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짠테크, 사무실·학원가 주변 도시락 매출 급증
6년 만에 돌아온 GS25 김혜자 도시락, 300만개 돌파
업계 관계자 “당분간 편의점 도시락 열풍 지속될 것”
[뉴스포스트=오진실 기자] #2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주 2회 정도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 A씨는 “김밥 한줄도 3000원이 넘는데 이 정도면 싸죠”라며 “요새 먹는 사람들이 많은지 회사 근처 편의점에 12시 전에 가야 원하는 도시락을 선점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30대 초반 직장인 B씨도 편의점 도시락을 즐긴다. B씨는 “1인 가구라 점심 외에도 저녁이나 주말에 약속이 없으면 사먹는 편이다”라며 “저렴하고 간편한데 최근에는 양과 맛도 좋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고물가 시대에 한 끼 식사 비용이 1만원대까지 치솟으면서 편의점 도시락이 전성기를 맞았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올 1월 서울 지역 김밥 가격이 3100원까지 오르면서 비슷한 가격의 편의점 도시락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주요 편의점 업계는 모두 ‘가성비’를 앞세운 제품을 출시하며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GS25는 지난 2월 ‘혜자스럽다’는 수식어를 만들어냈던 ‘혜자로운 집밥 도시락’을 6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일명 ‘김혜자 도시락’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5일 기준 300만개를 넘어섰다.
GS25에 따르면 지난 2월 15일부터 4월 5일까지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6.9% 신장했다. 특히 사무실‧관광지‧학원가에 위치한 매장의 도시락 매출이 전체 매장 대비 20% 이상 높은 특수 매출을 기록했다. 사무실 인근 매장의 도시락 매출은 동기간 대비 90.7% 급증했고 관광지 매장 85%, 학원가 매장 78.4% 순이었다.
CU도 지난달 ‘백종원 제육 한판 도시락’에 이어 이달 ‘백종원 백반한판’을 출시했다. 총 12가지의 반찬을 제공한다. 지난 2015년 12월에 첫 선을 보인 ‘백종원 간편식 시리즈’는 CU의 대표 히트 도시락으로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3억5000만개를 기록했다.
CU의 도시락 매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년간 CU 도시락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0년 1.6%, 2021년 22%, 2022년 24.6%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백종원 도시락 1, 2탄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면서 직장인과 대학생이 밀집한 오피스가와 대학가에서 각각 전년 대비 22.6%, 41.3% 올랐다.
CU는 “높은 가성비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할인 프로모션과 더불어 고객 선호도가 높은 주요 메뉴들로 상품 개발하고, 고품질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중량과 맛을 표준화하는 조리 공정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븐일레븐도 편의점 도시락족을 공략해 내놓은 주현영 비빔밥 도시락 2종(바싹불고기비빔밥, 전주식비빔밥)이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출시 첫날 발주량이 기존 대비 700% 증가했고, 출시 6일 만에 60만개가 팔렸다. 이달 5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5% 상승했다.
가성비는 기본…‘맛‧영양’도 잡는다
편의점 도시락의 인기 비결은 ‘가성비’다. 실제로 편의점 도시락의 정상가는 대부분 4000원~5000원대이지만 출시 할인 및 자사 구독쿠폰, 통신사 제휴, 결제 수단 혜택 등을 적용하면 가격이 많이 내려간다.
CU의 경우 신제품 ‘백종원 백반 한판’은 쿠폰과 제휴, 결제 수단 혜택을 적용하면 최종 2200원에 구매 가능하다. GS25의 경우 일부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T멤버십의 50%할인 쿠폰과 중복으로 통신사 할인과 구독, 결제 수단 혜택을 적용하면 최대 90% 할인된 가격인 350~470원에 구매 가능하다.
세븐일레븐도 4월 한 달간 주현영 비빔밥 4종(출시 예정 상품 포함) 구매 시 결제 수단에 따른 현장 할인과 통신사 제휴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약 27% 할인된 3280원에 도시락을 구매할 수 있다.
편의점 업계는 가격 외에도 제품 품질과 영양, 구성에도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아무리 저렴한 제품이라도 품질이 떨어지거나 맛이 없으면 소비자들은 구매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GS25 관계자는 “제조 시설에 여러 단계에 걸친 철저한 소독과 위생 절차는 물론이며 혹여 날벌레가 유입될까 복도와 엘리베이터에 조명도 켜지 않는다”며 “영양소도 기준치에 맞게 제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CU는 “단백질, 저나트륨 등 영양소에 집중한 라인업을 제공하는 중이며 2020년경에 충북 진천에 ‘센트럴 키친’이라는 반조리 시설을 크게 만들어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며 “제조시설이 나라 중심에 위치해 전국 어디에서나 소비자가 신선하고 균일한 품질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은 “품질인증을 받은 쌀을 사용하며 2021년에는 도시락 카테고리를 담당하는 브랜드 ‘한끼연구소’를 론칭했다”며 “이곳에서 식품영양전문가와 콜라보한 제품도 개발했으며, 롯데중앙연구소와 협업해 영양성분을 감안한 상품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한편 편의점 도시락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고품질 상품에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프로모션의 합세가 인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가격 대비 만족스러운 한 끼를 경험하고 주변에 추천하는 등 재구매로 수요가 늘면 시장과 상품 개발이 지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