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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증장애인의 절규…“살인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인터뷰] 중증장애인의 절규…“살인리프트 대신 엘리베이터를”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8.06.26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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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시청역 2시간 '휠체어 시위'...일부 시민 폭언 서슴지 않아
지하철 리프트 수시로 사고..."중증 장애인들은 목숨 걸고 탄다"
이형숙 노들 장애인 자립 재활센터 소장. (사진=이별님 기자)
이형숙 노들 장애인 자립 재활센터 소장. (사진=이별님 기자)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서울 시내 지하철 역사에는 계단을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휠체어 전용 리프트가 있다. 가파른 경사 위를 천천히 지나가는 리프트는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서는 중증 장애인들의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그런데 지난 2017년 10월 20일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중증 장애인 한경덕 씨가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다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오른손이 불편했던 한씨는 왼손으로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기 위해 계단 앞으로 다가갔고, 그대로 넘어졌다. 약 석 달간 혼수상태로 있던 한씨는 올해 1월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소식을 들은 서울의 수많은 중증 장애인들은 한씨의 일이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다. 급기야 지난 14일 오전 10시부터 한씨가 사망한 신길역에서 시청역까지 서울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소속 중증 장애인들이 한 줄로 지하철을 타고 내리는 방식으로 일명 ‘지하철 타기’ 시위를 진행했다. 휠체어 이용 장애인 28명이 매 역마다 일시에 지하철을 타고 내리면서 상행선이 약 2시간가량 지체됐다. 일부 시민들이 지하철 연착에 폭언을 쏟아냈지만, 시위에 참여한 장애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된 시위를 진행해 나갔다.

시민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들이 말하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노들 장애인 자립 재활센터 이형숙 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휠체어를 타야 이동이 가능한 중증 장애인인 그는 서울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 자격으로 이번 시위에 직접 참가했다.

- 지난번 시위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서울 장차연에서 시위를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난 2015년 서울시가 오는 2022년까지 지하철 모든 역사에서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현재까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은 27개에 달합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저와 같은 중증 장애인 한경덕 씨가 리프트를 타려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책임지고 사과해야 할 서울교통공사 측은 도의적으로는 유감을 표명한다면서도 “이 사고는 장애인의 부주의로 일어난 것”이라며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서울교통공사와 이를 관할하는 서울시로부터 사과를 받고 이에 책임을 묻기 위해 이번 시위를 기획했습니다. 아울러 몇 년마다 반복되는 리프트 사고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과 서울 시내 모든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설치 등 장애인 이동권 보장도 요구했습니다. 이동권이란 인간의 기본권이니까요.

- 시위 방법이 독특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승객들에게 열차 지연 문제로 불편을 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하철 타기’ 시위를 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동 수단에 문제가 있을 때 비장애인이 조금만 문제를 제기하면 바로 조치가 취해집니다. 하지만 장애인 이용수단은 문제가 생길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데, 저희가 아무리 항의해도 개선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하철 타기’ 시위를 통해 ‘장애인들도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장애인 한두 명이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고, 장애인들도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시위할 때 주변 승객들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엄청났죠. “너희가 인간이냐”, “집구석에 가만히 쳐박혀 있지” 등의 말은 물론 “너희는 쓰레기다. 다 치워버려야 한다”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을 들었습니다. 또 저희에게 모욕을 주는 분들을 말리는 분들도 계셔서 서로 옥신각신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는 시민들과 싸우려고 이 시위를 한 게 아닌데 참 안타까웠습니다. 시민들을 상대로 싸우는 게 아닌 만큼 설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화가 나도 참았습니다. 이 소리는 ‘행복의 속삭임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웃음)

신길역 사고에 대해 항의하는 장차연 회원들. 9사진=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트위터 제공)
신길역 사고에 대해 항의하는 장차연 회원들. 9사진=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트위터 제공)

-지하철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가 이용자들이 느끼기에 얼마나 위험한가요.

저는 크고 작은 리프트 사고를 수시로 당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리프트를 타다가 중간에 멈춰버렸습니다. 결국 119를 부를 수밖에 없었죠. 소방대원 6명이 저와 휠체어를 들어서 내려줘야만 했습니다. 이처럼 리프트가 중간에 멈추는 일은 상당히 빈번합니다. 저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 때문에 리프트를 일주일에 두세 번 탑니다. 그런데 그중에 한 번은 꼭 가다가 서버립니다. 또 리프트 판 자체가 자주 흔들거립니다. 비끗하면 계단 앞으로 넘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 중증 장애인들은 언제 멈출지 모르고 덜컹거리는 리프트를 정말 타고 싶지 않습니다.

-휠체어 리프트를 보면 쇠로 된 안전바가 있던데, 그래도 안전하지 않나요.

당연하죠. 리프트 바닥엔 휠체어 바퀴를 고정하는 발판이 있는데, 그 밑에 있는 안전바는 밀면 그대로 넘어갑니다. 고정된 게 아니라 아무 힘이 없습니다. 앞으로 가지 말라는 선 일뿐 장애인의 안전을 지켜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과거 장애인 휠체어 리프트를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시설’이 아니라고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한경덕 씨 사고가 정말 남일 같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거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한경덕 씨의 억울한 죽음에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저도 한경덕 씨처럼 팔이 불편합니다. 운이 좋아서 당시 신길역에 없었을 뿐이지 다음 차례는 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중증장애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리프트를 어쩔 수 없이 리프트를 타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경덕 씨가 만일 엘리베이터를 탔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대형사고는 2, 3년에 한 번꼴로 일어납니다. 그나마 이건 큰 사고이기 때문에 언론에 알려졌지만, 다른 작은 사고들은 보도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위험성 외에 리프트를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은 없나요.

