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출근길 지하철 시위 2년 5개월 진행
서울 지하철 엘리베이터 일부 개선됐으나
시내외 저상버스·장애인 콜택시 여전히 부족
장애인 이동권 문제, 제22대 국회가 나서나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 달라며 출근길에 전철역에서 연속 시위를 진행한지도 2년 5개월이 지나고 있다.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과 지방자치단체, 서울교통공사 등과 부딪힌 만큼 장애인 이동권 확보는 2년 반 전보다 나아졌을까.
지난 15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은 오는 20일 정부가 정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이달 19일부터 20일까지 1박 2일간 서울 방방곡곡에서 집중결의대회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권 문제 등 여전히 남아있는 장애인 차별을 철폐하고, 정당한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장애계의 장애인 이동권을 위한 투쟁은 2001년 1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듬해에는 발산역에서 같은 참사가 반복됐고,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위험한 리프트 대신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23년간 주장해 왔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여론에 각인된 계기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시작된 전장연의 서울 지하철 출근길 시위다. 2022년에는 출근 시간대에 열차에 탑승하는 방식으로 전개했고, 지난해부터는 기자회견이나 선전전 등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는 전장연 회원들을 상대로 강력 대응에 나섰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등에 시민 불편에 대한 위법행위 책임을 물러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검찰은 지하철역에 스티커 수백 장을 붙여 재물본괴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 등에게 지난달 벌금형을 구형했다. 이에 전장연은 적극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 갈길 멀다
장애계가 출근길 시민들과 지자체, 서울교통공사와도 부딪히면서 싸워온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얼마나 해결됐을까. 지난달 기준 서울지하철 1~8호선 275개 역 중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은 13곳이다. 전체 역 중 4.8%가 일명 '1역사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 이마저도 지난해 말까지 4개 역에 엘리베이터를 추가로 설치하면서 늘어난 수치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지하철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시내·외버스를 휠체어 탑승자도 탈 수 있는 저상버스로 교체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콜택시를 증차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또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
하지만 저상버스 도입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도입률은 34%에 불과했다. 약 1년 반 전 통계이기 때문에 현재와는 거리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2022년 63.7%에서 올해까지 약 71%로 올랐다. 경기도는 25.7%에서 31.3%로 증가했다. 비수도권은 수도권보다 열악하지만, 저상버스 도입은 늘리고 있다.
반대로 고속버스의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2019년 휠체어 탑승 설비를 장착한 고속버스가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1년 반 이상 시범운행을 가다가 탑승률 저조하다는 이유로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는 운행을 멈췄다.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고속버스가 운영되려면 민간 버스회사들의 협조가 필요한데, 경제적 이유로 외면한 것이다.
그 밖에도 장애인 콜택시는 장시간 대기와 요금 인상, 안전사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전장연은 콜택시 등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차량 1대당 운전원 2명을 보장하고, 하루에 16시간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를 위해서는 총 3350억원의 장애인 이동권 관련 예산이 필요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올해 단 470억원만 편성했다.
전장연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장애인 콜택시 법정운행 대수가 150명당 1명이라서 대기 시간이 길다는 문제가 있지만, 일부 지역은 법정대수 마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운행도 하루에 8시간을 운전자 1명이 담당한다"며 "광역권 이동의 경우 법이 시행됐지만, 지자체 간 협력이 없으면 장애인 콜택시로는 이동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이동권 해결, 다음 국회서?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장애인 이동권 문제 해결의 공은 제22대 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여당과 제1야당은 비례 위성정당 1번에 장애인 후보를 배정하면서 표심을 얻으려고 했다. 거대 정당들은 장애인 권리 향상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지는 않았다.
다만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들이 장애인 이동권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각장애인 당사자인 서미화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과 지체장애인인 최보윤 국민의미래 당선인은 이동권 문제 해결 등 장애인 문제를 해결을 위해 당과 정파를 떠나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 시절 전라북도 총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정책 협약을 체결했다. 김 후보는 "전북 지역 등록 장애인은 작년 기준으로 13만여 명에 이르고 있으나 복지 수준은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며 "특히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 노동의 권리를 확보하는 데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뿐만 아니라 지자체의 노력도 중요하다. 전국의 전라남도 나주시와 충청남도 보령시, 강원도 태백시 등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저상버스 도입을 늘리겠다는 소식이 나왔다. 서울시의 경우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입장이다. 2022년에 약속한 1역사 1동선 확보가 2년간 미뤄졌지만, 올해 안에 이뤄질지 지켜봐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