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권은 시민들의 안전한 삶을 가늠할 바로미터다. 1997년 서울시는 인구 천만 이상의 대도시 중 최초로 보행권 조례를 제정했지만 과연 우리는 걷기 좋은 도시에 살고 있을까? 자동차 3천만 시대를 앞둔 2021년, 도심은 오히려 차량에 압도당해 몸살을 앓고 있는 모습이다. 보행자가 다녀야 할 인도를 각종 시설물과 개인형 이동장치가 점령했으며, 특히 어린이·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은 목숨을 담보로 한다. 는 보행권 관련 다섯 차례의 기획 시리즈를 통해 도심지 보행 현장과 보행친화거리를 살펴보고 보행권 개선의 길을 모색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났다고 해보자. 운전자는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느닷없이 튀어나와 접촉사고가 난 것이다. 보통은 갑자기 도로로 튀어나온 보행자에게 “왜 도로로 뛰어들어서 멀쩡한 운전자 인생을 망치느냐”고 힐난할 것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보도블록이었다면, 운전자는 단숨에 ‘보행자 도로에서 운전해 사람을 해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도로가 ‘누구의 공간’으로 정의되느냐에 따라 책임의 소재가 달라지는 것이다.만약 도로가 차도도 인도도 아니라면 어떨까? 도로가 분리되지 않으면, 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