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간편페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중”이라고 평가한 애플페이(Apple Pay) 도입 효과가 두 달 만에 주춤한 모양새다.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한 3월 20만 명이 넘는 회원이 새로 가입했지만, 4월 들어선 신규 회원 수와 이용 금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사진=현대카드)

15일 여신금융협회의 ‘카드사 월별 이용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현대카드의 신용카드(개인) 신규 회원 수는 16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7개 전업카드사들과 비교해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전월보다는 18.2%(3만 7000명) 줄었다. 

현대카드는 올해 3월 21일 애플의 간편결제서비스 애플페이의 국내 서비스를 개시한 후 2개월 연속 가장 많은 신규 회원 수를 확보했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 전인 지난 2월 11만 2000명이었던 신규 가입자 수는 서비스를 본격화한 3월 20만 3000명(81.25%)으로 대폭 늘어났다. 3월 한 달간 신규 발급된 카드도 1년 전(13만 8000장)보다 156% 늘어난 약 35만 5000장으로 집계되며 애플페이 도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또 신규 회원 중 애플 기기 사용자의 91%가 애플페이를 등록하고, 신규 등록 토큰 수 역시 3주 만에 200만 건을 돌파하면서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 ‘메기’로 떠올랐다.  

(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SNS 갈무리)
(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SNS 갈무리)

당시 정태영 부회장은 본인의 SNS에 “애플페이 런칭 3주째. 가입토큰수는 200만 돌파 가입자의 이용률은 60%, NFC 단말기는 품귀현상. NFC 단말기 보급이 자기 열세라지만 가입과 이용률은 간편페이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 중”이라는 게시글을 남기기도 했다.

서비스 이용자들의 만족도 또한 높았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실시한 ‘애플페이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50.6%)이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빠른 결제 속도’, ‘편리한 결제방식’, ‘카드 소지하지 않아 편리함’ 등을 꼽았다.

다만 이 기세는 4월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4월 사용액은 줄고 해지 회원 수는 늘었기 때문이다. 4월 한 달간 개인 일시불 카드 이용 금액은 7조 6293억 원으로 3월(7조 7764억 원)보다 10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카드의 신용카드 해지 회원 수는 8만 5000명으로 전달 해지한 5만 5000명보다 54%나 급증했다. 

애플페이가 중년층보다 비교적 구매력이 낮은 2030세대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고, 편의점 등 액수가 적은 가맹점의 비중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신규 회원 중 MZ세대의 비중이 79%로 압도적이었다. 20대가 51%로 가장 많았으며 30대 28%, 40대 12% 순이었다. 

지난 3월 21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를 결제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지난 3월 21일 오전 9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를 결제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뉴스포스트 이해리 기자)

애플페이 가맹점도 편의점과 같은 소액 결제처인 점도 사용액이 좀처럼 늘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애플페이 이용자들은 한정적인 사용처를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직장인 김주연(35) 씨는 “애플페이가 매우 편리하지만, 결제 전 사용할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해서 이미 계산한 뒤에야 가맹점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며 “편의점의 경우만 들어갈 때부터 ‘애플페이로 결제해야지’ 생각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미 얼리어댑터들의 수요는 모두 유입돼 선발주자로서의 시장 선점 효과가 빠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이 애플페이 파트너사로 합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카드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현대카드는 애플페이 결제 활성화를 유도하고, 선점 효과를 굳히기 위한 공격적인 이벤트에 나섰다. 

현대카드는 이달 말까지 백화점·마트·호텔·외식 등 가맹점에서 애플페이를 통해 결제하면 할인과 캐시백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애플의 전자제품을 구매하면 최대 20만 원을 돌려주기도 한다.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AK플라자·아이파크몰에서 10만 원 이상 결제 시 1만 원, 농협하나로마트에서 7만 원 이상 결제 시 1만 원, 롯데마트에서 10만 원 이상 결제 시 5000원, 롯데호텔·그랜드하얏트인천·안다즈서울강남에서 20만 원 이상 결제 시 2만 원, 이디야커피·커피빈·엔제리너스에서 1만 원 이상 결제 시 최대 2000원을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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