많이 불편하죠. 엘리베이터는 제가 원할 때 탈 수 있지만, 리프트는 직원을 불러야 합니다. 제가 주체적으로 타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겁니다. 당연히 엘리베이터보다 시간도 오래 걸리죠. 그리고 리프트를 타면 사람들이 다 저만 바라봅니다. 그런 시선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리프트만 있는 역은 잘 안 가려고 합니다.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려도 돌아가게 됩니다. 비장애인이 15분 만에 가는 길을 우리는 한 시간이나 걸립니다. 특히 종로3가역은 절대 안 갑니다. 엘리베이터도 없고, 리프트를 무려 4번이나 타야만 돼서요.

또 휠체어와 사람의 무게를 합하면 약 200Kg 정도 됩니다. 리프트는 장애인 한 명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이 이용하기 때문에 기계에 부담이 갈 수 있습니다. 리프트가 고장 난 경우에는 전문 수리 업체를 불러야합니다. 고치는 데만 두 시간이 걸리는데, 지하철에 두 시간 동안 꼼짝없이 발이 묶여있을 때도 많습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답안을 제시했나요.

서울시와 이 문제로 몇 차례 면담을 했지만, 서울시는 “엘리베이터는 설계가 됐으니 곧 설치하겠다”, “앞으로 안전에 만전을 가하겠다”와 같은 답변을 내놓을 뿐입니다. 2022년까지 시내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서울시지만, 그 약속은 늦어지고 있습니다. 광화문역만 해도 올해 5월 완공 예정이었지만, 계속 연기되고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여전히 한경덕 씨 사고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안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장애인들이 목숨을 내걸고 리프트를 타는 것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철 외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장애인들이 겪는 고충은 어떤 게 있습니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안 돼 있는 곳이 많습니다. 저상버스 같은 경우에는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친절한 버스 기사들도 있지만, 불친절하고 눈치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면 승객들의 눈초리도 따가워지죠. 저희가 정류장에 있으면 그냥 가버리는 기사들도 있습니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합니다. 경기도만 해도 서울보다 저상버스 도입이 안 돼 있고, 지방의 경우는 저상버스가 거의 도입되지 않은 지역도 많습니다. 시골은 더더욱 열악합니다. 여기서는 장애인 콜택시를 부를 수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예약시간이 엄청나게 걸립니다. 지자체에서 1,2 급 장애인 200명당 1대 꼴밖에 비치돼 있지 않아 콜택시 잡기도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운영 시간대도 각각 나누어져 있어 예약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장애인 이동권 개선 방법의 하나. 사진은 2016년 광주 화정역에서 시위하는 장차연 회원들. (사진=뉴시스)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설치는 장애인 이동권 개선 방법의 하나. 사진은 2016년 광주 화정역에서 시위하는 장차연 회원들. (사진=뉴시스)

-장애인 이동권을 완전하게 보장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 설치만으로 되는 건지요.

아니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장애인 이동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지만,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만으로 끝날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나라 인도는 평평하지 못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겐 엄청난 충격을 줍니다. 경사가 급한 곳에서는 넘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화장실도 문제입니다. 장애인 화장실인데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수 없는 곳도 많습니다. 장애인 화장실이 수동휠체어 기준으로 만들어졌다 보니 그보다 크기가 큰 전동 휠체어는 화장실에 접근하기도 힘듭니다. 또한 저상버스를 전국에 100% 도입해야 합니다. 특히 시외버스는 아직까지도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습니다. 생색내기 이동권 보장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에 대해 예산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돈이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예산이 엘리베이터 설치를 못 할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엘리베이터 설치는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에 획기적인 방안입니다.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이나 임산부 등 교통 약자들도 사용합니다. 또 교통약자가 아니더라도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의밉니다. 특히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장애인보다는 노인분들이 대부분 이용하십니다. 점점 고령화 사회로 가는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많이 설치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이득이지 않을까요.

-인터뷰가 어느덧 마무리되어 갑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그동안 이 사회가 장애인을 사회를 구성하는 한 구성원으로 보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장애인을 시설로 보내버리는 거 같습니다. 거기서 죽을 때까지 못 나옵니다. 안전과 보호라는 미명하에 장애인을 격리시킵니다. 장애인을 이런 식으로 가둬두니 장애인 이동권과 교육권, 생활권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장애인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으니 교육을 받을 수도 없었고, 교육을 받지 못하니 직업을 갖기도 힘듭니다. 장애인은 아직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사회 구조에 들어오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공공 일자리 81만 개를 만들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김영주 노동부 장관을 만났을 때  81만 개중 장애인 일자리를 1만 개 정도 포함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트럼프 대통령이었으면 가능하겠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너무 속상했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범주 안에 장애인은 없는 게 아닌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하게 신길역 사고에 대한 책임자를 묻고, 사과를 받고, 서울시는 지하철 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조속히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지역에서 동네에서 장애인들이 살아가는 것, 시설로 보내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가족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국가가 장애인을 책임졌으면 좋겠습니다. 별다른 거 없습니다. 활동보조 서비스 지원하고, 일자리 제공하면 될 것입니다. 사회가, 국가가 책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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