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배출 최소화 ‘제로웨이스트’ 체험기

“재활용 쓰레기는 늘어나는데 리사이클 수요는 없고, 수요가 없으니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쓰레기를 수거해 가려는 업체가 없어요. 예전에는 할머니들도 다 주워가던 폐지가 요즘은 길바닥에 그대로 있어요. 가격이 안 맞아 받지 않거든요. 쓰레기는 넘쳐나지만 수거업체는 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에요.”

재활용 수거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급증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제2의 플라스틱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가 낳은 언택트 시대,  일회용 제품 사용으로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오해를 짚고, 수거 현장 동행취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또한 쓰레기 배출 방지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체험기,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등 5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환경보호 및 개선의 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최근 쓰레기 문제의 화두는 배출될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 챌린지’는 이런 취지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운동이다. 개개인이 일상생활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로, 비닐봉지와 일회용 컵 등 썩지 않는 쓰레기를 줄여 쓰레기 생산을 줄이는 생활습관을 말한다. 

지난 2일 개인 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한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난 2일 개인 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한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제로웨이스트 열풍은 다양한 업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유통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선 모양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업계 최초로 ‘리필 스테이션’을 열었다. 샴푸와 바디워시 등 제품의 내용물을 원하는 만큼 코코넛 껍질로 만든 리필 용기에 충전하는 형태다.  

이마트는 세제 리필 매장인 ‘에코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리필 기계를 들여 세제를 할인된 가격에 채워갈 수 있도록 했다.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사용을 줄이면서 리필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원래 가격 대비 35~39%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서점가의 새 키워드로도 떠올랐다. 올해 교보문고에서 환경 관련 도서 판매량이 3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홍수열 지음, 슬로비), 《쓰레기책》(이동학 지음, 오도스), 《착한 소비는 없다》(최원형 지음, 자연과생태) 등 제로웨이스트를 강조하는 책들이 환경 관련 베스트셀러 10위권(1월 1일~2월 28일 기준)에 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용기내 캠페인’도 확산되고 있다. 용기내 캠페인이란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포장한 뒤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하는 운동이다. 11일 오전 9시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용기내’ 해시태그를 단 글은 1만 2,000여 개, ‘#용기내캠페인’ 관련 글도 1,600여 개 가까이 올라와 있다. 기자도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제로웨이스트 열풍에 동참했다.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용기내 챌린지.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용기내 챌린지. (사진=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제로웨이스트 ‘첫걸음’... 생활습관 돌아보기


코로나19 이후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부쩍 늘어나면서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소비를 거절하고(Refuse), 소비를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고(Reduce), 소비하면서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더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고(Recycle), 쓰레기로 버리는 것을 다시 쓰자(Rot)는 4R의 실천 방법이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장바구니나 에코백 쓰기, 종이 타월 대신 손수건 쓰기 등의 운동이 있다.

다행히 장바구니, 에코백 쓰기 등은 잘 실천하고 있었다. 문제는 일주일에 적어도 2번 이상의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하루에 3개 이상의 종이컵을 쓰는 기자의 생활습관이었다. 이것부터 고쳐나가자 생각했다. 

체험 첫날 제일 먼저 회사에서 사용할 머그잔과 텀블러를 챙겨 나왔다. 그동안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일회용 컵과 빨대, 홀더 등이 아까워 텀블러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텀블러 하나에 무거워질 가방 핑계를 대며 미뤘던 것을 반성하며 집을 나섰다. 

출근 후 자리를 확인해 보니 먼지가 쌓인 머그잔이 있었다. 그동안 설거지의 귀찮음 때문에 컵이 있는지도 모르고 종이컵에 손을 댔었던 것. 물, 녹차, 커피 등 적어도 하루에 3잔 이상의 종이컵을 소비하는 동안 조금만 눈을 돌려도 많은 양의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점심 메뉴는 도시락. 코로나19 이후 음식을 포장해 회사에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도시락을 자주 이용했는데, 도시락 용기는 대부분 플라스틱이었다. 받아올 락앤락 통을 챙기지 않은 것이 아차 싶었다. 다음날 점심은 나가서 먹거나 도시락 용기를 싸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후 어김없이 찾아오는 식곤증에 텀블러를 챙겨 회사 옆 프랜차이즈 카페에 들렀다. 텀블러를 내밀자 200원 할인을 받았다. 바로 옆에 있는 카페인데도 그동안 텀블러 할인을 해왔던 걸 처음 알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텀블러를 직접 갖고 오는 손님은 반나절 20~30잔이 판매될 동안 한두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틀 동안 기자가 용기에 받아온 음식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이틀 동안 기자가 용기에 받아온 음식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용기내... 머쓱함에서 뿌듯함으로


