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근육에 염증 생기는 ‘심근염’...완치의 정확한 기준 없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심근염’ 위험성 과소평가 돼
백신 접종 후 의심증상 있으면 반드시 병원 진료 받아야
5~6년 뒤 심부전·부정맥 유발 가능성...국가 단위 추적연구 필요

2017년 통계청 생명표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태어난 출생아가 평균 82.7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여자는 2.4년, 남자는 1.7년이 더 높았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기대수명 선진국’인 것이다.특히 통계청은 암과 뇌혈관, 심장질환만 제거해도 기대수명이 6.8년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봤다. 각종 질환은 수명에 더해 삶의 질과도 관련된 중요한 사안. 이에 본지는 100세 시대 도정을 위협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좀먹는 질환의 치료법을 알려주는 <백세건강> 시리즈를 기획했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심근염은 영아와 10대~20대 등 청년층 발병률이 가장 높습니다. 최근 정부가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계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심근염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는데요. 문제는 심근염이 몇 달 후면 완치되는 질병이라고 과소평가하는 겁니다.”

오재원 교수는 심근염 완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오재원 교수는 심근염 완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오재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14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심근염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심근염의 완치 기준은 아직 정립된 게 없고, 5~6년 뒤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방역과 개인의 삶을 위해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mRNA 계열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인정된 심근염이 쉽게 완치될 수 있다는 건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뉴스포스트 취재진은 오재원 교수를 만나 △심근염의 발병 원인과 증상 △진단과 치료 △코로나19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 △관련 후유증 등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 소재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에서 진행했다. 


- 심근염 질환의 정의와 증상이 궁금합니다.

심근염은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정상적인 심장 근육에는 염증 세포들이 침윤해 있지 않은데요. 바이러스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심장 근육에 염증 세포들이 끼어들어서 심장의 근육 세포가 망가져 심장 근육이 상하는 상황을 심근염이라고 얘기합니다.

심근염 자체만으로는 증상이 없습니다.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심부전과 부정맥 등 증상으로 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심장 기능이 떨어져 가슴이 답답하거나 흉통이 있을 수도 있고, 숨이 찰 수도 있습니다. 부정맥도 동반되기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빈맥 증상을 느낄 수 있고요.

- 심근염 질환에 특히 취약한 연령층이 있나요?

생후 6개월 내 영아와 10대에서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일부가 유전성, 즉 심장 근육이 나빠지는 유전적인 어떤 인자를 가진 사람들이 심근염 발생률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아와 10대에서 많이 발생하는 까닭에 유전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만, 미국에서 발표된 최근 연구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 심근염의 발생 원인은 뭔가요?

원인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 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죠. 흔히 바이러스성이 제일 많은데요. 다만 어떤 바이러스가 심근염을 일으켰는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과서적으로는 이제 심근염은 바이러스성이 제일 많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생길 만한 전조 증상 또는 과거력이 있으면 의심할 수 있습니다. 최근 1~2주 내 감기나, 바이러스성 장염에 걸린 뒤 흉통 등이 있으면 이 바이러스가 심장 근육에 염증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심근염 진단을 받아봐야 합니다.

- 심근염, 어떻게 진단하나요?

흉통 등 증상과 병력이 있으면 혈액 검사와 심전도 초음파 검사를 기본적으로 진행합니다. 혈액 검사로는 심장 근육 효소 수치를 볼 수 있고요. 초음파로는 심장에 염증이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의심되면 확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심장 MRI를 촬영하거나, 심장 근육 조직을 검사하는 심근생검 조직 검사를 진행합니다. 

가장 정확한 건 심근생검 조직 검사인데요. 우리 목쪽에 있는 뇌경정맥은 심장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그래서 목부터 혈관을 타고 심장 우심실까지 들어가 심장 조직을 조금 뜯어내서 검사를 합니다. 침습적 방법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위험성과 합병증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심근염은 그냥 나둬도 저절로 치료된다”거나 “우려할 만한 질환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요. 근거가 있는 말일지요?

심근염 가운데 저절로 치료되는 사례가 전체의 90% 이상됩니다. 다만 정말 자가치료가 되는지 꾸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보통 심근염이면 입원을 해서 하루나 이틀이라도 추이를 봅니다. 심장 근육 효소 수치가 계속 올라간다든지, 부정맥이 생긴다든지를 관찰합니다.

에크모 장치. 심장 등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는 역할을 한다. (사진=Wikimedia Commons.) 
에크모 장치. 심장 등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는 역할을 한다. (사진=Wikimedia Commons.) 

- 자가치료가 되지 않는 심근염의 치료법은 어떻게 되나요?

사실 심근염은 치료가 간단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인데요. 바이러스성이면 치료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감기처럼 자연스레 낫는 사례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임상적으로 의심은 되지만 환자가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등 아주 큰 문제가 없으면 경과 관찰만 합니다. 간혹 진통소염제를 처방하기도 하지만, 그것도 사실 큰 필요가 없는 거고요.

