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세부터 정기적인 안과 검진 가장 중요”
“책 많이 본다고 눈 나빠진다는 근거 없어”
“눈에 좋다는 음식·영양제 효과 명확지 않아”
“어린이 근시 예방하려면 실외활동 늘려야”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 교육의 증가다. 이로 인해 어린 유아부터 성장기 청소년들까지 미디어 노출이 증가하면서 아이들의 시력 저하를 걱정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다’라는 말처럼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눈은 중요한 신체기관 중 하나이다. 특히 청소년 이전까지 시기는 시력발달이 이뤄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눈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에게 영유아·청소년기 시력 저하 증상 및 안구 질환의 원인 및 치료법과 눈 관리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화 인터뷰로 진행했다.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사진=세브란스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 사람의 시력은 출생 직후부터 몇 살까지 발달하게 되나요.

“시력은 대략 만 10세까지 발달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성장기 학생들은 그 시기 눈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만 그건 ‘근시’가 진행하는 것이고요. 만 10세 기준이 나오는 이유는 앞으로 설명하게 될 ‘약시’ 때문입니다. 이 약시치료는 시력발달의 가능성이 있을 때 해야 하는데 만 10세가 넘으면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시력발달은 만 10세까지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시력이 1.5인 사람, 마이너스여서 안경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발달할 수 있는 기본시력이 다른가요.

“우선 ‘시력’과 ‘굴절이상’의 차이를 아셔야 합니다. 시력은 숫자, 글자, 그림 등 무언가를 보고 읽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시력표를 이용해 검사합니다. 안경을 벗고 시력검사를 했다면 ‘나안시력’ 혹은 ‘맨눈시력’이라고 하고 안경을 쓰고 검사했다면 ‘교정시력’이라고 부릅니다. 시력은 보통 제일 좋은 경우를 대략 1.0을 기준으로 하고 점차 내려와서 0.1까지 체크를 합니다. 0.1의 숫자가 읽히지 않으면 이제 30~50cm 거리에서 손가락을 펼쳤을 때 셀 수 있는지 확인하는 ‘안전수지변별’, 앞에서 손을 흔들고 움직임이 느껴지는지 확인하는 ‘안전수동’, 빛을 주고 느낌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광각’ 등을 판단합니다. 무광각은 안과에서 가장 나쁜 시력, 아무것도 못보는 완전한 맹인이 된 상태를 말합니다. 수치로 ‘0’이죠.”

“마이너스의 개념은 ‘굴절력’입니다. 굴절력은 근시, 원시, 난시 등의 굴절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안경의 도수를 말합니다. 굴절이상을 검사했을 때 마이너스라면 ‘근시’가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플러스가 나오면 ‘원시’가 있는 거죠. 이들에게 맞는 렌즈를 사용해 교정시력 1.0이 나온다면 그걸 ‘시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예를 들어 마이너스 3디옵터의 근시가 있고 마이너스 2디옵터의 난시가 추가적으로 180도 축으로 있다고 한다면 이런 사람의 나안시력은 0.1 정도일 겁니다. 그렇지만 이를 다 교정해 안경을 씌워주면 그 사람의 교정시력은 1.0이 나오게 돼죠. 다시 말해 마이너스가 나왔다고 ‘내 시력이 마이너스구나’가 아니라 ‘내 굴절력이 마이너스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많이 걸리는 질병 중 10위가 '굴절 및 조절의 장애'였습니다. 대표적인 굴절 장애인 근시, 원시, 난시에 대한 설명과 원인, 증상, 치료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선 근시는 가까운 물체는 뚜렷하게 잘 보이지만 멀리 있는 물체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안경 쓰는 사람의 90% 이상이 근시입니다. 원시는 근시와 반대로 가까이 있는 물체가 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난시는 안구가 동그랗지 않고 럭비공처럼 약간 찌그러져서 가로축과 세로축의 굴절이상이 생기면서 초점이 맞지 않는 것입니다. 근시의 경우 ‘오목렌즈’, ‘원시’의 경우 볼록렌즈를 사용해 시력을 교정합니다.”

“이들의 원인이 각각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전적인 요인이 크냐, 환경적인 요인이 크냐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근시의 경우 성장기의 아이들은 대부분 진행이 됩니다. 키가 크면 근시는 진행한다고 보면 됩니다. 키를 안 크게 할 순 없잖아요?(웃음). 그 시기에는 검진을 주기적으로 하면서 시력발달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교정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입니다.”