가족들과 저녁 메뉴를 곱창으로 정해, 집 앞 곱창 가게에 용기를 가져가보기로 했다. 재활용하는 종이 가방에 여러 통을 담아 가져가는데 가슴이 두근거렸다. ‘용기내 챌린지’의 용기가 다른 의미의 ‘용기’ 같다고 느껴졌다. 

“혹시 유튜브 하시나요?” 

곱창 2인분을 주문하고 쭈뼛거리며 용기에 담아 달라고 요청하자, 가게 주인은 반가워하는 내색을 보이며 유튜브나 블로그를 하느냐고 물었다. 친절한 물음에 괜히 긴장했던 기자는 당당히 용기를 내밀었다. 

곱창집은 용기를 따로 가져가면 음료수나 쌈 채소를 서비스로 줬다. 뜻밖의 수확이었다. 낮에는 텀블러 할인을 받고 저녁에는 용기로 서비스를 얻다니 ‘제로웨이스트 챌린지’는 여러모로 좋은 운동이었다.

사장 양태철 씨는 “작년 말부터 용기를 직접 가져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었습니다. 자주 있지는 않고 1~2개월에 한 번 정도로, 항상 갖고 오는 손님들만 갖고 와요”라며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좋은 취지에 함께 하고자 저희도 서비스를 증정하기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텀블러를 가져가면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는 텀블러를 가져가면  200~300원  할인을 해준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커피나 배달 음식 등 ‘용기내 챌린지’가 많이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확실히 생활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고 느꼈다. 텀블러에 락앤락 통 등 설거지가 귀찮고 번거롭긴 했지만, 퇴근길에 봤던 비어있는 쓰레기통이 떠올라 뿌듯했다. 

이틀째인 3일 점심시간에 방문한 분식집 테이블에 종이컵이 눈에 띄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방문했지만 물 컵이 종이컵이란 사실을 알아챈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의식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저녁은 냉면을 포장하러 용기를 들고 갔다. 종업원은 “용기 가져오시는 분은 솔직히 한 달에 한 번 보기 힘들어요. 두 달에 한 번 정도 같습니다. 사실 저희도 포장하면서 플라스틱이 많이 나와 걱정을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소비하고 있는 거죠. 용기를 가져오시는 분들을 보면 반가워요”라고 말했다. 

셋째 날인 4일 기자는 미라클 모닝 챌린지의 여파로 출근길부터 카페인 수혈이 너무 절실했다. 평소처럼 커피 전문점에 가서 자연스럽게 결제를 하려는 순간 “아... 나 텀블러 안 가져왔지” 조용히 카페를 나왔다. 

나흘간 비슷한 생활을 반복했다. 지난 나흘간 아낀 일회용품 쓰레기는 어느 정도였을지 계산해봤다. 플라스틱 컵 1개를 만들고 폐기하는 데는 23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 종이컵은 11g이었다. 평소 회사에서만 하루에 일회용 플라스틱 컵 1개, 종이컵 3개를 사용했으니 각각 4개, 12개를 줄였다. 나흘간 이산화탄소 224g 배출에 기여한 셈이다. 이외에도 저녁도 직접 용기로 받으러 갔으니 꽤 기여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나흘이었지만 제로웨이스트는 편의성에 익숙해진 생활습관을 바꿔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됐다. 챌린지는 끝났지만 회사에서 종이컵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됐다. 평소 생활을 할 때도 잘못 소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관심을 두고 더 신경 쓰게 됐다. 당장의 환경을 바꿀 수는 없지만 제로웨이스트를 향한 나의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변화가 찾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