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미래교육 전환 10대 정책과제’ 발표···추진단 출범
전국 시·도교육청, 미래교육 대비 위해 ‘각양각색’ 정책 추진
미래교육으로 에듀테크 분야 활성화, 민간 에듀테크 기업 급성장
전문가 “미래교육 먼 얘기 아냐...지금이 패러다임 변화의 적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우리 사회와 일상의 전반을 바꾸고 있다. 교육 분야도 마찬가지.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으로 학습격차, 기초학력저하 문제가 해결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비대면·디지털 기반의 미래교육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서 명성이 높다. 이에 IT 강국의 이점을 살려 미래교육을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준비할 때 교육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뉴스포스트>가 미래교육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짚고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정성민 기자] 미래교육을 향한 질주,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부, 교육청, 민간 에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미래교육 대비에 분주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미래교육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의 적기라고 강조한다.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그래픽=뉴스포스트 강은지 기자)

’2011년 첫발‘ 미래교육, 한국판 뉴딜의 핵심과제로

교육부는 지난 2011년 4월 1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회의실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주제로 ‘제1회 미래교육공동체 포럼’을 개최했다. ‘미래교육공동체 포럼’을 시작으로 미래교육의 화두를 공식화 한 것이다.

그리고 2020년 10월 5일, 교육부는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 시안(이하 10대 정책과제)’을 발표했다. 10대 정책과제는 ▲유‧초‧중등교육 분야 - 미래형 교육과정 마련, 새로운 교원제도 논의 추진, 학생이 주인이 되는 미래형 학교 조성,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안전망 구축 ▲고등‧평생교육 분야 - 협업‧공유를 통한 대학‧지역의 성장 지원, 미래사회 핵심 인재 양성 지원, 고등 직업 교육의 내실화, 전 국민의 전 생애 학습권 보장 ▲기반 구축 분야 -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교육 기반 마련, 미래형 교육 협력 거버넌스 개편이다.

10대 정책과제 발표 이후 교육부는 지난 6월 8일 ‘미래교육 체제 전환 추진단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교육부 훈령)’을 공포·시행하며, 미래교육 체제 전환 추진단(단장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출범시켰다. 교육부는 미래교육 체제 전환 추진단을 중심으로 미래교육 대전환 준비에 전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7월 2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우수사례를 살펴보고,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목포용호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날 유 부총리가 학생들의 공간디자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7월 2일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우수사례를 살펴보고,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목포용호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이날 유 부총리가 학생들의 공간디자인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이어 지난 7월 1일, 교육부는 한국판 뉴딜의 대표과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이하 미래학교) 사업’의 2021년 대상 학교 484개교를 선정했다. 미래학교 사업은 40년 이상 경과 학교 건물 2835동(약 1400개교)을 개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해 미래교육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18조 5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또한 교육부는 한국판 뉴딜 과제로 2020년 7월부터 학교 무선망 구축, 교원 노후 컴퓨터 교체 등 디지털 인프라를 조성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오프라인 융합교육 확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교수학습 혁신과 미래교육 도약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교육부의 구상이다. 지금까지 전체 초·중·고 일반교실 등 31만 교실에 기가급 무선망이 구축됐고, 노후 기기 보유 교원에게 최신 기종 노트북 등 컴퓨터 25만여 대가 지원됐다.

이처럼 교육부는 2011년 ‘제1회 미래교육공동체 포럼’ 개최로 미래교육 대비의 포문을 연 뒤 코로나19로 미래교육 대비에 고삐를 더욱 죄고 있다. 

지자체도 미래교육 열풍

전국 시·도교육청도 미래교육 대비를 위해 각양각색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월 9일 ‘인공지능(AI) 기반 융합 혁신미래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1년~2025년)’을 발표했다. 발전계획은 지능정보시대에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첨단 과학정보기술을 포용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감성을 이해‧공감하는 미래지향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추진된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유·초·중·고 교과에서 인공지능(AI)의 원리와 기능,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문제 등 인공지능(AI) 기반 주제중심 융합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향후 5년간 인공지능(AI) 교육전문가 1000명을 양성하고 ‘신나는 인공지능(AI) 교실 구축(매년 6교)’을 지원한다. 특히 사회 취약계층 학생 대상 맞춤형 지원 강화를 목적으로 인공지능(AI) 튜터를 활용할 예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미래교육 실현 차원에서 제2캠퍼스를 조성한다. 제2캠퍼스는 이천 백록학교, 경기도학생교육원, 경기평화교육연수원이 해당된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제2캠퍼스는 고정 공간과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학생마다 자신의 미래와 진로를 위한 동기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돕는 교육활동 장소”라며 “제2캠퍼스는 학교 틀이 없는 또 다른 학교다. 미래학교, 미래교육의 한 모습이기도 하다. 학교와 제2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삶의 동기를 발견하고,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면서 미래를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미래교육과 미래학교를 다양하게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 7월 1일부터 3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2021. 미래교육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1일 개막식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경남교육청)
경남교육청은 지난 7월 1일부터 3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2021. 미래교육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1일 개막식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경남교육청)

