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최근 뱅크런 이슈에 이어 연체율 급상승 등 저축은행 업계를 둘러싼 악재가 어어지고 있다. 저축은행 위기론이 지속 제기되고, 정기예금 금리까지 낮아지자 고객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취임 갓 1년을 넘긴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뉴시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사진=뉴시스)

저축은행중앙회 최초 순수 업계 출신인 오화경 회장은 2022년 2월 17일 제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선출돼 임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저축은행 인사는 업계 특성상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주로 관료 출신이 선호돼 왔다. 오 회장은 79개 저축은행이 각 1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중앙회장 투표에서 총 53표를 받아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회장 자리에 앉았다. 

첫 업계 출신 중앙회장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출범했지만 오화경호(號)는 1년 동안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당선에는 성공했지만 금융당국과의 소통에 대한 우려와 예금보험료율 인하 등의 과제도 남아있다. 

특히 금융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연체율까지 치솟는 등 업계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 3월 미국 중소은행들의 ‘뱅크런’ 사태 이후 4월 말에는 국내 일부 저축은행의 뱅크런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해당 지라시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1조 원대의 결손 발생으로 지급정지가 예정돼, 일부 저축은행 예금을 모두 인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발 빠르게 입장을 내놓고 시장 혼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대출과 금리 상승의 여파로 실적이 악화되고 건전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해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 순손실(잠정) 규모를 약 6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저축은행업계의 전체 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저축은행 전체 79곳 중 26곳이 순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135조 1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3조 5000억 원) 줄어들었다. 저축은행의 올해 3월 수신잔액은 3개월 새 4조 원(116조→120조) 빠지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연체율 등 자본 건전성 지표도 악화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업계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5.1%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5%대를 넘어섰다. 2022년 말 4.04%였던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사이에 1.1%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들 업계의 연체율도 5.1%로 잠정 집계됐는데, 이 역시 2016년 말 이후 최고치다.

9년 만의 적자에 저축은행중앙회는 설명회 자리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오 회장은 “수신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며 “이자비용 증가와 충당금 추가 적립 등으로 저축은행 전체 실적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체율 5%는 은행 수준으로는 높지만 저축은행업권에서는 괜찮은 수준이다”라며 “2014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연체율 14~15%와 비교하면 5%대는 관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재무건전성(BIS 비율)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지만, 문제는 하반기다.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과 이자상환 유예 등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이 올해 9월 만료되면 연체율 급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당초 대출 종료 시점은 2020년 9월까지 6개월이었지만, 코로나 확산이 계속돼 6개월씩 5차례 연장됐다. 

지난해 9월부터는 이를 금융권 자율협약으로 전환하고 최대 3년간의 만기연장, 최대 1년간의 상환유예를 추가 지원키로 합의했다. 소상공인은 만기연장을 최장 2025년 9월까지 할 수 있지만, 상환유예는 올해 9월 말 종료돼 10월부터는 빚을 상환해야 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코로나 대출 잔액은 2022년 6월 기준 만기연장(124조 7000억 원), 원금유예(12조 1000억 원), 이자유예(4조 6000억 원) 등 총 141조 원으로 추산된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자 금융 지원이 끝나면 부실이 터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제도권 금융의 마지노선인 저축은행이 무너지면 도미노 부실이 현실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한 지난달 31일 원스톱 대환대출 플랫폼 운영으로 1금융권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우량 고객의 이탈도 예상된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예금금리를 올려 고객을 끌어온다는 계획이다. 79개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12개월 만기 상품 기준 연 3.95%, 한 달 전보다 0.13%포인트(p) 올랐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4%대 정기예금 상품도 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광고비를 줄이고 연차수당을 아끼기 위해 휴가를 독려하는 한편, 종이 사용까지 제한한 곳도 있다.

이와 함께 저축은행중앙회는 1년에 4번 점검했던 저축은행의 실적 관리를 한 달에 한 번 해 건전성 지표를 밀착 관리하기로 했다.

오 회장은 설명회에서 “이번 실적 악화는 일시적이며, 앞으로 상황은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계속되고 있고, 수신금리 상승에 따른 예대금리차 축소로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상황이 나아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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