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힘내, 힘내라우!”

지난 2월 크로스컨트리 스키애슬론에 첫 출전한 우리나라 선수가 크게 뒤쳐져 고전하고 있는 순간, 그를 목놓아 응원한 사람은 ‘남’이 아닌 북한 코치진이었다. 비인기종목에 아무도 메달을 기대하지 않는 출전이었지만 북한 코치진은 한시간이 넘게 경기장에 서 우리 선수를 응원했다. 차가운 설원에서 뜨거운 응원을 받은 선수의 마음은 어땠을까.

5일 <뉴스포스트>는 응원의 주인공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애슬론 부문 김은호 선수와 단독 전화 인터뷰를 갖고 당시 상황을 전해들었다. 김 선수는 “그때 제가 선두 그룹에 떨어져서 꼴지로 달리고 있었다. 더 떨어지면 안 되겠다는생각에 풀질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북한 분들이 뒤에서 ‘힘내, 힘내라우!’라고 말했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그렇게 외쳤다”고 회상했다.

김 선수는 “사실 북한 선수나 코치분들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이후로 경기장에서 보면 인사도 했다. 제가 거리를 뒀던 게 미안할 정도로 좋으신 분들이었다”고 말했다. 응원해준 북한 코치들과 이야기를 해봤느냐고 물으니 “그때 파카를 입고 계셔서 누가 누군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당시 김 선수와 그를 응원하는 북한 코치진의 모습은 연합뉴스의 ‘우리 선수 응원하는 북한’ 사진으로 남겨졌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2일 한국보도사진전에서 이 장면을 ‘최고의 사진’ 3장 중 하나로 선정했다. 나머지 두 사진은 중국 방문 당시 충징 대한민국 임시정부 앞에서 찍은 사진과 비오는 날 폐지를 줍는 노인 사진이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문 대통령이 선정한 ‘올해의 보도사진’의 주인공이라고 귀띔해주니 김 선수는 “정말요?”라고 기뻐했다. 김 선수는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다.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이걸로 인해 남북관계가 좋아지고 잘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당시 경기에서 김 선수는 선두에게 한 바퀴를 따라잡혀 아쉽게 실격했다. 크로스컨트리는 눈 쌓인 들판을 스키를 타고 달려 빠른시간 내 완주하는 경기로, 그중 스키애슬론은 클래식 주법 15km, 프리 주법 15km 총 30km를 달리는 장거리 경기다.

비인기종목 선수로 불편함이 없는지 묻자 김 선수는 “아무래도 장비나 훈련환경에 어려움이 있다. 외국같은 경우 하계 훈련 때 큰 러닝머신같은 롤러스키가 있다. 그걸 타면서 테스트를 하는데 국내는 그 기계 자체가 한 개도 없다. 결국 외국에서 훈련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다”고 토로했다.

김 선수는 “이번 평창올림픽은 경험을 쌓기 위한 출전이었다. 스키애슬론 말고도 거의 모든 시합에서 뛰었다”며 “시합을 하면서 모든 부분에서 부족함이 있었지만 특히 근력과 체력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계속 트레이닝을 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다음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 선수는 강원도 원주에서 개인 훈련에 돌입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스키애슬론보단 프리 15km 경기가 본인에게 맞는 경기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앞으로의 각오를 묻자 김 선수는 “올림픽에서 깨달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포기하지 않고 훈련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김 선수의 꿈은 다음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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