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가요 100년에 신시대 ‘컬테인먼트’ 트로트 궤적 쌓아
- 코로나19로 칩거하는 대중들에게 한 움큼 청량감을 선사
- “셀럽문화 속에 자신의 작품으로 전통가요 아티스트 돼야”

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 /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 /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이인권 문화커뮤니케이터] 2020년은 사회적으로는 일상의 생활을 우울하게 만든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문화적으로는 화려하고 대중적인 트로트 문화가 풍미했던 한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단계별 거리두기 방역으로 사회경제 모든 분야를 옥죄어 통상적인 활동이 정체됐다.

특히 문화예술계는 더욱 코로나 돌풍에 휘몰려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공연장과 지역축제가 취소되면서 예능인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감염증이 장기화 되면서 비대면 온라인 공간으로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역부족이었다. 역시 순수예술 분야는 연주회든 축제든 현장에서 생생한 공연을 체험해야 제격이다.

이 틈새에 그동안 구세대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던 트로트가 TV방송매체와 조합되면서 역사의 새장을 열었다. 정확하게 한국 전통가요 역사 100년의 해를 맞추기라도 하듯, 2020년은 기성세대들의 노래방 단골로 애창되던 트로트를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끌어 낸 것이다.

이 중심에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이 경연 형식으로 펼친 ‘미스터트롯’이 있었다. 이에 앞서 ‘미스트롯’이 서막을 열었지만 연이어 방송된 두 프로그램은 사회적 상황이 달랐다. 올해 열린 미스터트롯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지만 오히려 그것이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TV조선 ‘미스터트롯’ 로고.  (사진=쇼플레이)
TV조선 ‘미스터트롯’ 로고.  (사진=쇼플레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온 국민이 바깥출입을 절제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TV시청이 주요 소견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미스터트롯은 대중들의 갈급한 즐길 거리를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온 가족이 코로나19를 탓하며 둘러앉은 집안에 흥을 지피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 환경에서 미스터트롯은 과거의 형식이나 내용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관성을 뛰어 넘는 파격적인 착상, 곧 '블루스카이 씽킹'(blue-sky thinking)의 기획력을 보여줬다. 말하자면 ‘뉴 에이지(New Age) 트로트’ 시대를 연 것이다. 이전에도 공중파 방송에서 우리나라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 정규 트로트 방송이 있었지만 판에 박은 포맷을 유지해오던 터였다.

그렇지만 이번 트로트 경연은 그야말로 역동적이게 화려한 무대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과, 온 세대의 감성을 아울러 시대적 코드인 ‘융합성’을 프로그래밍에 녹여냈다. 이전까지 대중문화를 지배했던 K-팝이나 소위 아이돌 공연은 관객층의 한계를 나타냈었다. 물론 방송에서도 보편적으로 특정 시청자들에게만 지지를 받는 양상을 보였다.

이에 비해 신시대 트로트는 가요장르 간 결합과 타 예술 및 스포츠 분야 등 다양한 구성으로 전적인 콜라보를 모색해 ‘패밀리 가요’의 기반을 확보하게 됐다. 그렇게 해서 미스터트롯은 역대급 시청율과 콘텐츠 영향력 지수(CPI · Contents Power Index)를 기록케 된 것이다. 이후 거의 모든 방송매체들이 앞다퉈 다양한 트로트 프로그램을 기획 편성해 자웅을 겨루고 있다. 가히 대중가요 열풍으로 인한 트로트 춘추전국시대다.

이쯤 되면 한국 전통가요 센테니얼에 ‘트로트 셀럽문화’(Celebrity Culture)가 형성됐다는 평가를 내릴만 하다. 기존의 가수들은 재능을 인정받아 무명으로 활동하다가 음반 하나가 인기를 끌면 본격 대중 연예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아니면 지역 노래자랑이나 공중파 방송의 가요 경연과 같은 기회에 입상하면서 가수에 입문하고는 했다.

(사진=쇼플레이)
(사진=쇼플레이)

그러나 첨단 뉴미디어 시대에서는 차원이 달라졌다. 대중적 호소력이 가장 큰 TV채널의 스펙터클한 등용문을 거치게 되면 일약 스타로 등극하게 된다.  다채널 시대에 곧바로 수요 높은 가수이자 연예인으로 활동의 스펙트럼이 확장되게 되었다.

이제 세상은 호모 휴모아 단계를 넘어 ‘컬테인먼트’(Cultainment) 시대로 접어들었다. 곧 예술을 아우르는 '문화‘(Culture)와 ’예능‘(Entertainment)이 접점을 이뤄가고 있다. 두 요소가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공역(coupling)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올해에 조성된 트로트 열광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또한 현재 방송계가 선도하는 트로트 질주가 과도한 일면도 엿보인다. 전통가요 외 그 많던 K팝을 포함 다른 예술장르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문화 프로그램 편성의 균형성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특히 TV방송을 통해 배출된 가수들이 기성 가수들의 노래를 주로 부르는 예능에 심취하는 것도 짚어볼 일이다. 진정 자신들의 대표 작품으로 입지를 구축해야 진정한 전통가요 아티스트로 확고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방송사로서도 시청률에 치중해 특정 등용 가수들을 예능급 프로그램에 과도하게 집중 출연시켜 중복 편성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방송 전파는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객관성, 공익성, 균형성을 바탕으로 운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어쨌든 코로나19 시류에 “방콕”하고 있는 대중들에게 트로트는 한 움큼 청량제가 됐다. 하지만 무슨 일에서든 의욕과 열정은 갖되 과유불급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 또한 각고의 노력과 열정으로 인기를 거머쥔 신참 트로트 셀럽들도 현재의 평면만 볼 것이 아니다.

전문 가수로서의 긴 여정을 입체적 시각으로 내다봐야 할 일이다. 셀럽의 위상을 가렸던 단판 승부와 지금의 인기에 안주할 것이 아니다. 젊음을 바탕으로 깊고 긴 호흡으로 한국가요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이인권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는 2020전국생활문화축제 추진위원장과 칼럼니스트 및 문화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와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역임과 ‘예술경영리더십’  ‘문화예술리더론'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공연 매니지먼트’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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