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생활 폐기물 입고 20% 증가
폐기물 가격 급락, 수출길 막혀... 업체 운영 어려움
투명 페트 분리배출 시행했지만 효과 ‘미미’ 
신선식품 배송 급증...아이스팩 재활용 활발

“재활용 쓰레기는 늘어나는데 리사이클 수요는 없고, 수요가 없으니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쓰레기를 수거해 가려는 업체가 없어요. 예전에는 할머니들도 다 주워가던 폐지가 요즘은 길바닥에 그대로 있어요. 가격이 안 맞아 받지 않거든요. 쓰레기는 넘쳐나지만 수거업체는 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에요.”

재활용 수거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급증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제2의 플라스틱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가 낳은 언택트 시대,  일회용 제품 사용으로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오해를 짚고, 수거 현장 동행취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또한 쓰레기 배출 방지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체험기,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등 5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환경보호 및 개선의 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매주 일요일 기자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카트를 끄는 소리로 종일 요란하다. 분리수거 날이기 때문이다. 한 가구에서 일주일 동안 모인 페트병과 종이, 캔, 유리 등이 재활용장에 쏟아진다. 

서울 영등포 순환자원센터 재활용 선별장에서 처리된 20t 가량의 재활용 플라스틱들이 트럭에 실려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서울 영등포 순환자원센터 재활용 선별장에서 처리된 20t 가량의 재활용 플라스틱들이 트럭에 실려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대다수의 사람들은 분리수거를 통해 많은 자원이 다시 재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분리배출을 한다. 기자도 마찬가지로 그동안 투명 페트와 색이 있는 것을 구분하고, 비닐 라벨을 제거하고, 배달음식을 담았던 플라스틱도 모두 깨끗하게 닦아 배출해왔다. 

분리수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에 일반 가정에서도 재활용에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부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한국의 폐기물 재활용률도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2017년 86.4%, 2018년 86.1%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재활용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쓰레기 대란’, ‘폐기물 산’ 등 한국의 쓰레기 처리 문제 심각성은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직접 현장을 찾아 국민들의 분리수거의 노력이 얼마나 결실을 맺고 있는지, 문제는 무엇인지 확인해 봤다. 

서울시 영등포 자원순환센터 재활용 선별장. 영등포구에서 수거한 재활용품들을 분류한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서울시 영등포 자원순환센터 재활용 선별장. 영등포구에서 수거한 재활용품들을 분류한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난 24일 기자는 서울시 영등포구 순환자원센터의 재활용 선별장을 찾았다. 이곳에서는 영등포구에서 수거한 재활용품들을 모아 페트와 플라스틱, 유리, 비닐 등 종류별로 선별하는 작업을 한다. 

이날 오전부터 재활용 선별장에는 재활용 폐기물을 잔뜩 실은 5t 트럭들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나갔다. 선별장 안쪽에는 입고된 생활 폐기물들이 쌓여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었다. 이곳에서 하루에 처리되는 재활용 폐기물양은 55~60t, 주말이 지난 월요일 같은 경우에는 100t까지 들어온다.


분류했는데... 운송 중 섞이는 쓰레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와 배달이 늘면서 일회용품,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며 ‘쓰레기 팬데믹’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입고되는 쓰레기양은 상당히 늘었다. 

박득순(60) 관장은 “쓰레기양이 15~20% 정도 늘었어요. 늘면 뭐 합니까. 여기서 70~80%가 폐기물로 나가고 20% 정도가 재활용된다고 보면 돼요. 20%도 사실 힘들다고 봅니다”라며 “이렇게 1차 분류를 해도 마감 공장에 가서 또 골라내서 30~40%가 폐기물로 나갑니다. 쓰레기가 엄청 많은 거죠”라고 말했다. 

정부의 87%에 달하는 재활용률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생활 폐기물은 ‘수거-선별-처리’의 3단계로 이뤄진다. 가정에서 폐기물을 분리배출(1단계)하면 수거업체에서 재활용센터 등 선별장으로 운반(2단계)하고, 이후 선별 업체가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골라내고 나머지 폐기물은 소각이나 매립 처리(3단계)한다.

정부는 현재 1단계 분리배출 이후 재활용센터로 운반된 비율을 통계 지표로 삼았다. 이에 표면적으로 재활용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재활용품이라고 분류해놓은 것 중에서도 실제로 재활용할 수 있는 비율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박 관장은 가정에서 분류를 잘한다 하더라도 트럭으로 운송하는 도중 뒤섞여 버리는 것을 문제로 꼽았다. 그는 “페트, 비닐 등을 잘 분류해놔도 트럭이 한 번에 많은 양을 실으면서 운송 중에 섞이게 돼요”라고 지적했다. 

