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우리나라에 가장 빨리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럽연합(EU) 심사에서 애를 먹고 있다. EU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추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0일(현지시간) 유럽의약품청(EMA)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심사단위별 사전검토제(Rolling review, 롤링리뷰) 상황에 대해 “아스트라제네카의 최신 임상시험 자료 제출은 12월 21일이었다. 현재 EMA는 백신의 품질(성분 및 제조방식)에 대한 데이터 평가 중”이라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EMA는 백신의 긴급 사용을 위한 ‘조건부 판매(Conditional marketing authorisation·CMA)’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EMA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진행 중신 임상시험 추가 정보는 1월 중 제출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임상시험의 중간 데이터도 내년 1분기 제출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노엘 와션 유럽의약품청(EMA) 부청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벨기에 일간지 헤트 뉴스블라드에 “아스트라제네카는 아직 우리에게 승인신청서를 내지도 않았다”며 아스트라제네카의 내년 1월 조건부 판매 승인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조건부 판매 허가 신청을 지원하기 위해 실질적인 데이터를 EMA측에 제출했다”며 “정식 승인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EMA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EMA에 정식 승인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백신 회사들이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사실상 ‘승인’ 결론이 났을 때 정식 신청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롤링리뷰(사전검토) 과정을 거치고 있어 신청서만 제출하면 즉시 승인 여부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에도 EMA의 롤링리뷰와 비슷하게 ‘사전 검토’ 제도가 있는데, 품질, 비임상, 임상 등 시험단위 별로 데이터를 제출하면서 검토를 받는 제도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전 세계의 다른 규제 기관에서도 유사한 데이터 제공 방식을 롤링리뷰 방식으로 수행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EMA측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정식 승인신청서 미제출을 ‘콕’ 집어 지적한 이유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EU와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맞물려 백신 승인과 개발을 두고 서로 신경전을 벌여왔다.
한편, 독일에서는 EU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옌스 슈판 독일 보건부 장관은 EMA 측에 “이 팬데믹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백신이 열쇠가 된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철저하고 빠른 검사”를 주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