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인터뷰
좌식생활과 스마트폰·테플릿PC 사용이 디스크 질환 유발
과도한 운동과 다이어트, 디스크 수핵 수분 함량 낮춰
손상된 디스크는 회복 불가능...단계별 맞춤 운동 필수

2017년 통계청 생명표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태어난 출생아가 평균 82.7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여자는 2.4년, 남자는 1.7년이 더 높았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기대수명 선진국’인 것이다.특히 통계청은 암과 뇌혈관, 심장질환만 제거해도 기대수명이 6.8년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봤다. 각종 질환은 수명에 더해 삶의 질과도 관련된 중요한 사안. 이에 본지는 100세 시대 도정을 위협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좀먹는 질환의 치료법을 알려주는 <백세건강> 시리즈를 기획했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환자분들에게 평소 목과 허리 디스크에 좋지 않은 운동은 하지 말라고 말씀드립니다. 대표적인 게 골프와 테니스, 스쿼시, 탁구, 볼링 등 구기종목이에요. 편측 운동과 회전 운동은 디스크를 마른 걸레 짜듯이 쥐어짜는 아주 좋지 않은 운동입니다.”

윤문식 병원장은 과도한 다이어트와 운동이 디스크 건강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윤문식 병원장은 과도한 다이어트와 운동이 디스크 건강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은 3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디스크(추간판)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잘못된 생활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병원장은 현대인의 좌식 중심의 생활과 과도한 다이어트, 무리한 운동 등이 디스크 손상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이날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윤문식 병원장을 만나 디스크 질환(추간판탈출증, 진공 현상, 석회화 등)의 발병 원인과 치료법, 평소 디스크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봉영로 소재 수원자생한방병원에서 진행했다.

인터뷰 ①편에서는 디스크 질환의 원인과 함께 올바른 운동 방법 등을 짚어보고, 인터뷰 ②편에서는 추나요법과 한방치료 중심의 비수술적 치료법과 디스크 질환을 예방하는 생활 가이드를 들어본다. 

- 목과 허리 디스크 질환이 현대인의 만성질환이 됐습니다.

‘기립 생활’에서 ‘좌식 생활’로 바뀐 사회구조적 변화 때문이에요. 농경시대는 대부분 기립 생활을 하면서 인체의 근육을 다양하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많은 현대인이 모니터 앞이나, 운전대 앞에 앉아서 하루 8시간, 많게는 12시간씩 보내고 있습니다. 2015년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은 평균 8시간, 여성은 평균 7.8시간 좌식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일과 이후에도 자리에 앉아 거북목을 유발하는 자세로 스마트폰과 테플릿PC로 SNS를 하고 유튜브를 보죠. 서 있을 때 허리에 오는 자극량이 100%라고 보면, 아무리 바른 자세로 앉아도 자극량은 130% 정도로 늘어납니다. 두 다리로 체중이 분산되지 않아서요. 여기에 목을 앞으로 쭉 빼면 목 디스크에 150% 정도의 자극을 줍니다. 이게 하루하루 누적되면 디스크 손상을 유발하죠.

- 운동과 다이어트가 디스크 질환을 유발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만.

뭐든 과하면 문제가 됩니다. 무리한 운동, 과도한 다이어트 모두 수핵이 마르는 ‘진공 현상’이나 디스크가 삐져나오는 ‘추간판탈출증’ 등 디스크 질환을 유발하는 요소예요. 디스크의 수핵은 수분 함량이 80% 정도인데요. 어린 나이에는 88%였다가, 점차 수분이 줄어들어 50대가 되면 70% 가까이 떨어지죠. 이건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그리고 피할 수 없는 변화입니다.

왼쪽부터 척추 진공 현상(수핵이 없어지고 빈 공간이 됨), 추간판탈출증, 척추 및 척추주위 인대의 석회화. (사진=Wikimedia Commoms)
왼쪽부터 척추 진공 현상(수핵이 없어지고 빈 공간이 됨), 추간판탈출증, 척추 및 척추주위 인대의 석회화. (사진=Wikimedia Commoms)

문제는 20~30대 청년들의 수핵 수분 함량이 잘못된 운동과 다이어트로 줄어들 수 있다는 건데요. 허리 디스크 질환이 있는 청년들의 척추 MRI를 보면 디스크 색깔이 까맣게 변한 걸 볼 수 있습니다. 과도한 다이어트로 수분이 빠지거나, 과격한 웨이트 운동으로 척추에 계속 충격을 줘서 디스크가 손상된 거죠. 한 번 줄어든 디스크의 수분 함량은 다시는 회복이 불가능해요. 예전에는 이걸 ‘퇴행성 디스크’라고 표현했는데, 요즘은 수분이 줄어들었다는 그대로 표현해 ‘탈수된 디스크’라고 말합니다.