선별장 안에 쌓인 쓰레기들을 살펴보니 페트, 종이, 유리할 것 없이 죄다 섞여있었다. 한 종류만 분류해놓은 묶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 24일 오전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에서 직원들이 재활용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난 24일 오전 영등포구 자원순환센터에서 직원들이 재활용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이 쓰레기들은 컨베이어벨트로 옮겨져 사람 손으로 다시 분류된다. 작업장에 올라가 보니 쉴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14명의 직원들이 양쪽으로 서서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막연히 올라온 모든 것을 종류대로 분류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부분의 쓰레기들이 분리배출 표시가 있어도 재활용되지 않고 버려졌다. 

직원 유지영(65) 씨는 “커피 믹스 봉지, 빨대, 영수증 따지고 보면 다 재활용이에요. 하지만 이 이것들을 분류하고, 줍고, 모으는 작업을 언제하고 재활용합니까. 그나마 부피가 큰 것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서호식(68) 씨는 “자잘한 것들을 일일이 분류 작업하는 폼보다는 쓰레기를 돈 주고 버리는 게 비용이 덜 들어요”라고 말했다. 

한 무더기에 뒤섞인 수많은 쓰레기를 사람이 일일이 재활용을 꼼꼼히 할수록 인건비가 더 들어 적자가 커진다는 말이다. 실제로 선별장 한쪽에는 압축된 폐기물 묶음을 볼 수 있었다.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선별장 바깥에서는 압축한 재활용 플라스틱을 대형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압축 재활용 플라스틱 한 묶음의 무게는 500kg. 하루에 평균 20묶음에서 최대 30묶음까지 나온다. 이날은 27개 묶음을 실었다.


백색 플라스틱 분리배출 시행 2개월... 효과는?


투명 페트는 단일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분리수거 항목 중 재활용률이 매우 높은 품목에 속한다.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전국 공동 주택에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의무화됐다. 홍보물을 부착하고, 투명 페트병 마대를 따로 비치하는 등 적극 홍보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얼마나 지켜지고 있을까. 

박 관장은 “그나마 아파트만 ‘하는 척’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 재활용 수거는 보통 개인 사업자가 하고, 여기로 들어오는 대부분은 빌라나 개인 주택의 생활 폐기물로 100% 이전과 똑같다고 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트 배출 시 비닐 제거, 압축 이런 것까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가정에서 철저하게 백색만 구분해 줘도 현장에서는 확실히 도움이 되는데, 아직 많은 홍보가 필요할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 순환자원센터 내 아이스팩 나눔 제작소에서 직원들이 아이스팩을 세척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서울 영등포구 순환자원센터 내 아이스팩 나눔 제작소에서 직원들이 아이스팩을 세척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아이스팩이 재활용된다고? 


선별장을 나와 순환자원센터를 둘러보니 ‘아이스팩 나눔 제작소’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환경오염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던 아이스팩은 코로나19 이후 인터넷을 통한 신선식품 배송 급증으로 사용량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아이스팩은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재사용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거나(80%), 충전물을 변기나 싱크대로 흘려보내 처리(15%) 해 왔다. 문제는 아이스팩 충전물에는 미세 플라스틱 성분이 들어가 자연분해에만 500년이 걸린다는 것.

이에 영등포구는 지난해 9월 아이스팩 전용 수거함을 17개 동에 설치하고 영등포구 순환자원센터 내 ‘아이스팩 나눔 제작소’를 마련했다. 수거한 아이스팩을 세척한 뒤 필요로 하는 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이날 두 명의 직원이 수거된 아이스 팩을 씻고, 헹구고, 닦아 재사용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류근진(56) 씨는 “수거된 아이스팩을 깨끗이 씻고, 헹구고, 닦는 세 공정을 공정 당 한 명씩 담당해 총 3명이 근무하는데, 닦는 직원이 아이스팩을 수거하러 가서 두 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영등포구 순환자원센터 재활용 선별장 내부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영등포구 순환자원센터 재활용 선별장 내부 모습.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재활용 문제 해결... 정부가 나서야 


코로나19 사태로 쓰레기는 늘었지만 현장 운영은 더욱 어려워졌다. 영등포구 재활용 쓰레기 처리 위탁 업체 청목자원의 김재연(69) 사장은 “중국에서 폐기물 수입을 안 하고 있습니다. 재활용 폐기물 가격도 예전보다 대략 3분의 1 정도 떨어졌어요”라며 “울며 겨자 먹기로 싼 값에 넘기며 코로나 이후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순환자원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폐플라스틱 중 PP재생Flake의 가격은 kg당 415원, 압축PET는 212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각각 498원, 270원이었지만 가격은 꾸준히 하락했다. 

김재연 사장은 재활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칙적으로 생활 폐기물은 중앙정부에서 50%, 시도에서 30%, 지자체에서 20% 치워야 합니다. 지금은 중앙정부나 시도에서 다 손 놓고 지자체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지게 된 것에요”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정력과 돈은 다 중앙정부에 있고 시도에 분배하는데, 여러 단계를 거쳐 민간에 위탁하고 용역을 주고, 한 다리 두 다리 걸쳐 집행하다 보니 돈은 돈대로 소진되고 있어요”라며 “중앙정부에서 인프라를 구축해 관리하는 지속 가능한 정책들을 마련한다면 대란을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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