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99%는 통증 없이 ‘단안복시’ 등 시력 관련 증상만
아토피·당뇨와 스테로이드성분 약 사용이 청년 백내장 늘려
약 복용 효과 없다...백내장 질환은 ‘수술’이 완치법
항산화식품, 현실적 도움 안 돼...선글라스 착용은 도움

2017년 통계청 생명표는 우리나라에서 2017년에 태어난 출생아가 평균 82.7세까지 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보다 여자는 2.4년, 남자는 1.7년이 더 높았다.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기대수명 선진국’인 것이다.

특히 통계청은 암과 뇌혈관, 심장질환만 제거해도 기대수명이 6.8년 이상 증가할 것으로 봤다. 각종 질환은 수명에 더해 삶의 질과도 관련된 중요한 사안. 이에 본지는 100세 시대 도정을 위협하는 질병을 예방하고, 우리의 건강한 삶을 좀먹는 질환의 치료법을 알려주는 <백세건강> 시리즈를 기획했다. -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상진 기자] “백내장은 흰머리나 주름살처럼 노화 과정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60대 이상이면 100% 백내장 질환이 있는데요. 하지만 백내장이 있다고 해도 시력에 큰 불편을 주지 않는다면 반드시 수술할 필요가 없어요.”

배형원 세브란스 안과병원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배형원 세브란스 안과병원 교수. (사진=세브란스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배형원 세브란스 안과병원 교수는 20일 뉴스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백내장 질환은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신체의 당연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내장 자체는 너무 우려할 필요도 없고 대부분 백내장은 불편하지 않다면 수술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뉴스포스트는 배형원 교수와 함께 백내장 질환의 발병 원인과 증상, 치료법 등을 짚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다.

백내장은 눈 안의 수정체에 뿌옇게 혼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99%는 통증이 동반되지 않는다. (사진=Wikimedia Commons)
백내장은 눈 안의 수정체에 뿌옇게 혼탁이 생기는 질환을 말한다. 99%는 통증이 동반되지 않는다. (사진=Wikimedia Commons)

▶백내장 질환의 정의와 증상이 궁금합니다.
“눈 안의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면서 혼탁 현상이 발생하는 게 백내장입니다. 수정체라고 하면 카메라 렌즈나 안경알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증상으로는 백내장 초기에 빛이 산란해 번져 보이는 현상도 있을 수 있고요. ‘단안복시’라고 해서 한쪽 눈으로 보는 데도 물체가 두 개 이상으로 보이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력 이상 외에 통증은 없는 건가요?
“백내장 자체로 통증은 없습니다. 다만 특수한 경우인데 극히 일부 백내장은 눈의 안압을 올려서 2차적으로 ‘급성 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안압이 급성으로 올라가면 통증을 느끼죠. 그럴 때는 백내장 수술을 하면 안압을 낮춰서 통증을 없앨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아주 극소수고, 백내장 질환의 99%는 통증 없이 시력과 관련된 증상만 있습니다.”

▶백내장은 왜 생기는 건가요?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백내장은 양쪽 눈에서 비슷하게 진행됩니다. 노화와 관련돼서요. 하지만 백내장 원인 가운데 외상으로 눈을 다쳤거나, 눈에 염증이 발생하거나, 스테로이드성분의 약을 사용하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한쪽 눈에만 백내장이 발생하고 진행 속도도 양쪽 눈이 다릅니다.”

▶백내장 질환에 특히 취약한 연령층이 있나요?
“대부분 노화에 따른 질환이기 때문에 60대라고 하면 백내장이 100%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흰머리나 주름살 같은 거죠. 60대 이상 연령층은 흰머리나 주름이 있을 확률이 100%일 텐데요. 백내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웃음) 하지만 흰머리가 별로 거슬리지 않아서 염색을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듯, 백내장도 생활하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다면 수술할 필요가 없습니다.”

▶노년층의 질환이라고 알려진 백내장 질환이 최근 30·40대 청장년층에서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연령 이외에 백내장 발병에 영향을 주는 위험 요인이 있나요?
“과거보다 안과 접근성이 높아져서 그렇다고 봅니다. 많이 가고 많이 진찰받아서, 많이 발견되는 것 같은데요. 굳이 가능성을 따지자면 청년들의 라식이나 라섹 같은 안과 수술과 스테로이드성분의 약 사용을 꼽을 수 있습니다. 스테로이드성분의 약은 복용약은 물론 피부과에서 처방받아 바르는 스테로이드성 피부약과 주사제, 안약 등 모두 해당합니다.
또 아토피 질환이나, 당뇨 질환이 있어도 어린 나이에 백내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토피 자체도 문제지만, 아토피 환자들이 스테로이드성 약을 워낙 많이 쓰기 때문에 그 영향이 크죠. 반면 콘택트렌즈 사용은 백내장 발생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백내장은 눈 속에 있는 수정체에 문제가 생기는 거여서, 수정체 바깥에 착용하는 렌즈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동공을 확대(왼쪽)해 세극등현미경으로 수정체를 보며 백내장을 진단 중인 모습. (사진=Wikimedia Commons)
동공을 확대(왼쪽)해 세극등현미경으로 수정체를 보며 백내장을 진단 중인 모습. (사진=Wikimedia Commons)

