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발표
“국가는 피해자와 유족에 공식 사과해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1970~80년대 사이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자행된 대규모 인권침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국가 폭력’임을 사건 발생 35년 만에 공식 인정했다.

24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오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24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오전 서울 중구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24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국가 폭력에 의한 피해자와 가족들의 아픔이 공감받고, 치유의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전날인 23일 제39차 위원회를 열고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한 바 있다. 전체 진실규명 신청자는 544명으로, 이번 1차 진실규명 대상자는 지난해 2월까지 접수를 마친 191명이다. 신청 접수 순서대로 최대 3차까지 진실규명이 이뤄질 전망이다.

형제복지원에서 자행된 인권침해를 국가의 독립적 조사기구가 국가 폭력이라고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사건에 대해 비상상고 신청을 기각하면서 ‘국가가 주도한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판단했지만, 국가 책임을 일부만 인정했다.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부산에 세워진 형제복지원에서는 1975년부터 1987년까지 2만 명이 넘는 무고한 시민들이 잡혀 들어가 감금됐고, 폭행과 성범죄 등 온갖 가혹행위가 자행됐다.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당초 사망자는 500명 정도로 알려졌으나, 조사 과정에서 100여 명 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은 1987년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대법원은 1989년 무죄를 선고했다. 박 원장은 2016년에 사망했다. 형제복지원의 생존자들과 유족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했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이 강제수용의 근거로 활용한 내무부 훈령 410조가 법률유보·명확성·과잉금지·적법절차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해당 훈령은 부랑인 단속반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을 어떠한 형사절차도 밟지 않고 수용 시설에 무기한으로 강제 수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는 형제복지원에 대한 관리 감독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정을 묵살했고, 사실을 인지해도 조치하지 않았다.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을 축소·왜곡해 실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합당한 법적 처단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어 “국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각종 시설에서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권고 집행 부서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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