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 피커’ 송경호 대표 인터뷰
코로나19 이후...소비자 실천, 기업은 협업 중심으로 변화
환경 문제, 속도전 보다 소비·생산·정책 공감대 형성이 중요

“재활용 쓰레기는 늘어나는데 리사이클 수요는 없고, 수요가 없으니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쓰레기를 수거해 가려는 업체가 없어요. 예전에는 할머니들도 다 주워가던 폐지가 요즘은 길바닥에 그대로 있어요. 가격이 안 맞아 받지 않거든요. 쓰레기는 넘쳐나지만 수거업체는 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에요.”

재활용 수거업체 관계자의 얘기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급증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인해 ‘제2의 플라스틱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가 낳은 언택트 시대,  일회용 제품 사용으로 코로나로부터 우리를 보호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는 점점 병들어가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오해를 짚고, 수거 현장 동행취재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또한 쓰레기 배출 방지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체험기, ‘제로웨이스트샵’ 방문기 등 5편의 기획기사를 통해 환경보호 및 개선의 길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환경의 문제는 소비자와 생산자, 정책 등 세 개의 주체가 같은 보폭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 최초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 피커'의 송경호 대표가 리필스테이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 피커’ 송경호 대표는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쓰레기 해결을 위해서는 시장을 구성하는 세 주체가 정보 공유와 의견 소통 등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는 가운데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생활을 지향하는 제로웨이스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의 개념이 생소했던 지난 2016년 국내 첫 제로웨이스트 가게 ‘더 피커’가 문을 열었다. 더 피커는 ‘Pick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 환경을 위해 조금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소비를 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뉴스포스트>는 지난 10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내 ‘더 피커’의 송경호 공동대표를 만나 제로웨이스트를 향한 시민의 관심과 열풍, 제로웨이스트란 무엇인지, 나가야 할 방향 등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더 피커' 매장 전경.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 더 피커 제로웨이스트 가게는 어떤 곳인지 소개해 달라.
“쓰레기가 안 나오는 방식의 소비를 권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놓은 매장이다. 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 가게 운영을 중심으로 소비자와의 소통, 기업과의 협업, 정책 관련해서도 모델을 제시하거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계획한 건 아니고 소비자의 권리에 관심이 많았다. 돈을 주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편의를 위해 구매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포장을 벗겨내고, 세척하고, 분리배출 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같이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것에 대해 분명 이슈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포장을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것보다는 포장을 구매하고 싶지 않은 사람한테 포장이 없는 옵션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제일 처음 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포장에 대한 자료와 수치들을 보고 고민을 하다 보니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이는 수단적인 방법이고 본질적으로 포장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이 전환됐다. 

이미 나온 쓰레기를 처리하는 괜찮은 기술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양적인 부분을 줄일 수 있는 정보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고 시도하게 됐다.”

대나무 칫솔, 스테인리스 고리, 유기농 소프넛, 친환경 수세미, 화장솜 등 더 피커의 친환경 제품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대나무 칫솔, 스테인리스 고리, 유기농 소프넛, 친환경 수세미, 화장솜 등 더 피커의 친환경 제품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 코로나19로 인한 쓰레기 대란 우려가 확산한 것이 방문 고객 수에 영향을 미쳤나?
“방문객이 지속해서 늘긴 했지만, 제일 처음 주효한 변화가 있었던 시기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관심이 있었을 때다. 제로웨이스트와 결이 비슷한 부분들이 있어 관심도가 높아졌다. 

그다음은 2018년도에 있었던 쓰레기 대란이다. 직접적으로 쓰레기로 인한 불편함을 체험하니 굉장히 인상적이고 극적인 관심이 이어졌다. 쓰레기 문제, 플라스틱 문제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것들이 화두가 되고 언론에서도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정보량도 많아지고, 관심도도 굉장히 높은 상황이 지속했다. 

코로나 때도 인상적인 변화로 관심이 지속하고 있는데 쓰레기 대란 때와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쓰레기 대란 때는 플라스틱에 집중도가 강하고 표면적인 부분들 위주로 넓어졌다면 코로나 때는 깊이 있게 들어가는 부분들이 정말 많다. 

소비자도 정보량뿐만 아니라 실천하는 것들에도 관심을 많이 두고, 기업들도 협업하는 것에 있어서 과거에는 표면적인 부분에 집중도가 있었다면 지금은 장기적으로 전환할 계획을 하면서 정보 공유나 컨설팅 교육을 원한다. 특히 ESG가 화두다 보니 어떤 프로세스로 전환이 돼야 하는가에 대한 제언을 제일 많이 한다.” 

