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하 산부인과 전문의 "의사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해야"
서울 강서구 미즈메디 병원 견학
꿈을 꾸는 아이는 세상을 구합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무한 경쟁 사회 속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뉴스포스트>가 진로 멘토 프로그램 '마이리틀히어로'를 다시 시작합니다. 현업 멘토와 아이들을 만나 '무엇이 될 수 있을지' 나눕니다. -편집자 주-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들을 보니, 저도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어요"
병원에는 다양한 직군이 있다. 환자를 간호하는 간호사와 이들을 보조하는 간호조무사, 환자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는 영양사, 그리고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 특히 의사는 많은 청소년들의 꿈이기도 하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의사는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4위, 중학생 희망 직업 2위로 꼽히는 등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서울 송파구 키움센터에서 어린이 기자단으로 활동하는 박은비, 정윤하, 김차희 양은 미래에 병원에서 일하기를 희망한다. <뉴스포스트>는 세 학생과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서구 소재 미즈메디병원에서 이성하 산부인과 전문의와 만나 분만실과 영상의학과, 국제진료센터 등을 견학했다.
이날 학생들이 방문한 미즈메디병원에는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내과, 가정의학과, 비교의학과, 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에서 많은 의료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멘토링 시간에 앞서 산부인과 전문의 이성하 진료과장과 병원 측 관계자들이 세 학생들에게 병원 구석구석을 소개했다.
"선생님, 이건 세균인가요"
먼저 학생들을 반겨준 장소는 새 생명이 탄생하는 분만실이다. 과거에는 분만실이 수술실과 비슷한 분위기였다면, 오늘날에는 산모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편안한 가정집과 비슷한 분만실에서 산모는 엄마가, 산모의 보호자는 아빠가 된다.
이성하 진료과장은 "아기가 태어나면 의사 선생님들이 엄마 배 위에 아기를 안겨준다. 아기는 울다가도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금세 그친다"며 "아기를 낳는 것은 엄청 힘들지만, 낳고 나면 너무 너무 예뻐서 금방 잊는다"라고 말했다.
분만실에서 태어난 아기는 신생아실로 향한다. 산모가 몸을 회복하는 동안 전문 의료인들이 신생아들을 돌본다. 박은비, 정윤하, 김차희 양은 누워있는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아기들을 보고 눈을 떼지 못했다. 성인 남성 팔뚝 크기만 한 아기들이 내는 울음소리는 투명 벽을 뚫고 나올 만큼 우렁찼다. 이 과장은 "신생아실 선생님들에게는 여러분도 아기들처럼 귀여울 것"이라고 전했다.
영상의학과에서는 거대한 기계가 학생들을 사로잡았다. 환자들의 병명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CT기계가 바쁘게 움직였다. CT촬영에서 나타난 화면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장염 환자의 사진을 본 아이들은 "선생님 이게 세균인가요"라고 물어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채혈은 아이들에겐 아직 무서운(?) 의료행위였다. 진단검사의학과를 방문한 아이들은 "오늘은 피를 뽑지 않아서 다행이다"라고 웃었다.
국제진료센터에서는 K-의학의 저력이 생생하게 담겼다. 외국인 환자들은 이곳의 의학 전문 통역가들을 통해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진료과장은 "한국의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출산하려는 산모들이 많다"며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들의 사진과 감사 편지, 각 나라의 전통문화가 담긴 선물들이 이곳에 있다. 우리나라 진짜 멋진 나라구나!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설명했다.
"선생님, 저도 산부인과 의사가 되고 싶어요"
국제진료센터를 마지막으로 병원 견학은 마무리 됐다. 견학에 이어 본격적인 멘토링이 시작됐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이 진료과장을 향한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박은비 선생님, 갑자기 꿈이 바뀌었어요. 아기를 보고 나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새로 키웠어요.
이성하 그렇죠. 의사는 정말 보람차요. 좋은 직업이에요. 혹시 의사가 되기 위해 궁금한 게 있나요?
김차희 저희 엄마가 병원에서 근무하려면 시험에 합격해야 된데요. 시험 내용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성하 일단 우리 친구들은 초등학생이잖아요. 초등학교 다음에 중학교에 가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가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해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시험을 보는데, 시험을 매번 성실하게 잘 보면 의과대학에 올 수 있어요. 의과대학은 의사를 준비하는 대학입니다. 이곳에 들어가야 의사가 될 수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 사람이 의사가 되면 좋을 거 같아요?