- 소아 사시도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소아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사시 증상은 무엇이며, 적절한 치료 시기, 치료를 놓치면 나타나는 문제점 등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사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눈이 바깥으로 돌아가는 ‘외사시’와 안으로 몰리는 ‘내사시’가 있습니다. 알아둬야 할 점은 ‘내사시’가 시력발달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나이를 불문하고 발견되면 바로 병원에 와야 합니다. 내사시는 방치하면 약시뿐만 아니라 시력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내사시로는 출생 직후 발견되는 ‘영아내사시’입니다. 만 1세 이전이라도 발견되면 즉시 수술을 권하고 있습니다. 일부는 태어날 때부터 원시가 심한 아이들에서 발견됩니다. 원시 때문에 눈이 안으로 몰리게 되기 때문에 안경을 통해 원시와 사시를 교정해주기도 합니다. 이걸 ‘조절내사시’라고 부릅니다. 또 엄마들이 사시라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검사해보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가성내사시’로 부르는데 아이들이 아직 콧등이 서 있지 않으니 눈이 몰려보이는 것으로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외사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타입입니다. 가장 많이 발견되는 경우가 ‘간헐성 외사시’인데요. 아이가 피곤하거나, 멍 때리고 있거나, 눈에 힘주고 뭔가 보는 것이 풀렸을 때 눈이 바깥으로 돌아가는 사시가 있습니다. 간헐성 외사시는 시력발달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수술 등 치료가 급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미용상 혹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할 경우 수술을 고려하게 됩니다. 성인이 되고 수술하기도 합니다.”

- 소아 약시 환자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약시는 무엇이고 원인, 증상, 치료법은 무엇인가요.

“약시는 눈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교정시력이 1.0이 나오지 않는 경우를 말합니다. 어떤 요인으로 인해 시력발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원인은 검진을 통해 병이 있을 수도 있지만 특별한 기질적인 원인이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한 눈은 좋고 한 눈은 좋지 않을 때 굴절력의 차이, 난시나 사시가 심하다면 약시가 됩니다. 아이들이 시력발달은 눈을 사용하면서 시신경이 발달하는데 어떠한 이유로 한쪽 눈만 계속 사용하게 되면 사용하지 않는 눈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지냈던 아이들은 그게 불편한지 모르고 지내고 그 상태로 계속 지내게 되죠.”

“약시는 치료 시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어렸을 때 발견하면 아주 간단하고 비싸지 않은 치료법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만 10세 이전의 아동에게서 약시가 발견되면 ‘가림치료’를 진행합니다. 좋은 눈을 가려서 발달하지 못한 눈을 억지로 사용하게 해주는 거죠. 이를 위해선 시신경이 말랑말랑한 상태여야 합니다. 당연히 어릴수록 좋겠죠. 대부분 3~4세 경 예후가 가장 좋고 만 10세 이상은 거의 효과가 없습니다. 그 시기를 놓치면 억만금을 들여도 살릴 수가 없습니다.”

- 그래서 시력검사를 어릴 때부터 정기적으로 해야 하는군요?

“네. 저희는 보통 만 3세부터는 시력검사를 하시라고 권합니다. 더 어린 유아들도 시력 체크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정확도가 조금 떨어집니다. 그 이유는 정확한 시력 체크를 위해서는 본인이 숫자를 읽는 능력, 즉 말을 해야 체크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만 3세 정도가 되면 검진 시 유아의 협조가 가능한 최소 나이이기 때문에 권하고 있는거죠. 보통 유치원 때부터 확인을 해보시고 이후 성장기를 지나 대학생이 될 때까지는 6개월~1년에 한 번씩은 시력 체크를 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성장기 때는 근시가 진행될 확률이 크니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시력 저하의 원인을 체크하고 알맞은 안경을 씌워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중요합니다. 영아의 경우 사시검사, 굴절이상검사는 할 수 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이 외에 소아 안구 질환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눈꺼풀과 관련된 것도 흔한 질환입니다. 안검하수, 속눈썹찔림, 코눈물길막힘 등이 있어요. 코눈물길막힘은 눈물이 빠져나가는 길이 막혀서 눈물이 밖으로 자꾸 흐르는 겁니다. 눈꼽도 끼고요. 신생아 시기 흔한 병으로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고 안 좋아지면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그 외 선천백내장, 선천녹내장, 안종양 등 다양한 질환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흔하지는 않습니다.”

- 안경 착용은 몇 살부터 하나요?