▶백내장의 진단과 치료법이 궁금합니다.
“진단은 눈에 특정 안약을 넣고 동공을 확대해 실시합니다. 동공을 확대하는 걸 산동(散瞳)이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동공을 확대한 상태에서 안과의사가 ‘세극등현미경’으로 직접 수정체를 보면 백내장 진단이 바로 가능합니다. 치료는 수술적 치료만 가능합니다. 혼탁이 생긴 수정체를 다 제거하고 그 자리에 깨끗한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는 방식으로 수술합니다. 안경알이 뿌옇게 되면 안경알 바꾸듯이요. 혼탁이 생긴 수정체를 인공수정체로 바꿔주면 되기 때문에 모든 백내장은 수술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이 간단한 수술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간단한 수술이라고 알려진 건 잘못된 겁니다. 사실 안과의사들이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는 수술이에요. 다만 모든 사람이 백내장 질환이 있고, 또 워낙 많이 하는 수술이니까 잘 하는 안과의사들이 많은 거죠. 백내장 수술이 우리나라에서 하는 수술 가운데 모든 질환을 통틀어 가장 많습니다. 보통 30분~1시간 정도 수술하지만, 잘하는 안과의사는 10분~15분이면 한다고 하니까 간단하다고 오해를 하십니다. (웃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맞습니다. 아주 안전한 수술인 까닭인데요. 백내장 수술은 심각한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0.1%도 되지 않습니다.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도 드물고, 대부분 극소마취를 하죠.”

▶백내장 약을 넣거나 복용하는 것만으로 백내장을 치료할 수 있나요?
“항산화제 계열로 백내장 약이 있긴 한데요. 효과가 그렇게 크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완치는커녕 진행을 늦추는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그냥 수술이 훨씬 일반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 없을 때까지는 지켜보다가, 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수술하죠. 약을 사용한다고 해서 수술하지 않을 수 있거나 다시 증세가 좋아진다거나, 이런 게 아니라서요.”

▶시력이 극히 나쁘거나 수술 시 위험 요소가 있다면,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는 게 낫나요?
“너무 연세가 많은 분은 당연히 백내장 수술에도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또 2차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도 조심해야 하는데요. 외상으로 생긴 백내장이라든지, 눈에 염증 이상이 동반된 백내장이라든지, 이런 경우엔 수술이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이 이미 실명한 상태라면, 하나 남은 눈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수술받는 걸 고민해야겠죠. 또 안전하다고 말씀드렸지만, 0.1~0.01% 확률로 ‘안내염’이라고 하는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굳이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태인데, 서둘러 받을 이유가 없고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상황에 따라 수술 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백내장 수술은 2.2mm~2.8mm 절개창을 내고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 후 세균감염 등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Wikimedia Commons)
백내장 수술은 2.2mm~2.8mm 절개창을 내고 수술하기 때문에 수술 후 세균감염 등에 주의해야 한다. (사진=Wikimedia Commons)

▶백내장 수술 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요? 샴푸와 비누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백내장 수술 시 눈에 2.2mm~2.8mm 정도 절개창을 내고 수술하는데요. 이게 워낙 작기 때문에 대부분 봉합을 안 합니다. 꿰매면 다시 풀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수술 후에 깨끗하게 감염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그 틈으로 균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절개창이 있는 수술이기 때문에 그 틈으로 균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 일주일 정도는 눈에 물이 들어가거나 손을 대거나 하는 걸 조심하라고 하죠. 샴푸와 비누도 그런 의미에서 사용을 자제해주시면 좋습니다.”

▶평소 백내장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습관과 도움이 되는 음식을 추천해주신다면.
“생활습관으로는 선글라스 착용이 도움이 됩니다. 사실 자외선 차단은 백내장뿐만 아니라 황반변성 등 다른 안과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인 항산화 식품인 블루베리나 이런 식품들이 가능성은 있지만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걸 먹어서 백내장 예방 등 안과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게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실험실에서 항산화 성분이 백내장을 늦출 수 있는 성분이라고 분석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먹어봤자 의미 있게 백내장을 예방하거나 억제하지 못합니다. 섭취해서 도움이 되는 식품은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끝으로 독자분들에게 백내장 질환에 대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백내장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중에 생깁니다. 누구나 다 생기죠. 그렇다고 모두가 수술하는 건 아닙니다. 누구는 평생 수술받지 않고요. 불편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시점에 수술받으면 원래 상태로 완치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 백내장은 불편하지 않으면 수술할 필요도 없고, 백내장을 수술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안과 질환을 유발할 가능성도 거의 없죠. 백내장 자체가 너무 걱정할 병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배형원 세브란스 안과병원 교수 약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박사
2006-2009 신촌세브란스병원 안과 전공의
2018-2020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조교수
2021-현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안과학교실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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