병원을 누비는 배팔면 이사를 겨우 눌러 앉혔다. 선입견 탓일까. 그 역시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아니, 그도 윤 원장과는 뜻이 잘 맞는 사랑의 실천자라는 사실을 이미 입수한 터였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당신은 무슨 좋은 일을 하는 것인지 얘기해보라고 했다. 순간, 그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 쿡 소리 없는 웃음을 웃었다.

“제가 무슨 좋은 일은, 좋은 일을 하시는 분은 우리 병원의 윤강준 원장님이시죠. 전 그분의 지시대로 하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지금 원장님은 수술 중이라서 만나 뵙기가 좀 .....”

자신은 원장님 지시에 따르는 것뿐이라고 황급히 손사래를 치는 배 이사는 병원생활만 30년 넘는다고 했다. 그가 이곳 베드로병원에 온 지는 7년. 30년 넘는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윤 원장은 지금껏 본 의사 중 가장 특별한 사람이라고 했다.

 “제가 병원 생활 30년이 넘는데 윤 원장님과 같은 분은 진짜 처음 봐요. 아주 특별한 분이시죠. 보통 대표원장님들이 갖는 권위적인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윤 원장님은 이 병원에서 제일 먼저 출근하시는 것에 놀랐어요. 그리고 늘 뭔가 발전적인 얘기로 동료들에게 독려하시죠. 이 병원에 의사가 24명인데 의사들에게 학회발표회에 나가라, 어디 어디에 발표해라, 연구해라. 성실하고 부지런하게끔 항상 의사들을 리드하세요. 뭐 이 병원의 봉사활동이며 의료지원 사업 같은 건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니 따로 말씀드릴 건 없고요.”

 그렇게 말하는 배 이사 역시도 윤 원장과 코드가 잘 맞는 만큼 베드로 병원에 오기 전부터 봉사와 기부활동은 특별히 관심을 가졌었다고. 늘 환자들과 가깝게 지내는 터라 누구보다 환자의 고통을 잘 이해하는 그는 종종 병원 환자들을 위한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이란다. 지난번 김청 마술사의 초청공연 역시도 그가 윤 원장에게 제안했던 것이고.

“그게 무슨 특별한 일이라고, 우리 대표원장님께서 환자분들을 위로하고 또 지역과 소통할 방법을 생각하던 중이라, 때마침 김청 마술사께서도 흔쾌히 응해주시고. 아, 그날 마술공연 때 개그맨 심현섭 씨도 좋은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공연을 함께 해줬어요. 덕분에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었는데, 환자분들이 잠시의 시간이지만 아주 즐거워하시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또 그런 모습에 우리 윤 원장님께서도 종종 그런 이벤트를 할 수 있게 하시는 것이죠.”

앞으로도 종종 병원의 환자들을 위해 이벤트를 열 계획이라는 그는 헌혈만도 35번으로 2015년 대한 적십자로부터 적십자헌혈유공장 은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헌혈이 무슨 대단합니까. 50번 채우고 싶었는데....., 작년 갑상선 암수술을 했어요. 암수술하면 헌혈을 못한다고 하니 그것이 안타깝지요. 앞으로는 봉사활동에 좀 더 치중해야겠지요.”

잠시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그의 전화는 바쁘게 울어댔다.  잠시의 틈도 없어 보이는 배 이사의 신조는 현재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봉사활동도 내게 주어진 일이니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고. 그런데 집에서는 빵점 남편, 빵점 아빠란다. 병원에서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잠자기 바쁘다고. 취미는 어쩌다 한 번 씩 나가는 골프가 전부이고. 그의 골프 실력은 보기플레이. 연습시간이 없어서란다. 대신 그의 핸드폰은 전국구라며 흐뭇한 미소였다.

 “보통은 개인정보 때문에 번호 가르쳐주는 걸 꺼리는데 전 전화번호를 다 알려주라고 하죠. 그게 또 인적자원이 되는 것이고. 전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대부분 이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간 분들을 통해 많은 분이 연락을 해주시는데 감사하죠. 그러니 제가 성심껏 상담을 해드리는 게 도리고요. 제 전화 상담을 통해 병원에 오시면 제가 직접 접수도 도와드리죠. 보람요? 아파서 오신 분들이 치료받고 완쾌되어 나가시는 것 보면 너무 기쁜 거죠. 제가 직접 치료를 하는 의사는 아니지만, 그 이상으로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배 이사와 인터뷰를 마치고도 윤 원장은 끝내 만나지 못했다. 이날 윤 원장의 수술은 <뉴스포스트>가 병원을 떠나고도 두어 시간 남짓 이어졌다고. 아니, 어쩌면 윤 원장은 일부러 인터뷰를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경 말씀이 떠올라 그와의 직접적인 인터뷰는 접어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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