- 디스크 관리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운동이 있나요?

목이나 허리 디스크 질환으로 오는 환자분들에게 골프나 테니스, 스쿼시, 볼링, 탁구 등 구기종목 운동을 하지 말라고 말씀드립니다.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민첩성 운동’이나 ‘편측 운동’, ‘회전 운동’ 등은 디스크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빠른 동작 변화를 주는 민첩성 운동은 척추를 지지하는 인대에 손상을 유발해요. 편측 운동은 한쪽만 근육이 발달하기 때문에 신체의 불균형을 초래해 척추와 목에 무리를 줍니다. 회전 운동은 마른 수건 짜듯이 멀쩡한 디스크를 쥐어짜는 운동이고요.

- 디스크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추천하는 운동이 있다면?

허리 디스크 질환으로 오시는 분들에게는 수영을 추천해드리는데요. 목 디스크 환자분들은 수영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수영은 물속에서 저항을 이기려고 어깨 근육을 많이 쓰는데, 이게 목 디스크에 무리를 줄 수 있어요. 가뜩이나 약한 목 디스크에 계속 충격을 줘서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환자분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운동 중 통증이 오면 운동을 바로 중단하시라”고요. 디스크 질환 환자에게 운동은 밥 먹는 것과 같습니다. 밥을 먹어야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운동해야 문제가 생긴 디스크를 주변 근육이 지지해줘서 활동할 수 있어요. 그런데 밥이 좋다고 배 터지게 먹으면 안 되죠. (웃음) 과식하면 안 되듯이 운동도 과하게 하면 오히려 독이 됩니다.

디스크 건강을 위해 단계적인 맞춤법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윤문식 병원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디스크 건강을 위해 단계적인 맞춤법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윤문식 병원장.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운동과 다이어트가 디스크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말인데, 그럼 디스크 질환이 생기기 전에는 가급적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나요?

오히려 디스크 질환이 있기 전에, 그리고 젊었을 때 최대한 운동을 ‘해둬야’ 합니다. 그래야 노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디스크 수핵의 수분이 줄어들더라도, 척추 주변의 근육들이 디스크 건강을 유지해줄 수 있죠. 30대까지 만들어진 근육 세포가 나이 들어서도 갑니다. 운동을 쉬다가도, 다시 운동하면 근육이 금방 회복되죠.

운동할 때는 단계별로 점차 강도를 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근육이 부실한 상태에서 강도 높은 웨이트 운동을 하면 오히려 디스크에 무리를 줘서 수핵의 수분이 줄어드는 진공 현상이나 추간판탈출증 등을 유발할 수 있어요. 아예 운동을 안 했던 분들이면 요가나 스트레칭 등 맨손 운동부터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점차 맨손 운동이 익숙해지면, 서서히 중량을 올리면서 웨이트 운동으로 넘어가셔야 합니다.

- 일상생활이나 운동 중 어떤 증상이 있으면, 디스크를 의심해봐야 하나요?

목과 허리 디스크 질환의 증상을 가장 특징적으로 꼽으면 세 가지 양상이 있습니다. 화학적 통증, 신경학적 증상, 근육통 등인데요. 화학적 통증은 척추 디스크 가운데 하나 또는 둘 이상이 삐져나오면서 욱신욱신 아픈 걸 말합니다. 또 디스크가 삐져나와 기계적으로 신경을 누르게 되면, 다리나 발가락이 저리는 ‘방사통’이 생기는 신경학적 증상이 일어나고요. 화학적 통증이 주변에 영향을 주면서 근육통이 발생합니다. 

통상 디스크 환자에게는 이 세 가지 증상들이 함께 찾아오는데요. 이런 증상이 있으면 내원해서 진단을 받아봐야 합니다.
 


※ 윤문식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약력

경희대학교 한의학 학사/석사/박사
한방재활 의학과 전문의
現 수원자생한방병원 병원장
前 일산자생한방병원 진료원장
前 부천자생한방병원 의무원장
前 자생한방병원(강남) 진료원장
前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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