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남양유업이 체질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대리점 갑질 사건 등으로 무너진 기업 이미지 개선 작업은 물론, 대대적인 조직개편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남양유업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실적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9536억7286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로 감소했고, 같은 기간 764억3025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이 10년 만에 1조 이하로 떨어진 것은 물론 영업이익도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남양유업의 실적 저하는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급식 우유 납품이 줄어든 탓이 크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부터 실적이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2013년 불거진 ‘대리점 갑질’ 사건, 경쟁사 악성댓글, 이물질 사건 등으로 회사 이미지가 실추된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대적인 조직개편 단행…오너 3세 경영 본격화
이에 남양유업은 이달 초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온라인 채널의 판매·기획을 담당했던 e커머스팀을 전략실로 승격했다. 또한 마케팅전략본부와 기획본부를 합쳐 기획마케팅총괄본부를 신설했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전략본부도 확대 개편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온라인 시장에 승부수를 띄워 이미지 개선과 실적 개선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눈에 띄는 점은 홍원식(71) 남양유업 회장의 장남인 홍진석(45) 상무(기존 마케팅전략본부장)가 신설된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을 맡게 됐다는 점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기획본부 통합으로 주력 부서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부서인 만큼 홍 상무의 역할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홍진석 상무는 물론 차남인 홍범석(42) 본부장도 디저트카페 브랜드 백미당을 이끌며 회사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형제 모두 회사 내 요직에 있는 만큼 그동안 ‘갑질’ 등으로 실추된 회사 이미지를 회복하고 실적을 개선하는 데 노력할 것이란 전망이다.
‘상생·사회공헌’ 힘준다
남양유업의 또 다른 변화는 다양한 사회공헌활동과 상생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지난해 5월 국내 최초로 협력이익공유제(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목표 판매액, 이익 달성 시 사전에 계약한 대로 나눠 갖는 성과 분배 제도)를 시행했고, 최근에는 친환경 이슈에 따라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기 위해 ‘Save the Earth’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빨대를 없앤 팩우유를 선보이고, 비플라스틱 장난감 제작에 동참한 바 있다.
또한 ‘특수 분유’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우유 당분을 포도당으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갈락토스혈증’ 환아를 위한 식물성 유아식 ‘임페리얼드림XO 알레기’를 출고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985년부터 갈락토스혈증 환아를 위한 특수 분유를 제조해왔고, 2002년엔 소아 뇌전증 환아를 위한 액상형 케톤 생성식을 개발해 무상 공급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숙아용 특수 분유도 14년 째 동일한 가격으로 병원과 조리원에 공급 중이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응 의료진들을 위한 지원도 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농협하나로유통과 함께 판매액 일부를 코로나19 의료진들에게 후원하는 ‘덕분우유’를 출시, 판매액의 5%를 적립해 후원금과 후원품 형태로 의료진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앞으로도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친환경 캠페인, 특수 분유 확대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착한 활동’을 통해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회사 대표들 중 ‘사회공헌’과 ‘ESG경영’을 가장 많이 강조한 인물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뽑혔다. 기업 이미지 변신과 체질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빅데이터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