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2024년 2월까지 연장 운영한다. 또 PF ABCP의 대출 전환을 유도하고, 증권사들이 부실 채권을 상각 처리하도록 하는 등 증권사의 부동산 PF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는 24일 증권사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 완화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선제적 조치를 추진하고 권사발 시장 불안요인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2년 하반기 증권사가 보증한 20조 원이 넘는 부동산 PF ABCP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증권업계 전반의 유동성 리스크가 대두된 바 있다. 당시 금융당국은 증권금융과 산업은행을 통해 RP·CP를 매입하고, 증권업계와 공동으로 1조 8000억 원 규모의 증권사 보증 ABCP 매입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또 유권해석을 통해 증권사의 ABCP 차환수요를 낮추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위기를 넘겼다. 

금융당국은 현재 단기 자금시장 상황이 비교적 안정화됐다고 판단하면서도, 관련 리스크 완화를 위해 각종 선제 조치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금리 인상 관련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PF ABCP 보증 규모도 지난해 말과 유사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는 등 향후 시장 상황 악화 시 리스크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우선 단기 PF ABCP를 만기가 일치되는 대출로 전환 유도할 계획이다. 현재 부동산 사업장의 만기는 1~3년인 반면 여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ABCP는 통상 1~3개월마다 지속적으로 차환이 필요해 만기 불일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단기 금융시장이 다시 경색될 경우 대량의 ABCP 차환으로 단기 시장 금리가 급상승하는 등 리스크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유동성 상황에 여유가 있는 증권사들이 3월 말 기준 지급보증한 PF ABCP 등 유동화 증권을 기초자산과 만기가 일치하는 대출로 전환하는 경우, 대출에 적용하는 순자본비율(NCR) 위험값(100%)을 ABCP에 준하는 32%로 완화해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조 원이 넘는 유동화증권 중 약 4조 9000억 원이 연내 대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 보증 PF ABCP 규모는 약 22조 원, 증권사의 PF 대출은 약 5조 원 규모가 있다.

부실채권의 신속한 상각도 유도할 예정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연체율이 두자릿수로 큰 폭 상승하면서 증권업계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재 증권업계의 부동산 PF 대출규모는 약 4조 5000억 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6%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적립해 놓은 충당금을 바탕으로 증권사가 이미 ‘추정 손실’로 분류한 자산은 금감원에 상각을 신청하도록 할 예정이다. 증권사는 매분기 자산건전성 분류를 실시해야 하고 상각 승인을 위해서는 분기 말 1개월 전까지 금감원에 상각 신청을 해야 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3일 ‘부동산PF 대출 대손상각 관련 유의 사항’이라는 공문을 전 증권사에 전달해 이른 시일 내 대손 상각 절차를 진행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기존 유동성 리스크 완화 조치도 연장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부터 가동 중인 1조 8000억 원 규모의 증권사 보증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내년 2월까지 연장 운영한다.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은 산업은행과 한국증권금융이 50%(선순위), 대형 증권사들이 25%(중순위), 지원 신청한 증권사 25%(후순위) 참여하고 있다. 신규 매입 신청은 올해 연말까지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현재 자금시장 안정화에 따라 매입 잔액이 1032억 원으로 감소한 상태다. 매각 증권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높은 금리(낮은 가격)으로 매입하되, 시장 상황 호전으로 차환이 가능해지는 경우 매각 증권사가 재매입할 수 있게 운영하고 있다.

자사 보증 PF ABCP를 직접 매입한 경우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완화하는 조치도 올해 말까지 연장한다. 현재 ABCP 차환 발행 실패로 증권사가 보증이행을 위해 유동화증권을 직접 매입한 후 장기간 보유하는 경우 위험값 32%를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단기시장 경색 당시 증권사들이 위험값 관리를 위해 유동화 증권을 투매해 시장 금리를 급상승시키고 차환 여건을 악화하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이 같은 조치가 효과가 있었다고 금융위는 평가했다.

금융당국은 한시적인 시장 리스크 경감 조치와는 별도로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의 건전성 감독비율(NCR)을 전면 재검토한다. 향후 증권사의 부동산 PF 관련 사업 위험이 실질에 맞게 적절히 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부동산 PF 사업장의 실질 위험도나 변제 순위, 증권사 규모별 실질 위험 감내 능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대출의 형태로 자금이 공급되면 증권사의 NCR 위험값을 100% 차감하고, ABCP 형태로 공급하면 18%만 차감해왔다. 

하지만 그 결과 만기 불일치 문제가 있는 ABCP 형태의 자금 공급이 급증하고 중소형사들의 경우 고수익 획득을 목적으로 브릿지론, 후순위 등 고위험 PF 취급을 늘리는 문제가 발생했다.

앞으로는 회사 규모에 따른 실질적 감내 능력과 사업단계, 변제 순위 등 실질 리스크를 고려해 대출-채무보증 등 자금 공급 형태에 따른 규제 차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NCR 위험값 적용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PF ABCP의 대출 전환 유도는 금감원의 비조치의견서 발급을 통해 즉시 시행하고, 부실채권의 상각 유도는 분기별로 독려해나갈 예정”이라며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 개선 세부방안은 올해 안에 확정하고, 향후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적용 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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