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국내 금융지주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갑진년(甲辰年) 경영 키워드로 상생과 위기관리, 혁신 등을 꼽았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 당국이 금융권의 '이자장사'에 대해 비판하자, 이를 의식해 '상생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 (사진=각 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영전략의 최우선 목표로 일제히 상생금융과 위기관리, 혁신 등을 내세웠다.

금융권은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사회적 책임 강화 요구에 10조 원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2조+α' 규모의 추가 지원방안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KB금융은 최근 조직개편에서 기존 지주·은행의 ESG 본부를 'ESG 상생 본부'로 확대·개편하는 한편, '대고객 상품 판매 철학·원칙 태스크포스팀(TFT)'과 '투자상품관리부(은행 산하)' 등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KB-고객-사회가 함께 커가는 '공동의 상생전략'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KB가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양종희 회장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그룹'을 만들기 위해 사회, 고객, 직원, 주주님과 함께 성장하는 네 가지 경영방향을 약속했다. 

신년사에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사회와 끊임없이 상생하는 경영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는 KB ▲직원에게 자긍심과 꿈을 줄 수 있는 회사 ▲주주님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는 경영 등 4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올해 경영 슬로건으로 '고객중심, 일류신한. 틀을 깨는 혁신과 도전'을 제시하고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진 회장은 "기존의 성공 방식만 고집한다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ESG, 디지털, 글로벌을 비롯한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해간다는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에게는 담대심소((膽大心小·도량은 넓고 크되, 마음은 늘 작은 부분까지 깊이 살펴야 한다)와 이택상주(麗澤相注·두 개의 맞닿은 연못은 서로 물을 대어주며 함께 공존한다)의 각오를 다지자고 당부했다. 

특히 "자신을 둘러싼 모두의 가치를 높이고자 힘쓰는 기업만이 오랫동안 지속가능할 수 있다"며 "우리 사회와 이웃, 함께하는 모두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상생의 가치를 지켜나가자"고 주문했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올해도 엄격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하에, 내실과 협업을 기반으로 업의 경쟁력과 글로벌 위상을 강화하고, 신 영토 확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며 "협업으로 그룹 역량을 결집하고, 경쟁자를 포함한 외부와의 제휴, 투자, M&A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업을 이뤄내 금융이 줄 수 있는 가치 그 이상을 손님께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구체적인 경영 전략을 설명했다.

이어 "1991년 은행 설립 이래 하나금융그룹은 엄격한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하에 내실 협업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강화로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올해 역시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것도 사실인 만큼 우리의 성공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고 성장 전략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객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우리의 진심이 잘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며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는' 우리의 진심을 바탕으로 손님, 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상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2758억 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에 가속도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우리금융은 “실적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전성과 자본 적정성을 지켜냈다"며 “올해에는 우리의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여 명확한 성과들을 보여줘야 할 때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그룹 경영목표를 '선도 금융그룹 도약'으로 수립하고 역량 집중, 시너지, 소통을 3대 키워드로 내세웠다.

임 회장은 "우량자산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와 함께 시장에서 요구하는 혁신역량도 갖춰 기업금융 명가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증권업 진출 대비 그룹 역량 강화와 글로벌 사업 새 거점 확보를 통한 영역 확장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내부통제 체계 업그레이드와 윤리·준법 의식 강화와 소비자 권익 제고 등도 목표로 정했다.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도 금융업의 존재의 근간인 '리스크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선제적·시스템적·촘촘한 그물망식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최우선 과제로 ‘리스크 관리’와 'AI(디지털)'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미래 준비'를 강조한 이 회장은 "기존 예측 범위를 넘어선 다양한 잠재 위험까지 대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여야 한다"며 "올해 ESG를 경영과 사업에 실질적으로 접목하는 원년으로 생각하고, 진심을 가지고 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농협이라는 '특수성'에 머물거나 안주하지 않고, '특별한 인생 금융회사'로 거듭나는 농협금융을 다 함께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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