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십이지장·척추·혈관 등에 둘러쌓인 췌장, 암 세포 쉽게 전이
내시경 검사도 어려운 췌장암, 뚜렷한 조기 검진 방법 없어
7년 만에 4,000명에서 7,000명으로 발병률 증가...생존률 12%
흡연과 과도한 음주, 지방과 탄수화물 과잉 섭취 등 발병 영향
직계 가족 가운데 췌장암 2명 이상이면 발병률 최대 10배 높아

2017년 통계청 생명표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태어난 출생아가 평균 82.7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여자는 2.4년, 남자는 1.7년이 더 높았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기대수명 선진국’인 것이다.

특히 통계청은 암과 뇌혈관, 심장질환만 제거해도 기대수명이 6.8년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봤다. 각종 질환은 수명에 더해 삶의 질과도 관련된 중요한 사안. 이에 본지는 100세 시대 도정을 위협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좀먹는 질환의 치료법을 알려주는 <백세건강> 시리즈를 기획했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전설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 대한민국 축구의 영웅 유상철 선수(1971~2021) 등은 모두 ‘침묵의 암살자’ 췌장암으로 우리 곁을 떠난 스타들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많은 스타들이 췌장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사진=Wikimedia Commons)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많은 스타들이 췌장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다. (사진=Wikimedia Commons)

최근 우리나라의 췌장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대비 비교적 낮았던 국내 췌장암 발병률이 서구화된 식습관 등 생활습관의 변화로 높아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췌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남성이 9.8명, 여성이 8명까지 증가했다. 이는 인구 10만 명당 10명인 선진국의 췌장암 발병률에 근접한 수준이다.

<뉴스포스트>가 1일 이희승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함께 일상생활에서 살펴볼 수 있는 췌장암의 증상과 예방법, 그리고 진단과 치료법 등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면으로 진행했다.

이희승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흡연과 과도한 음주가 췌장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이희승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흡연과 과도한 음주가 췌장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 스티브 잡스와 유상철 선수 등 스타들이 췌장암으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유명인들의 잇따른 비보에 췌장암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요. 실제 췌장암 발병이 늘고 있는 추세인지요?
네, 맞습니다. 해마다 췌장암 발생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국립암센터와 중앙암등록본부에서 조사한 연도별 췌장암 발생 건수를 보시면 지난 2010년 4,000여 명이었던 게, 7년 뒤인 2017년에 7,000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서구화된 식습관 등 생활습관의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됩니다.
 
- 췌장이 신체에서 어떤 기능을 담당하고 있고, 어디에 위치해 있나요?
췌장은 크게 음식 분해와 흡수를 위해 소화액을 분비하는 외분비 기능과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 조절하는 내분비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당이 조절 안 되는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복강 내 장기로 위를 걷어내면 그 뒤에 췌장이 있는데요. 간하고도 가깝고, 십이지장이 바로 옆에 있죠. 바로 뒤엔 척추가 있고요. 이처럼 췌장은 여러 장기 사이에 숨어있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췌장의 위치 때문에 암이 생긴 위치에 따라 통증의 위치가 달라지기도 하고 증상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또 췌장 주변에는 중요 혈관이 많이 있어서, 췌장암은 쉽게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전이됩니다.

여러 장기에 둘러쌓인 췌장의 위치 때문에 췌장암 조기 검진은 쉽지 않다. (사진=Wikimedia Commons)
여러 장기에 둘러쌓인 췌장의 위치 때문에 췌장암 조기 검진은 쉽지 않다. (사진=Wikimedia Commons)

- 췌장암은 진단됐다고 하면, 말기인 경우가 많아 손을 쓸 수가 없다고 하는데요. 췌장암 조기 진단이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췌장암이 무서운 이유는 암을 발견해도 수술이 가능한 상태는 2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진행된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요. 췌장암이 주변의 여러 장기나 혈관을 침범한 경우에는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췌장은 위치가 복부 깊숙이 있고, 위나 대장암처럼 내시경 검진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발견하기 어렵고 조기 검진을 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도 아직 없는 형편입니다. 

-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췌장암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말씀인데. 일상생활에서 내가 췌장암일
수도 있다고 느낄 만한 신체적 신호가 있나요?

췌장암으로 인해 췌장 기능이 손상되면 당 조절이 안 되거나, 소화 불량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 담도가 막히면 황달과 가려움증도 동반되죠. 혈뇨로 착각하는 갈색 소변을 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급격한 체중감소도 발생할 수 있는데요. 평소 이 같은 증상이 있다면,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 췌장암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이 궁금합니다. 대표적으로 ‘흡연’이 좋지 않다고 알려졌는데, 근거가 있는 말인지요?
맞습니다. 췌장암 환자의 대표적인 위험 요소로는 흡연과 함께 과도한 음주가 있습니다. 또 육류나 과도한 열량, 지방과 탄수화물 과잉 섭취 등 체질량 지수를 높이는 식습관이 췌장암 발생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죠. 

특히 가족력이 없는 성인이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고 증상이 동반된다면, 췌장암 가능성에 대해 한 번쯤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만성 췌장염 환자 역시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췌장암 발생률이 7배 이상 증가합니다. 

무엇보다 직계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가족성 췌장암으로 진단할 수 있는데요. 가족성 췌장암은 췌장암 발병 위험이 6~10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관련 유전자 검사 등을 필수적으로 해야죠. 

췌장암은 CT 등 영상 검사와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진단한다. 사진은 영상 검사로 진단한 췌장암. (사진=Wikimedia Commons)
췌장암은 CT 등 영상 검사와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해 진단한다. 사진은 영상 검사로 진단한 췌장암. (사진=Wikimedia Commons)

- 췌장암의 진단 방법과 치료 방법이 궁금합니다. 유일한 완치 방법이 절제 수술이라고 알려졌는데, 사실인가요?
진단은 크게 CT와 MRI, PET-CT 등 영상 검사와 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한 조직 검사로 진단하는데요. 치료는 크게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수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셨듯이 외과적인 수술 절제가 현재까지는 유일한 완치 방법입니다.  
 
- 췌장암 수술 후 5년 이내 생존율이 상당히 낮다고 알려졌습니다. 실제 생존율은 어떤가요?
다른 암들에 비해 생존율이 낮긴 하지만, 그래도 최근에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3년~1995년 사이 췌장암 생존율은 10.6%였는데요. 이게 2013년~2017년에는 12.2%로 올랐습니다. 최근 항암제 발전과 수술 기술의 발전으로 실제 임상에서 체감하는 생존율은 훨씬 크죠. 앞으로도 췌장암 생존율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조언해주신다면.
췌장암은 80~90%는 비유전성의 후천적인 원인으로 발생합니다. 그래서 생활습관 교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흡연과 과도한 음주 등 위험 요소를 피하시고, 운동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이 중요합니다.

특히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은 만성췌장염 환자와 췌장 낭종 환자, 가족력이 있는 환자, 새롭게 발생한 성인 당뇨 환자분들은 면밀하게 증상을 관찰하고 정기 검진을 지속적으로 받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 이희승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약력
2007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 
2017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석·박사 
2007~2008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인턴 수료
2011~2015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레지던트 수료
2015~2016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강사
2016~2017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임상연구조교수
2018~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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