“안경 사용은 나이 제한이 없습니다. 근시의 경우 빠르면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력교정을 위해 안경 사용을 합니다. 그러나 시력발달을 위해 아주 어린 나이임에도 안경을 쓰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조절내사시의 경우 발견되면 한 살일 때도 안경을 쓰기도 합니다.”

- “10대들 사이에서 컬러렌즈는 유행이 된 지 오래입니다. 청소년기 렌즈 사용은 괜찮은 것인가요.”

“렌즈 사용은 무관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관리’입니다. 컬러렌즈는 일반 렌즈보다 산소투과율이 떨어지지만 그렇지 않다면 사용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입증되지 않은 저렴한 렌즈를 사용하고 심지어 그것을 돌려가며 사용해 문제가 됩니다. 만약에 사용한다고 하면 안과 주치의랑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눈을 자주 비비면 시력이 나빠진다', '책, TV를 많이 보면 시력이 나빠진다', '수면 중 불빛이 시력을 저하시킨다' 등 시력에 관련한 여러 가지 속설이 있습니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가요?

“우선 눈을 자주 비빈다는 것 자체로 눈에 외상을 입히는 겁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질환보다도 무서운 것이 외상이에요. 선천적으로 병이 있을 확률보다 다칠 경우가 높은 거죠. 눈을 비비는 행동은 지속적인 안구 내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또한 ‘책을 많이 보거나 가깝게 보면 눈이 나빠진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습니다. 아이들의 경우 ‘가성근시’라고 해서 실제 근시가 심하지는 않지만 책을 많이 보는 경우 근시가 심하게 진행한 것처럼 얼핏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수면 중 불빛이 시력을 저하시킨다는 것에 대해선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추가로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말도 잘못된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안경을 써서 눈이 나빠진 것이 아니고 나빠지기 시작했으니 교정을 위해 안경을 쓴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성장기 아이들은 대부분 근시가 진행됩니다. 키가 빨리 컸다면 그만큼 근시도 빨리 진행됩니다. 교정시력 1.0 유지를 위해 안경 도수가 올라가는 겁니다. ‘눈이 나빠졌다’는 표현보다 ‘근시가 진행됐다’라는 표현이 맞습니다.”

- 어린 아이들은 시력이 나쁘다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관찰이 중요한데요. 아이의 눈 건강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부모는 아이들의 어떤 행동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까요.

“생후 3개월 이전까지는 눈맞춤이 전혀 안됩니다. 앞에 사물이 아주 희미하게 보일 뿐이죠. 3개월 이후부터 일정 시간 동안 쳐다보는 능력인 ‘주시’라는 것이 생깁니다. 그래서 3~6개월 사이에는 사람과 눈 맞춤이 되는지, 사물을 잘 따라오는지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6~9개월에는 물건을 잡을 때 정확히 쳐다보고 한 번에 확실하게 집는지 등을 체크해 볼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한쪽 눈이 바깥이나 안쪽으로 돌아가는 증상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약시의 경우 빠른 발견이 필요하기 때문에 제일 정확한 것은 병원 검사지만 집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눈을 한쪽씩 가려보고 반응을 살펴보는 것인데요.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지만 정상시력인 경우 한쪽 눈을 가려도 반응이 똑같거나 웃거나 할 겁니다. 그러나 약시인 아이들은 좋은 눈을 가려버리면 굉장히 답답해하고 손을 치우려고 합니다. 그런 식으로 확인을 해볼 수 있습니다.”

“눈을 자주 깜빡이는 경우도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 속눈썹이 찔려서, 알레르기 때문에 눈이 가려워서, 사시가 있을 때 등의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거든요. 평소보다 심하게 깜빡인다면 안과를 가셔서 검진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이후 별 이상이 없다면 틱 같은 행동 장애일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TV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부모들의 걱정이 큰데요. 눈 건강을 위한 관리법이 있다면 몇 가지 소개해 주세요.

“사실 눈에 좋다는 음식이나 영양제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신 최근 밝혀진 것이 ‘야외활동의 유무’인데요. 아이들이 근시가 진행되는 이유가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야외활동 시 햇빛을 쬐게 되면 우리 몸에서 도파민이라는 성분이 나오는데 이 도파민이 근시를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아이들 공부도 좋지만 야외활동을 충분히 해서 햇빛을 보게 해주세요. 또한 공부를 하던, 미디어를 보던 집중해서 눈을 사용했다면 그 시간을 4~50분 정도로 했을 때 10분 정도는 휴식을 취하면 눈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계속 강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검진’입니다. 안과 질환은 본인도 모르는 상황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괜찮아도 6개월에서 1년은 한 번씩 검진을 받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