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자살률, OECD 2배 이상...굉장히 심각
- 사회경제학적 배경이 가장 큰 영향 끼쳐
- 우울감과 우울증 치료 통해 예방해야
- 이상 징후 발견하는 ‘게이트키퍼’ 양성 중요

2017년 통계청 생명표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태어난 출생아가 평균 82.7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여자는 2.4년, 남자는 1.7년이 더 높았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기대수명 선진국’인 것이다.

특히 통계청은 암과 뇌혈관, 심장질환만 제거해도 기대수명이 6.8년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봤다. 각종 질환은 수명에 더해 삶의 질과도 관련된 중요한 사안. 이에 본지는 100세 시대 도정을 위협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좀먹는 질환의 치료법을 알려주는 <백세건강> 시리즈를 기획했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사회적으로 성공한 엘리트라고 해도 우울감에 충동이 더해지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어요. 이건 우울증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사들도 마찬가지죠.”

전진용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지원과 과장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도 우울증과 충동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은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이후로 꾸준히 감소했던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지난 2018년 상승세로 돌아섰다. 통계청의 ‘2018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6.6명으로, 2017년의 24.3명보다 2.3명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로는 1위를 유지했다. 그러다 한국보다 높은 자살률을 가진 리투아니아가 2018년 7월 OECD에 새로 가입하면서 잠시 자살률이 2위로 내려앉았다가, 지난해 다시 1위가 됐다. 

무엇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몰아가는 것일까. <뉴스포스트>는 23일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전진용 과장을 만나 우울증과 자살, 그리고 자살을 막는 예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우울감과 우울증 △자살의 원인 △자살 징후 등을 설명한 상편과 △자살 예방 대화법 △지역·세대·성별 자살 시도 원인 △자살 보도 언론 가이드라인 등을 다룬 하편으로 나눠 진행했다.  

전진용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지원과 과장이 우울증과 자살 예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전진용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지원과 과장이 우울증과 자살 예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상진 기자)

▶대한민국이 다시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어느 정도로 높은 것인가요?
“굉장히 심각합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배 이상입니다. 자살이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예측이 어렵다는 것인데요. 암이나 뇌혈관질환처럼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어느 정도 사망 가능성이 예측됩니다. 예측되기 때문에 수술을 통한다면 치료도 가능하죠. 하지만 자살은 그런 부분이 어렵습니다. 국가적으로 봤을 때도 기능하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손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특별히 높은 이유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워요.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입니다. 제가 의사니까 우울증 환자를 잘 진단해서 치료하면 당장 자살시도를 하는 사람 한 명은 구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전체적인 자살률을 낮추기는 어렵습니다. 사회경제적인 배경이 국가의 자살률을 높이기 때문인데요. IMF 외환위기 당시 자살률이 높아졌어요. 또 지금은 높은 실업률 등 의료 외적인 부분들이 자살률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사회적인 배경이 자살시도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말씀인가요?
“네. 사회복지 영역도 관련이 있을 거고요. 현장에서 여러 가지 캠페인을 시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데요. 문제가 복합적이기 때문에 줄지 않고 늘어나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처럼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노력이 몇 년 뒤에는 빛을 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상황을 봐야겠죠. 의학적으로 풀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들이 있습니다.”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극단적 선택인데요. 왜 청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는 것일까요.
“청소년의 경우 입시 스트레스, 청년들의 경우엔 취업 문제가 크죠. 스펙 전쟁에 나서야 하니 경쟁도 치열하고요. 실제 임상에서 보는 환자들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고 취업이 어렵다고 호소해요. 예전에는 취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았죠. 과거 일부 청년들만의 문제였던 것이 이제는 더 많은 청년들의 문제가 된 거죠. 그래서 청년 자살률이 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극단적 선택의 원인 가운데 유전적인 원인도 있을까요?
“유전도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 그 자녀도 같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 제가 돌봤던 환자의 경우에는 어머니와 형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병원을 옮긴 뒤에 결국 그 환자도 극단적 선택을 했어요. 우울감에 대한 유전일 수도 있고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충동적인 성향에 대한 유전일 수도 있습니다.”

▶청소년기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사람은 청년이 됐을 때 같은 선택을 할 확률이 12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요. 유전의 영향인가요?
“말씀하신 내용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정말 많아요. 실제 응급실에서 근무하면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왔던 환자가 나중에 다시 자살을 시도해서 응급실에 재차 오는 경우를 많이 봐요. 이게 왜 그럴까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요.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자살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자살시도까지 한다는 건 충동적이라는 겁니다. 유전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충동적인 성향은 자살시도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이죠.”