문제는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때 조직 검사를 해서 특정 유형의 심근염이면 면역 억제제 스테로이드를 쓰기도 하는데, 스테로이드가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정확히 밝혀진 것도 아닙니다. 바이러스성 심근염은 이조차도 도움이 되지 않죠.

그래서 결국 사망에 이르는 분들도 간혹 계시는데요. 이걸 흔히 ‘전격성 심근염’이라고 합니다. 이런 환자들은 에크모(심장이나 폐의 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를 미리 넣어서 심장이 멎더라도 다른 장기를 지키면서, 심장 이식을 하게 되는 사례도 1년에 몇 차례 있습니다.

-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심근염, 완치는 가능한가요? 예방법도 궁금합니다.

심근염 예방법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어떤 이유로 심근염이 발병했는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요. 심근염에 대한 완치라는 개념도 아직 학계에서 정확하게 정립된 게 없습니다. 흔히 심장 효소 수치가 정상이 되면 완치됐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심장 효소 수치는 심근염일 때만 올라가는 게 아니고 심근경색일 때도 올라가고, 혈관에 미세한 문제가 조금 있어도 올라갑니다. 그래서 심장 효소 수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심근염이 정말 깨끗하게 완치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후유증도 문제가 됩니다. 우리 피부에 상처가 난 뒤에 흉터가 생기는 것과 같은 건데요.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심근염도 심장 근육에 흉터를 남길 수 있습니다. 이 흉터가 남아서 심부전과 부정맥 등 여러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중장기적으로 5년이나 10년 동안 서서히 심장 근육이 나빠질 수도 있죠.

심근생검 조직 검사를 설명하는 오재원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심근생검 조직 검사를 설명하는 오재원 교수. (사진=뉴스포스트 이상진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심근염의 인과관계 논란이 있습니다. 백신 접종과 심근염이 어떤 관계가 있는 건가요?

화이자나 모더나 등 mRNA 계열 백신이 심근염, 심낭염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는데요. 세계적으로도, 또 우리나라 정부도 인정한 부분이고요. 하지만 아직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백신 1차 접종 후 1주일 내에 심근염 의심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병원 진료를 받아보셔야 합니다. 또 1차 접종보다 2차 접종 이후에 심근염 부작용이 더 많이 보고되는 만큼, 2차 접종 후에도 꾸준한 관심을 갖길 당부드립니다.

이와 관련된 일부 해외 연구가 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심근염이 생긴 환자의 심장 조직을 조금 뜯어내 검사했습니다. 심근생검을 한 건데요. 여기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백신 접종 이후 전신적인 염증이 생겨서, 그 염증 세포들이 심근염을 유발한 게 아니냐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후 3~7일 내 심근염 발생이 보고되기 때문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정부와 보건당국은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심근염이 대부분 이른 시일 내 완치된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말씀드렸듯이, 심근염 이후 후유증이 지속되면 당장 심장 근육에 염증이 있지 않아도 흉터가 남아서 천천히 심장을 망가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심부전이나 부정맥 등 합병증 가능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몇 개월 후면 다 완치가 된다는 보건당국의 말은 섣부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외국에서 보고된 사례에 의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심근염과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설사 회복해서 퇴원했다 하더라도, 과연 정말 장기간의 후유증 없이 심근염이 깨끗하게 완치가 됐는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백신 접종 후 심근염 증상이 일어난 환자들의 리스트를 갖고 꾸준한 관리와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정부는 심근염 병력이 있던 사람도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없을까요?

질병관리청 지침에 따르면 mRNA 백신 1차 접종 이후 심근염 등 문제가 있으면 2차 접종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요. 다만 심근염 과거력이 있었던 사람은 완치가 됐으면 맞으라고 권고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심근염은 완치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또 백신 접종 이후 아나필락시스(항원·항체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급격한 전신 과민반응)가 생기는 사람은 과거에 아나필락시스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심근염도 마찬가지일 수 있죠. 과거 심근염 병력이 있던 사람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에 심근염 발병률이 더 높을 수 있는 건데요. 이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질병청의 권고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끝으로 정부와 보건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습니다. 국가 방역과 개인의 삶을 지키기 위해선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발생하는 심근염은 무시할 만한 위험이 아닙니다. 

100만 명당 한 명, 10만 명당 한 명이라고 해도 그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되고, 축소해서도 안 됩니다. 백신 접종과 심근염의 인과관계가 인정된 만큼, 백신으로 발생한 심근염과 심낭염 등 부작용에 정부와 보건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와 추적조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 오재원 교수 약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학사/석사/박사
2017-現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심장내과 임상조교수
2016-2017 University of Zurich, Faculty of Medicine, Advanced Studies UZH in Heart Failure
대한심장학회 회원
대한내과학회 회원
대한심부전학회 회원
대한이식학회 회원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