김차희 사람들을 많이 배려하고 똑똑한 사람이요.
이성하 맞아요. 의사가 되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매일 아픈 사람을 보기 때문이에요. 아픈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가장 필요해요. 그래서 마음이 따듯한 사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돼야 해요. 아무리 똑똑해도 아픈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를 할 수가 없어요.
아울러 무엇이든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 의사가 돼야 해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일을 안 하고, 아픈 사람을 두고 집에 가면 안 돼요. 자신의 일을 끝까지 매일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학교에서도 매일 성실하게 공부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켜야 해요. 만약 휴대폰을 하루에 한 시간만 보기로 결심했다면, 나 자신과의 약속을 꼭 지켜야 해요. 그런 사람이 환자와의 약속도 잘 지켜요. 하루하루 성실하게 하면 성적도 오르고, 의과대학에서 졸업할 수 있어요.
김차희 선생님은 왜 산부인과 의사가 되셨나요?
이성하 선생님은 대학에서 산부인과에서도 암이라는 병을 전공했어요. 여자 환자들이 암에 걸려서 치료받는 과정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도와주고 싶고, 환자들에게 힘이 돼주는 의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산부인과 암을 배우고, 치료하는 의사가 됐어요.
암을 공부하긴 했지만, 아기가 태어나는 것도 봐요. 선생님은 아기가 태어나면 아직도 신기해요. 너무 기뻐요. 아기가 처음에 태어나서 엄마, 아빠에게 안겨주면 다들 감동해서 울어요. 아빠는 원래 자주 안 울지만, 자신의 아이를 처음 만나면 막 울어요. 부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행복해요.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기쁜 모습을 보기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산부인과는 달라요.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 아빠들이 너무 기뻐해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김차희, 정윤하, 박은비 의사가 되면 정말 돈을 많이 버나요?
이성하 돈을 많이 버는 의사도 있고, 적당히 버는 의사도 있어요. 하지만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의사가 되는 사람은 없어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의사를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아요. 왜냐면 의사는 돈을 많이 버는 거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거든요. 가슴이 뛰고 뿌듯한 일이에요. 아픈 사람을 돕는다는 보람이 훨씬 커요.
박은비, 정윤하 의사는 정말 바쁘고 힘든 직업인가요.
이성하 의사는 엄청 바쁜 직업이긴 해요. 특히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제일 바쁜 거 같아요. 규모가 작은 병원은 덜 바쁘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점점 사회는 변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남자 의사가 훨씬 많았거든요.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만 해도 120명 중 18명만 여자였어요.
이제는 여자 의사가 많아지면서 사회에서 일도 하고, 집에서 가사노동도 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어요. 대학병원도 바뀌어가고 있는 거 같아요. 다만 산부인과 의사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바쁠 때가 많죠. 그렇다고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나오는 의사 선생님들처럼 병원에서 살지는 않아요.(웃음)
김차희 갑자기 밤에 배가 아파서 아이를 낳으려고 할 때 선생님이 병원에 안 계신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성하 응급 환자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한 명씩 돌아가면서 잠을 자요. 그걸 '당직'이라고 해요. 선생님이 오늘 당직이면 집에 가지 않고 밤새도록 병원에 있어야 해요. 병원에는 의사 선생님들이 쉴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어요.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는 3일 동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김차희, 정윤하, 박은비 선생님은 언제 가장 보람을 느끼셨나요?
이성하 뿌듯한 순간들이 너무 너무 많아요. 환자들이 치료를 잘 받고,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고 가실 때 보람을 느껴요. 또한 아기가 태어나서 엄마, 아빠가 너무 기뻐할 때도 선생님은 보람을 느껴요.
박은비 병원은 몇 살부터 다닐 수 있어요?
이성하 직업마다 달라요. 간호사 선생님들은 간호대학을 나와야 하고, 의사 선생님들은 의과대학을 나와야 해요. 임상병리사 선생님들은 관련된 과를 나와야 해요. 대학은 보통 4년 동안 공부해요. 하지만 의사는 6년이에요. 배울 게 많거든요. 의대는 시험도 많이 봐요. 힘든 과정이지만, 할 수 있어요. 공부를 많이 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 '공익 목적'의 <마이 리틀 히어로> 기획은 멘토의 재능기부로 이뤄집니다. 또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