▶우울감과 우울증에 대해 여쭤볼게요. 개념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기간의 차이인데요. 우울감은 질병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짧은 기간 동안 기분이 우울한 것을 말합니다. 기자님과 제가 오늘 싸운 뒤에 기분이 우울하다, 이럴 때 말하는 게 우울감이에요. 하루를 넘기지 않는 상태입니다. 반면 우울증은 오랫동안 우울한 감정이 지속하는 질병인데요. 보통 수주 이상 지속하면 우울증이라고 진단합니다.”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선 우울증을 치료하는 게 근본적이겠군요?
“의학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자살이란 결과는 사회적으로 복합적인 문제예요. 예를 들어 A라는 도시에 공장이 많아졌어요. 유해가스가 막 나와서 천식 환자가 급증하고요. 그런데 정부가 공장 유해가스를 규제하지는 않고 천식을 줄이기 위해 시민들에게 엑스레이를 매년 무료로 찍게 하겠다고 한들, 근본적으로 천식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죠. 자살도 마찬가지예요. 우울증을 유발하는 사회경제적인 원인의 해소가 근본적 해결책입니다.”

▶우울증 치료는 극단적 선택을 막는 마지막 보루라고 봐도 될까요.
“그런 셈입니다. 그런데 사회경제적인 문제는 거대 담론이라 진단도 쉽지 않고 해결도 어렵죠. 반면 의료적인 치료는 이제, 지금, 여기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어요.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분들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는 사례가 많아요. 자살시도를 막으면 사망까지 가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는 우울증을 잘 치료하고 자살시도를 할 때 개입하는 게 도움이 됩니다. 우울증은 상담과 약물치료를 통해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간이면 완치가 가능한 질병입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계층은 상대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적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엘리트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에는 평소 우울감이 있을 확률이 높아요.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우울감이 있는 상태에서 충동적이 되면 자살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례에 대해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죠. 의사들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의사도 ‘내가 우울증이네’라고 인식을 해도 치료를 받지 않으면 우울증 때문에 자살시도를 하죠.”

▶우울감·우울증·사회경제적 배경·생물학적 원인 외에 위험요인이 있을까요.
“최근 개인적인 사건을 겪었을 수도 있어요. 사기를 당했거나 배우자가 죽거나 등등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이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할 대상이 없으면 ‘아, 인생을 끝내야겠다’ 이렇게까지 가는데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사람은 생활이 무기력하고 어디에다 도움을 요청해도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전진용 과장은 자살률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사회경제적 문제를 지적했다. (사진=이상진 기자)
징후를 미리 파악해 치료를 돕는 게이트키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진용 과장. (사진=이상진 기자)

▶미리 알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관련 징후가 궁금합니다.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지인들에게 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합니다. ‘죽고 싶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한다든지, ‘사는 게 의미가 없다’든지 하는 언어적 의사 표현을 합니다. 또 중요한 물건을 남에게 주거나 버린다든지, 수면제나 진통제 등을 모아서 감추어둔다든지 하는 행동적 의사 표현도 있고요. 외모에 대한 관심이 결여되거나 지각이 잦고 불면증이 생기는 상징적인 의사 표현도 있습니다.”  

▶징후를 보이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자살예방 ‘게이트키퍼’를 양성하는 걸 많이 말하는데요. 이게 중요하죠. 게이트키퍼는 자살시도 위험이 있는 사람의 주변인들이 자살을 예방하는 활동을 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제가 직장동료인데 갑자기 지각도 많이 하고, 수염을 깎지도 않아요. 거기다 최근 들어 사기까지 당했어요. 그럼 게이트키퍼가 물어보는 거죠.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렇게 직접적으로요.”

▶게이트키퍼 교육은 병원에서 진행하는 건가요?
“중앙자살예방센터 등에서 교육을 진행합니다. 따로 자격증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주로 극단적 선택의 위험이 높은 직업군들을 대상으로 교육하죠. 예를 들면 군대 내에서 자살을 막기 위해서 장병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건데요. 자살시도 전 사소해 보이는 여러 신호들도 모르면 무심결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 ‘어, 저 부사관이 이상해’ 이렇게 생각이 들면 군 상담 센터로 안내해줄 수 있겠죠.”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전진용 국립정신건강센터 의료지원과 과장 진료분야·약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톨릭관동대학교 의학 학사, 박사 수료/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전임의/통일부 하나원 /국제이주기구(IOM) 컨설턴트/광진구 정신건강증진센터장/통일마음(북한이탈주민) 클리닉/불안장애/외상후스트레스장애/우울장애 통일정신의학(북한이탈주민)/사회문화정신의학(다문화, 난민 및 이주민) 


※ 참고문헌

김영욱 외, <고층아파트의 저층과 고층의 자살률 비교 연구>, 대한건축학회 논문집-계획계 35(8), pp.57-64, 2019.

전민, <청소년의 스트레스가 자살사고에 미치는 영향 : 자기자비의 조절효과>, 아주대학교 대학원, 2012.  

김인숙, <연예인 자살보도와 제 3자 효과 : 언론의 연예인 자살보도에 대한 태도, 미디어 이용, 미디어 규제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언론과학연구 제9권3호, pp.5-3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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