경남교육청은 지난 7월 1일부터 3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2021. 미래교육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콘퍼런스는 ‘지능정보 시대, 미래를 만들어가는 미래교육’을 주제로 ▲세계적 미래교육 전문가 13명의 기조 강연 ▲미래교육 사례 소개 30개의 분과강연 ▲미래교육 콘텐츠 24종 체험·전시 분야로 구분, 진행됐다. 온·오프라인으로 경남 지역 교원과 교육 관계자 1800여 명이 참석했다.

부산시교육청 부산미래교육원은 지난 4월 12일부터 ‘온라인 콘텐츠 제작팀’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부산미래교육원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팀 구성·운영에 앞서 지난 3월 3일부터 9일까지 초·중·고 교원 70명을 모집했다. 온라인 콘텐츠 제작팀은 ‘초·중등 교과 연계’ 분과와 ‘에듀테크 활용 및 인공지능 기반교육 콘텐츠’ 분과 등으로 나눠 활동한다. 이러닝 전문가 초청 강연과 컨설팅 등을 통해 8월 말까지 약 60종의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한 뒤 부산지역 초·중·고 교사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민간 에듀테크 기업, 미래교육 선도

인천시교육청은 2021년 ‘손에 잡히는 최첨단 인천 미래교육’을 구현하고자 지난 4월 19일부터 시작, 오는 10월 29일까지 분기별로 학교현장 에듀테크 활성화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 에듀테크란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교육에 최첨단 ICT기술을 접목, 교수학습을 개선하고 新교육방식을 제공한다. 또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증강·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 융합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학교 공간을 확장하고 개별 맞춤형 교육의 효과성을 추구한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온라인 강의 플랫폼, 교수학습·평가 지원 및 분석, 소통·협업 도구, 콘텐츠 제작 지원, 학교행정 지원, 게이미피케이션 분야, 화상수업·방송 지원, 지능형 콘텐츠 큐레이션 지원, AR·VR 등 가상현실 지원, SW·AI교육 지원 등 에듀테크 분야는 광범위하다.

현재 에듀테크 분야는 민간의 에듀테크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미래교육 대비를 위해 에듀테크가 강조되면서, 에듀테크 기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 이에 정부도 에듀테크 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은 공모를 통해 비대면 교육 분야 에듀테크 스타트업 34개사를 선정, 최대 1억 50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KERIS에 따르면 공모에는 570개사가 신청했다.

최종 공모 선정 기업은 1년부터 7년까지 업력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AI 기반 개인화 교육 서비스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 ▲비대면 교육 플랫폼 서비스 ▲비대면 온라인 체험 프로그램 ▲코딩 교육 등의 기술을 활용, 영어·수학 등 교과 교육뿐만 아니라 미술·음악·체험·코딩·성교육·심리상담·인성교육·메이커 교육·바둑교육·튜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아이템을 교육시장에 보급한다.

이같이 정부과 민간이 미래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어 가고 있는 가운데, 미래교육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언을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에게 들어봤다. 

[인터뷰]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지금이 미래교육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의 적기”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우리나라도 미래교육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지금부터 미래교육을 대비해야 하는 이유라면.

“과거로 미래를 준비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교육이라고 말한다. 이미 글로벌 사회에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가 시작됐다.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공지능시대에 대비하는 교육이 미래교육이다.

우리 아이들이 20세 정도에 대학에 입학하고 이후 80년을 살아간다. 80년을 살아갈 때 기존의 방식, 기성세대의 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성세대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50대, 60대, 70대의 기성세대는 선진문물을 완전히 흡수하는 것만으로 경제발전이 이뤄지는 산업구조 속에서 살았지만 더이상 그런 산업구조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지난 수십 년 간의 교육이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금 시대의 교육에서 어떤 능력을 길러줘야 하는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즉 기존의 지식을 습득하기보다 새롭게,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미래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 미래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역량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OECD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으로서 4C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4C는 Critical thinking(비판적 사고), Creative thinking(창의적 사고), Communication(의사소통), Collaboration(협력)이다.