- 친환경 제품 중 고체나 바 형태의 제품이 많은 이유가 있나.
“제일 큰 이유는 용기 때문이다. 액체류를 유통하고 판매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케이스가 있어야만 정량을 맞춰 판매할 수 있는 형태적인 부분들이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법적인 부분들이다. 법적으로 포장이 없으면 사실 액체류를 취급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식품위생법도 그렇고 포장용기법 위생용품관리법 이런 것들이 포장이 꼭 있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이 악법이 된다는 것은 아니고 위생과 생산에서는 포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 때문에 액체를 취급하기에는 형태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고체류로 만들었을 때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훨씬 많기도 하고. 복합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싶은데 막막한 ‘제린이(제로 웨이스트 초보)’들에게 추천하는 것은?
“실제로 어떤 제품을 제일 먼저 사용해야 하느냐 물어보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어려운 부분이다. 어떤 물건을 쓰면서 시작을 해야겠다는 것보다는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파악이다. 자신의 삶에 관해 관심을 갖고 삶을 돌아보면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본인이 제일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할 수 있다.”

더‘’ 피커 송경호 대표.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더 피커 송경호 대표.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 제로웨이스트와 관련해 주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시기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는데, 초기에는 제로웨이스트라는 단어 자체가 너무 생소할 때라서 이를 알리고 인식을 여는 작업을 했다. 또  가게를 운영하면서 기준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물건을 선택하는 기준, 매장을 운영하는 기준 등 이런 부분들을 사실 체계화하는 것들이 중요했고, 지금은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교육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소비자 삶에 적정하게 적용할 수 있는 교육 콘텐츠라던가 기업을 대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플랫폼에 대해 시도하고 진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생산자들도 같이 변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사용자가 정책적으로 끌어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쓰레기 문제 사례는 바텀 업(Bottom Up) 형태로 시민에서 시작돼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경우로 특이하다. 정책과 생산자들이 여기에 맞춰 따라가는 양상이 있다 보니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하지만 지금은 기업을 대상으로 또 정책 당사자에게 사례를 계속 전달하고 제언하며 넓혀가고 있다. 매장 운영 외에도 이러한 활동을 하고 있다.”

- 제로웨이스트 열풍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제언해 달라.
“우선 중요한 것은 제로웨이스트라는 문화 자체의 목적성 자체가 굉장히 희석돼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제로웨이스트가 형태적으로 신기해 보이고 매력도도 있어 많은 분이 관심을 주고 있다. 하지만 제로 웨이스트 가게가 생겨나는 것들은 일정 선까지만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사실 쓰레기 문제들이 없어지면 제로웨이스트 가게가 있을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이렇게 소비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기준들이 확산되고 성립됐다면, 원래 있었던 일반 시장인프라에 소프트웨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제로웨이스트 가게는 형태적으로는 없어져야 하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매장 형태에 힘을 싣는 것을 피하고 있다. 대신 실험적으로 체험적인 부분과 교육적인 부분들을 확장해나가고 콘텐츠적인 부분들을 하고 있다. 판매업으로서의 향후 계획보다는 라이프스타일적으로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콘텐츠화하고 제로웨이스트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에 대부분의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 끝으로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5년 넘게 활동을 해나가고 있는 동안 2018년도에 있었던 쓰레기 대란 당시 시민의식이 달려 나갔다. 쓰레기 문제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해결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실상은 그렇게 속도가 붙지 않았다. 다양한 요인들이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니 시장을 구성하는 주체가 소비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자도 있고 정책도 있어야 하고 이런 세 개의 주체가 사실 속도보다는 같은 보폭으로 같이 걸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주체 간의 정보공유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의견 소통이 필요한데 의외로 쉽지 않아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 주체만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 환경의 문제는 속도전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분명히 있지만, 민주적인 의사 결정들을 생각하면 빨라서는 안 된다. 많은 사람을 수렴하고 설득하고 숙의민주주의처럼 천천히 나가야 건강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둘 다 필요한데 속도적인 부분들이 다르다보니 여기서 어려운 것들이 생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공감대가 한곳에 많이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잘 이뤄져 편리함도 충분하고 자연과도 공생할 수 있는 소비문화의 회복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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