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배당·양도세 부과치 않기로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 26일부터 개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오는 26일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가 시작된다. 1주당 수십만 원하는 대형주를 커피 한 잔 값으로 쪼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적은 돈으로도 주식 투자가 가능해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여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정작 업계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이달 안에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는 1개의 온전한 주(온주)를 여러 개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쪼개 소수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다. 투자자들은 현재 약 78만 원대에 거래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약 60만 원대에 거래되는 LG화학 등을 1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앞서 소수점 거래 시행의 발목을 잡고 있던 과세 이슈가 해결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이달 초 시행 예정이었던 국내 소수점 거래는 금융투자협회와 국세청의 소수점 거래 관련 세법 질의에 대한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시행이 이달보다 늦어질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지난 15일 기재부가 “소수 단위로 취득한 수익증권을 매도할 때 발생한 소득은 배당소득세 또는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하면서 증권업계는 막바지 작업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해당 서비스에 대한 증권가의 기대는 크지 않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의 투자 수요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고, 해외 주식과 비교해 고가의 주식도 적어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
실제로 대내외 불확실성에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국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코넥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4조 591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 활황이었던 2021년 1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41조 1073억 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투자자가 증권사 계좌에 예치해둔 투자자예탁금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3조 632억 원으로, 2020년 11월 6일(51조 8990억 원) 이후 가장 적은 금액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로 인한 거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솔직히 어렵다”며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는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는 소수 단위로 쪼개서 매매할 만큼 가격이 비싼 종목이 많지 않아 거래량 확대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1주에 50만 원이 넘는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태광산업 ▲LG생활건강 ▲영풍 ▲LG화학 ▲삼성SDI ▲고려아연 등 7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시장을 대표하는 주식은 대부분이 고가지만, 국내 주식은 소수점 거래를 할 만큼 비싼 주식이 많이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며 “이르면 내년 중 서비스를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는 각 증권사마다 투자 가능 종목과 거래 수수료, 최소 주문 가능 금액, 걱래 가능 종목 등이 다르다.
일부 증권사는 공정거래법상 출자 제한(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정으로 인해 계열사 종목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삼성증권에서는 삼성물산이나 삼성생명 등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없고,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카카오 등을 쪼개 살 수 없다.
소수점 거래는 실시간 단위의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증권사가 여러 투자자의 주문을 받아 합산해 1주로 만들고, 이를 증권사 이름으로 한국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해 주문을 체결한다. 예탁결제원은 증권사로부터 해당 주식을 신탁 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규장 마감 종가 주문 방식으로 매매가 체결돼 거래 적시성이 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