과거에는 모든 종류의 지식을 그냥 숙지했다. 그러나 Critical thinking은 숙지·흡수한 지식을 다시 생각해보고, 뒤집어 생각해보고, 거꾸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Critical thinking은 정보화사회에 더욱 필요하다. 현재의 유튜브, 블로그 등 개인매체 시대에서는 가짜뉴스나 불명확한 뉴스가 범람하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Internationale Baccalaureate·국제 공통 대학입학 자격제도, 이하 IB)를 보면 문학작품이든, 비문학작품이든 저자나 편집자 혹은 매체의 편집 의도까지 간파하는 훈련을 계속 시킨다. 반면 그동안 우리는 교과서에 실린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이제는 교과서 지문으로 실린 신문기사가 어느 매체에 게재됐고, 무슨 맥락에서 실렸고, 어떤 시기에 어떤 편집 의도로 출판됐는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온갖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올바르게 판단하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Creative thinking(창의적 사고)은 기존의 지식을 넘어서 내 생각, 내 논리를 개발하는 것이다. Communication(의사소통)도 중요하다. 말로, 글로 표현하지 못하면 제대로 모르는 것이다. 자신의 말과 글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줘야 한다. Collaboration(협력)은 단순히 다른 사람과 협력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협력이 가능하려면 기본적으로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는 시각이 전제된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순간부터 배제, 배타, 경쟁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협력은 공존을 위해 필요하다. 최재천 교수는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고 말했다. Collaboration(협력)의 기본은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 않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 4C 외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제시한다면.

“Convergence, 융·복합이다. Department(학과 또는 교과)는 기성세대가 인위적으로 구분한 것이다. 우리는 전문성 심화 차원에서 교과별·전공별로 분리, 그것만 공부·연구한다. 그러나 사회나 자연은 원래 융·복합적이다. 분절적으로만 이해하면 전체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부분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보기 위해 융·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사고해야 한다.”

- 미래교육 준비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교육혁신 전문가로서 미래교육 준비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방향에 대해 조언한다면.

“미래교육의 일환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강조하며 코딩을 많이 말한다. 코딩은 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다. 우리가 외국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듯이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해 언어를 배운다.

사실상 언어는 도구적 수단이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외국어를 원어민만큼 잘하기는 쉽지 않고 그것이 모든 외국어 교육의 궁극적 목표일 필요도 없다. 외국어는 어느 정도로만 하면 되고 더 중요한 건 자신만의 콘텐츠다. 외국어는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나 번역기의 힘을 빌려도 된다. 컴퓨터 언어도 마찬가지다. 컴퓨터 언어를 할 때 언어도 일부 배워야 하지만 수학적, 논리적 사고력이 더 필요하다.  일부 컴퓨터학과 교수들은 대학 입학 전에 코딩 언어 자체보다 수학적, 논리적, 컴퓨터적 사고력을 제대로 익혀 왔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K-드라마, 영화 기생충은 영어로 제작되지 않았다. 결국 내 생각, 내 논리가 중요하다.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자면 2000년대 초반에 고려대 컴퓨터교육과에서 6년 동안 전공과목을 가르쳤다. 당시 우리나라 컴퓨터교육과의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모두 분석했다. 그런데 컴퓨터 교과서가 엑셀, 파워포인트, MS워드 사용법을 익히는 매뉴얼 수준이었다. 시험은 단축키를 암기해 객관식 문제를 맞히는 것이었다. MS사는 외국의 특정 회사다. 외국 특정 회사의 매뉴얼 수준을 국가교육과정으로 가르친다는 것이 너무 놀라왔다. 그래서 ‘컴퓨터교육과가 곧 망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대학들에서 컴퓨터교육과가 사라졌다. 그러다 알파고 때문에 충격을 받은 뒤 ‘코딩교육을 해야 된다’ 등의 말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2000년대 초반에도 컴퓨터적 사고력, 디지털적 사고력, 코딩 교육 등을 생각하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런데 컴퓨터적 사고,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사고력, 이런 것들을 필요없다고 생각해서 가르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컴퓨터 사용법 익히는 교육과정을 가르친 것이다. 전 국민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으면 되지, 자동차 정비공은 될 필요가 없다는 관점이다. 즉 전 국민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으면 되지, 컴퓨터 수리공처럼 자세히 알 필요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우연히 북한의 컴퓨터교과서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북한은 MS사의 제품을 쓰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컴퓨터교과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적 언어와 사고를 기르는 것이었다. 지금 북한이 전 세계에서 해킹 1위 아닌가. 해킹의 도덕성 문제는 국가 간 상대적 가치이므로 논외로 하고, 결국 국민 각자가 어떤 종류의 역량을 기르냐에 따라 개인의 경쟁력과 국가의 경쟁력이 좌우된다고 본다. 우리가 기존에 지식의 소비자를 기르는 방식으로 컴퓨터 교육에 접근했다면, 미래시대에는 지식의 소비자가 아니라 지식의 생산자를 만들 수 있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

- 평가방식의 변화도 필요하지 않겠나.

