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당기순이익 감소 폭 빅5 중 가장 커
투톱 체제 이후 첫 실적 하락…예실차 발목
CSM 극대화 해 수익성 개선…효율 중심 영업
[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5년 째 현대해상을 이끌고 있는 조용일·이성재 대표가 올해 수익성에 방점을 찍고 재도약을 준비한다. 손보업계 실적 잔치에도 당기순이익이 30% 이상 떨어지며 부진했던 만큼 내실 경영을 통해 다시 순익 2위로 올라서겠다는 복안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별도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은 8057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7.1% 감소한 수치다. 동 기간 매출은 15조91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조263억원으로 42.4%가 줄었다.
지난해 보험 손익과 투자 손익의 희비가 엇갈렸다.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2% 줄어든 5265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손익은 4960억 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19.5% 늘었다.
보험 손익의 경우 장기보험 보험이익이 77.2% 감소한 2488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일반보험 보험이익도 18.3% 감소한 764억원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독감 및 호흡기질환 증가에 따른 실손보험금 손해액이 상승하면서 2600억원의 예실차 손실을 기록했고 4분기 손실부담 계약비용 4800억원을 인식하며 순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차보험 보험 손익 전년 동기 대비 16.8% 증가한 2012억원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 대책 등 제도개선 효과와 계절성요인에 따라 손해율이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실적 잔치를 벌였지만 현대해상은 예외였다. 자산 규모 기준 상위권 5개사 중 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은 전년 대비 순익이 각각 19.1%, 25.2%. 35.1% 증가했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현대해상은 순익 기준(별도) 삼성화재(1조8184억원), 메리츠화재(1조5748억원), DB손보(1조5370억원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KB손해보험은 연결 기준 7529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현대해상 뒤를 이었다.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9조1423억원이다. CSM은 새 회계기준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핵심 수익성 지표로 보험 계약으로부터 인식할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를 말한다. 신계약 CSM 규모는 1조8370억원이다.
주요 보험사 중 삼성화재가 13조3028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DB손보(12조1524억원)에 이어 메리츠화재(10조4687억원) 순이다. 현대해상에 이어 KB손해보험(8조5179억원)이 뒤를 이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K-ICS) 비율은 173.2%로 경쟁사 대비 가장 낮았다. 지난해 K-ICS 비율은 삼성화재가 272.3%로 가장 높았으며 메리츠화재(240.6%), DB손보(231.1%), KB손보(216.04%) 순이었다.
각자대표체제 이후 첫 ‘삐끗’…CSM 증대 주력
이번 실적 부진은 조용일 부회장과 이성재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 돌입 이후 처음이다. 지난 2020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 부회장과 이사장은 3년 임기 동안 매년 실적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9년 2504억원의 순이익은 취임 첫 해인 2020년 3061억원, 2021년 4384억원으로 증가했다. 2022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28% 증가한 5609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취임 당시 각각 사장과 부사장이었던 직위는 2022년 말 단행된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됐다. 또한 2023년 정기 주총에서 3년 연임이 확정되며 2026년까지 현대해상을 이끌어가게 됐지만 연임 첫 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게 됐다.
현재 두 대표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현대해상은 2019년 메리츠화재에 순익 3위 자리를 내준 이후 점차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5위인 KB손보의 추격도 매섭다. 양 사의 지난해 순익 격차는 약 500억원 규모다.
올해 조 부회장과 이 사장은 △이익 창출력 증대 △효율 중심 영업경쟁력 강화 △고객과 함께 미래 성장 등의 3대 주요 경영 전략을 실행한다. 본업 경쟁력 확대를 통해 수익성과 건전성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목표다.
조용일·이성재 각자대표는 올 초 신년사에서 “IFRS17 시행 후 미래수익(CSM) 위주로 수익성 관리의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현대해상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 증대에 경영활동의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익 창출력 확대를 위해 장기보험에서는 고수익 상품 중심의 매출 확대로 신계약 CSM 증대에 주력한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CSM전략TF 신설한 바 있다. 또한 유지율이 우량한 무해지 상품 판매 확대를 통해 유지율 개선도 도모한다.
자동차보험은 우량계약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CM(온라인) 채널 가격 경쟁력 제고와 스마트 안전운전 할인특약 할인율을 확대한다. 또한 고객 특성 반영 및 손익 개선을 위한 상품도 개발했다. 올해 1월 ‘만 6세이하 자녀할인 특약’ 상품을 개정하며 업계 최초로 자동차보험 고객에 다자녀 우대 혜택을 제공했고, 지난달에는 첨단안전장치 장착 할인 특약 개정을 통해 할인 대상을 확대하기도 했다.
효율 중심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속 채널은 생산성 증대 및 보유계약 관리에 집중하고 GS 시장에서는 손익 우량 대리점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한다.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ESG 경영과 신사업 및 디지털 투자 발굴도 추진한다. 지난해 조직개편을 통해 업계 최초로 부문급 임원 기구인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O)’를 신설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CSO에는 디지털전략·브랜드전략·커뮤니케이션본부 등 3개 조직이 배치됐다. CSO 책임자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전무다. 정 전무는 취임 두 달 만인 지난 2월 SK텔레콤과 AI 기반 보험 비즈니스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디지털 사업 강화에 나섰다. 최근에는 렌딧, 루닛, 자비스앤빌런즈(삼쩜삼), 트래블월렛과 유뱅크컨소시엄을 구성해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