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2022년 예산 44조 2200억원 규모 의결
-민관협치 예산 일부 회복...“향후 보완책을 논의해야”

시민단체나 비영리단체의 공익적 활동을 위해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련 예산을 편성한다. 반대로 예산이 삭감되면 시민사회가 크게 흔들린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의 경우 내년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으나, 시민사회를 위한 예산은 그렇지 못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소외 계층을 위한 시민사회계 활동이 위축될 위기다. <뉴스포스트>는 서울시의 행보로 시민사회계가 어떻게 위기에 봉착했는지 분야별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이 지난해 마지막 날 극적으로 시의회를 통과했다. 역대 최대 규모인 44조 2200억여 원으로 확정됐다. 대규모 삭감될뻔한 시민사회 관련 예산은 시의회와 시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일정 부분 회복했다. 시민사회의 저항이 일부 성과를 냈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는 서울 중구 시의회에서 304회 임시회를 개최하고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최종 의결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31일 서울시의회는 서울 중구 시의회에서 304회 임시회를 개최하고 2022년도 서울시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최종 의결했다. (사진=뉴시스)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2022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을 2021년 마지막 날인 지난달 31일 수정 의결했다고 밝혔다. 12월 중순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예정됐지만, 약 보름의 시간이 지체됐다. 코로나19 여파와 서울시와의 마찰 등으로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시의회와 시의 마찰은 서울시가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 작업의 일환으로 2022년도 민간위탁 및 보조금 사업 등 시민단체 관련 예산을 2021년도 1788억 원의 절반에 가까운 832억 원 삭감된 965억 원을 편성한 바 있다. 시민사회가 서울시 예산을 너무 많이 가져간다는 게 오 시장의 주장이었다. 

서울시 예산으로 운영됐던 각종 자치 사업들이 한순간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시민사회는 곧바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오 시장이 전임 시장의 흔적과 시민단체 영향력을 지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이하 ‘오 시민행동’)’을 결성해 시의회에 의견을 전달하고, 기자회견과 토론회 등을 열어 활동했다.

시의회는 시민사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서울시와 논의했다. 그 결과 예산을 일정 부분 회복하는 성과를 이뤘다. 대폭 삭감된 민간위탁 및 보조금 사업 예산이 200억여 원이 복원되면서 관련 예산은 1156억 원으로 확정됐다. 자치구 마을생태계 조성,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도시재생지원센터 등 일부 사업이 복원됐다.

지난달 2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달 2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3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사회 vs 서울시 vs 시의회, 끝나지 않은 마찰

민간위탁 및 보조금 사업 예산이 일부 복원됐지만, 결론적으로 지난해 예산 1788억 원보다 632억 원이 줄어든 셈이다. 예산이 회복되지 못한 상당수의 사업은 문을 닫는다. 오 시민행동은 <뉴스포스트>에 예산 복원에 힘을 쓴 시의회의 공을 전하면서도 회복되지 못한 예산에 대한 향후 계획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오 시민행동은 “서울시의회는 의원들 개개인의 예산 편성 관행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오 시장의 노골적인 파행 행정에 나름대로 원칙 있게 대응하며 서울시 2022년 예산안을 지켜냈다”면서도 “의회 민주주의를 통해 향후 오세훈 서울시정의 예산 집행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사회적으로 통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의회가 이번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미흡했던 삭감 예산 사업들을 향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예산 삭감에 따른 노동권이나 공공성의 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와 시의회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새해에도 ‘서울시 바로 세우기’를 예고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문제가 됐던 민간위탁과 보조, 자기 사람을 채우기 위한 마구잡이식 산하기관 설치와 방만한 행정운영 외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시민 불편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규제와 비상식적인 제도를 혁파하겠다”고 전했다.

시의회는 시의 일방적인 예산 삭감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여당) 절대다수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권한과 정보의 불평등은 ‘강 시장 약 의회’의 한계를 절실히 체감하게 했다”며 “제왕적 단체장의 사적 행정과 일방적 예산편성을 저지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은 모든 지방의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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