“물론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외국사람과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영어를 초중고에서 내내 배운다. 그런데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도 외국사람과 편하게 대화할 수 없다. 영어교과가 외국 자료로 읽고, 쓰고, 외국사람과 대화하기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점수 만점자조차 영어로 쓰고, 읽고, 말하고, 소통하는 것이 편하지 않다. 평가방식이 잘못된 것이다.

반면 IB에서는 영어 시험 문제가 “어느 모임에 가려고 하는데 어떤 옷을 선택할지, 왜 그 옷을 선택했는지를 친구한테 이메일로 설명하라” 또는 “부모는 자녀의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는 것이 적당한지 학교 문집에 기고문으로 작성하라” 식이다. 이런 문제의 답을 글로 쓰는 형태가 수능 시험이고, 말하기 형태가 내신 시험으로 출제된다. 이런 식의 평가에서 만점을 받으면 쓰고, 말하는 것이 편한 수준이 되지 않겠나.

그런데 서울대 영어교육과 소영순 교수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능에도 말하기, 쓰기 문항이 있다. 문제는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제인과 브라이언의 대화를 가정해보자. 제인의 말 뒤에 브라이언이 할 말을 빈칸으로 남기고, ‘다음에서 브라이언이 할 말로 적당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르라’는 것이 말하기 문제다. 그리고 여러 문단을 섞어놓고 ‘첫 번째 문단 다음에 올 문단이 순서에 알맞게 나열된 것이 무엇인가’를 고르는 것이 쓰기 문제다. 이처럼 시험이 본질을 평가하지 못하고 왜곡됐다. 결국 아이들은 고생하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전력질주하고 있다. 이에 평가방식의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

- 외국 사례를 소개한다면.

“영국의 수능(에이레벨), 프랑스의 수능(바칼로레아), 독일의 수능(아비투어), IB의 수능, 스웨덴과 핀란드의 수능 등은 객관식이 하나도 없다. 100% 논서술식이다. 무엇보다 핸드폰으로 검색한다고 바로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출제되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시험에서 ‘다음 중 시대순에 알맞게 나열한 것은 몇 번인가’ 식의 문제가 흔하다. 반면 외국 수능의 경우 ‘동학혁명이 일본의 조선병합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에 대해 얼마나 동의하는지 2시간 동안 써봐라’ 식의 문제다. 문제를 풀려면 자료를 많이 봐야 하고 자신의 생각이 있어야 한다. 또한 반론을 논리적으로 반박해야 한다.

시험문제가 이런 방식으로 출제되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수업방법이 바뀐다. 교육방법도 바뀌고, 교수법도 바뀌고, 학교수업도 바뀐다. 정점에 있는 대입시험 하나를 바꾸면 그 아래 초중고 교육의 패러다임이 도미노식으로 바뀐다.”

- 마지막으로 미래교육 대비를 위해 강조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구한말에 근대화의 쓰나미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당시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아시아에서 근대화를 먼저 시작했고 지금까지 한 세기 이상 아시아를 선점하고 있다. 시대적 쓰나미, 즉 파고를 빨리 읽어야 한다. 그리고 먼저 대응하는 사람이 시대를 선점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근대화를 했다. 하지만 시기가 늦었다. 결국 나라를 잃었다. 전 세계적으로 근대화의 물결이 요동칠 때 일본은 근대화에 먼저 응답했지만, 우리는 조용하게 쇄국정책을 실시했다. 당시 구한말 시대의 사람들이 열심히 살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열심히 살았다.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전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가시작됐다. 그 시대가 먼저 다가온 분야나 집단이 있고, 아직 그것을 먼 나라의 일처럼 느끼는 집단이 있다. 구한말의 근대화처럼 지금 시대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기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개혁을 했어도 늦어서 나라를 잃었던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으면 좋겠다. 미래교육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고 이미 시작된 현재다. 미래교육에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때 교육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 약력
전 서울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연구교수
전 미국 미시간대학교 상호작용적컴퓨팅교육센터 객원교수
전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고등교육연구개발센터 특임교수
※  저서
“IB를 말한다”(2019년)
“대한민국의 시험”(2017년)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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